‘재무부담’ 롯데, 헬스케어 사업 방향 전환

2024-12-31     박현주 기자
ⓒ롯데헬스케어

건기식 경쟁 치열…롯데헬스케어 시장 안착 실패

사업방향 '시니어'로 선회…뒷배 롯데지주 재무 녹록치 않아 우려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올해 롯데그룹은 유동성 위기설이 돌면서 혹독한  시간을 보냈다. 그룹 전체 매출의 60%를 차지하는 화학·유통 부문 사업이 부진하면서다.

​화학에서는 롯데케미칼 회사채가 있고 유통에서는 호텔·면세의 수익악화가 극심했다.

롯데그룹은 이 같은 재무부담을 떨쳐내기 위해 신성장동력으로 줄곧 꼽던 헬스케어 자회사(롯데헬스케어)를 청산하기로 했다. 수익 부진에 따른 것이다.

사업방향도 '시니어' 중심으로 선회했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의 뒷배가 돼준 롯데지주의 재무상황 마저 녹록치 않은 터라 롯데그룹이 한때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던 헬스케어 사업을 되살릴 수 있을 지 우려다.

31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4일 임시 주주총회 열어 법인 청산을 결의했다. 내년 상반기 중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또, 이날부로 롯데헬스케어의 모든 서비스는 종료된다. 이 같은 수순에 따라 롯데헬스케어가 2023년 10월 지분 51%를 취득해 세운 합작법인인 테라젠헬스도 매각될 것으로 예상됐다.

​앞서 롯데헬스케어는 지난 2022년 4월 롯데지주로부터 700억원을 출자 받아 법인을 설립했다. 롯데헬스케어는 롯데지주가 100% 지분을 소유한 롯데지주의 헬스케어 자회사다. 약 2년 8개월 만에 법인을 청산한 것이다.

법인설립은 롯데그룹의 미래먹거리 확보를 위한 취지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당시 롯데그룹은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을 신성장동력으로 삼았다.

그 일환으로 바이오에는 롯데바이오로직스가, 헬스케어에는 롯데헬스케어가 구축돼 사업이 전개됐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의 사업은 순탄치 못했다. 2022년 당시만 해도 롯데그룹은 VCM(옛 사장단 회의)을 통해 헬스케어 사업은 앞으로 메디컬 영역까지 확장해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도 구상했으나 현실은 녹록치 않았다.

​그동안 롯데헬스케어는 2023년 건강관리플랫폼인 캐즐앱을 론칭해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시장 공략에 힘썼다. 이 사업은 국민건강보험 건강검진 데이터를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비교 분석해주는 서비스, 테라젠바이오 등과 협업해 진행했다.

롯데헬스케어는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등 인재확보에 힘썼고 이중 절반 정도가 IT개발, 인력 등으로 채워졌다. 다만 헬스케어 사업은 R&D(연구개발) 인프라 구축 등에 따른 시간과 투자비용이 따르는 사업이기 때문에 단기간 수익을 내기 어려웠다.

롯데헬스케어는 2022년 4월 1일 법인 설립한 이래 2022년 말까지 영업손실 111억원에서 2023년 영업손실 228억원으로 손실폭이 확대되면서 수익을 내지 못했다.

롯데그룹 측은 롯데헬스케어 법인 청산 관련 "헬스케어 시장 환경과 사업 방향성에 대해 면밀히 검토한 후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 사업은 지속성장하기 어렵다고 판단, 사업 방향을 선회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체적인 건강기능식(건기식) 제품도 시장에 큰 호응을 얻지 못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면역력 증강에 대해 관심과 수요가 높아지면서 기업들이 건기식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매우 치열해졌다. 이는 기업들의 시장진입과 점유율 확보가 만만치 않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건기식 시장에서는 제품의 효능·타깃팅 등 더욱 차별화된 제품력이 요구되고 있다. 이 같은 경쟁 속에서 롯데헬스케어의 개인 맞춤형 디지털 헬스케어는 시장 안착에 실패한 것이다.

롯데그룹 전반의 재무 상황도 녹록치 않다.  하지만 롯데지주의 2024년 3분기 연결 누적 당기순손실 1,871억원이다. 전년(2023년)3분기 연결 누적 당기순이익 2,715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게다가 롯데그룹은 롯데케미칼 회사채 등을 갚기 위해 금융권에 롯데월드타워를 담보로 제공했다. 롯데그룹은 현재 본업과 성장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 사업에 대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비용 효율화가 매우 중요한 시점이다. 유지 아니면 매각이다.

이 같은 상황으로 인해 헬스케어 사업 투자는 당분간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헬스케어 사업을 되살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수익성 제고를 위한 방향으로 계획이 설계돼야 한다. 이에 롯데그룹은 향후 헬스케어 사업에 대해 보다 시니어에 집중하기로 했다.

롯데그룹은 "호텔롯데와 손잡고 향후 시니어타운, 푸드테크 등 분야에서 그룹의 헬스케어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대표적인 사업은 호텔롯데의 시니어 레지던스 브랜드 'VL(Vitality & Liberty)'로, VL은 지난 50년간 축적한 롯데호텔 서비스에 기반한 도심형 실버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한다"고 설명했다. 또, "호텔롯데는 내년 1월 'VL 라우어(부산 기장)', 10월에는 'VL 르웨스트(서울 마곡)' 운영을 시작할 예정이다"고 했다.

아울러 "롯데헬스케어 직원들의 직무 역량을 고려해 그룹 계열사 유관 부서로 이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 이미 상당수 직원이 이동을 마쳤고 추가적인 계열사 이동도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