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 쇄신' 카카오, 내년도 보수적 기조 유지하나
대내외 불확실 속 운영 효율화 집중…카나나 수익화 갈길 먼 듯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카카오가 고강도 인적 쇄신을 지속하고 있다. 4개 핵심 계열사 대표이사 5명, 임원의 27%를 교체하는 등 조직 경쟁력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특히 그룹 최고재무책임자를 그룹 컨트롤타워 대표로 배치하면서 곳간지기 영향력이 커질 전망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보수적 경영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최근 신종환 최고재무책임자(CFO)를 그룹 컨트롤 타워인 CA협의체 재무 총괄 대표로 선임했다. 신 대표는 기존 카카오 CFO 업무에 더해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 점검과 개선을 지원하는 그룹 CFO 역할을 맡게 된다.
카카오 측은 그룹 내 다양한 계열사들과 원활한 협업 구조를 구축하고 재무 관리 관리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신 대표를 CA협의체 재무 총괄 대표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이를 통해 CA협의체는 기존 ▲경영쇄신위원회 ▲전략위원회 ▲브랜드커뮤니케이션위원회 ▲ESG위원회 ▲책임경영위원회 등 5개 전문 위원회 외에도 협의체 총괄 및 재무 총괄 체제를 갖추게 됐다.
신 대표 취임 후 카카오그룹은 영업이익 방어를 위해 내부적으로 보수적 경영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지난 3분기에도 보수적 경영에 나서며 영업이익이 소폭 성장한 바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카카오는 콘텐츠 사업 부진으로 전년 동기 대비 4% 감소한 1조9,214억원, 영업이익은 5% 증가한 1,30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 11월 3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신종환 대표는 "강도 높은 영업비용 효율화를 선제적으로 실행해 연결 기준 영업비용이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5% 줄었다"며 "보수적인 채용 기조를 유지한 가운데 인건비는 전년비 2% 감소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카카오뿐만 아니라 최근 기업들은 비용 절감과 리스크 최소화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올해 글로벌 시장 불안과 내수 경기 침체에 더해 최근 정국 혼란까지 겹치며 대내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일 비상계엄 선포 사태 당시 카카오는 CA협의체 경영진 비상경영회의를 진행하기도 했다. 향후 경영 활동에 미칠 영향 등을 검토한 회의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카카오는 이미 수년째 '위기'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오너 리스크, 성장세 둔화가 이어지는 상황 속 재무건전성을 위한 운영 효율화만으로는 '불황형 흑자' 기조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주들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카카오는 최근 잇따라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밝히며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지난 20일에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하며 2026년까지 연간 별도기준 조정 잉여현금흐름(FCF)의 20~35%를 주주환원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주주가치 제고와 책임경영 강화를 위해 임원 자사주 매입 등이 이뤄진 바 있다.
일각에서는 주가·수익성 방어에 치중할 것이 아니라 본업 경쟁력 강화가 필요한 때라는 지적이 나온다. 내년 중 AI 서비스 '카나나' 공식 출시에 따른 수익화가 관건인 가운데, 여전히 카나나의 구체적인 수익모델도 나오지 않은 상태다. 커머스, 광고 연계 가능성이 점쳐지지만 이 또한 예상일 뿐이다. 더군다나 챗GPT와의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본원적 기술 경쟁력 강화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정의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비용이라는 뼈를 깎아 수익성 방어라는 살을 취했지만 유의미한 성장을 위해서는 탑라인 성장이 동반돼야 한다"며 "카카오가 주력으로 밀고 있는 톡비즈와 AI가 만회해야 하지만 광고·커머스의 비우호 적인 시장환경은 지속되고 AI 서비스의 수익화도 이르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의 채용기조나 구조조정은 인사와 연관되는 부분이라 회사 차원에서 종합해 말씀드릴 수 있는 게 없다"며 "카나나 수익화 계획은 아직 이용자 비공개 베타 테스트(CBT)도 진행하지 않은 상황이라 말하기 이른 상황"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