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외화자금 ‘210조’ 육박…환율 급등 ‘촉각’

2024-12-26     전근홍 기자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3분기 ‘209조9629억’

외화환산손실·위험가중자산 증가…“고환율에 발목”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4대 시중은행의 외화자금 규모가 210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급등했던 원·달러 환율이 지속적인 대외 변동성에 1,500원을 돌파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이 같은 달러강세 현상은 은행의 손익과 자본비율에 부정적 영향을 준다. 환율 상승에 따른 외화환산손실 규모가 커지고 외화 위험가중자산(RWA) 증가로 보통주자본비율(CET1) 하락도 불가피해진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평균 잔액 기준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조달한 외화 자금은 총 209조9,62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1.4% 늘어난 수치다.

은행별로는 같은 기간 하나은행이 59조3,093억원으로 가장 많고, 국민은행 54조2,139억원, 우리은행 52조1,469억원, 신한은행 44조2,928억원 순이었다.

자금 조달 유형별로는 예수금이 전년 동기 대비 2.7% 늘어난 122조3,777억원이었고, 외화차입금은 48조1,606억원이었다. 외화회사채는 31조7,039억원, 외화콜머니는 4조8,383억원으로 집계됐다.

◆ 치솟는 환율…은행 호실적 ‘변수’

조사 대상 은행들의 이 같은 외화자금 규모 확대 전략엔 대외변동성이 영향을 줬다. 불확실한 상황에서 외화 유동성 확보에 집중한 결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환율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에 대비해 외화 조달 규모를 확대해 온 상황과 높아진 환율이 맞물리면서 은행들 실적에 악재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

지난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1,456.4원으로 주간 거래를 마친 원·달러 환율은 야간 거래에서 1,460원 선까지 올랐다. 오후 3시 30분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4.4원 오르며 19일 이후 나흘 연속 1,450원대에 주간 거래를 마감했다. 하지만 이후 그보다 더 뛰어 한때 1,460원을 넘어섰다. 환율이 1,400원대를 넘나든 건 과거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 세 차례에 불과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환율 흐름은 국내 정세 불안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태도가 가장 큰 영향을 끼쳤다. 지난주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열고 향후 기준금리 인하 속도가 늦춰질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고환율이 장기화할 경우 은행들의 외화환산손익과 자본비율에 악영향을 끼치게 된다. 외화환산손익은 보유한 외화 채권과 채무를 원화로 환산해 평가할 때 발생하는 이익과 손실을 보여준다.

환율이 오르면 은행들의 외화 채권 부채 규모가 커지면서 외화환산손실이 커질 수 있다. 외화 부채와 자산 사이의 갭이 커지면서 그 만큼 손실이 늘어나는 구조다. 반대로 환율이 떨어지면 외화환산이익은 개선되는 효과를 받는다.

올해 4분기에만 원·달러 환율이 130원가량 급등하면서 은행권은 약 1,000~1,200억원가량의 외화환산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같은 위험성을 반영해 외화 위험가중자산도 급증한다. 위험가중자산이란 금융사의 자산을 위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해 계산한 지표다. 금융사의 안정성과 자본 확보 능력을 평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상대적으로 많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는 자산이 얼마인지를 따질 수 있는 값으로 볼 수 있다.

원화값이 10원 하락할 때 외화 위험가중자산 증가로 보통주자본비율도 은행 평균 약 25~30bp(1bp=0.01%포인트)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올해 두 번이나 기준금리가 인하되면서 내년 은행권의 순이자마진(NIM)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이라며 “내년 추가적인 금리인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특히 경제전망이 하향 조정되고 대손비용 감소효과도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은행들의) 이익증가 여력은 제한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트럼프 2기 출범이라는 대형 이벤트가 내년 1월부터 시작되다 보니 환율 상승에 대한 우려는 지속될 가능성이 높아 경각심을 갖고 면밀하게 모니터링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환율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워낙 큰 만큼 (은행별로) 외화 자금 관련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가 필요한 때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