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작품 사이"…네카오, 글쓰기 플랫폼 전략은
네이버 포스트 내년 4월까지 운영…블로그와 통합 예정
블로그 '친밀감', 브런치 '전문성'…텍스트 힙 열풍에 관심↑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숏폼 중심의 영상 콘텐츠가 강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쓰기 플랫폼이 새로운 부흥기를 맞고 있다. 모바일 사용이 익숙한 MZ세대의 자기 표현과 창작 욕구를 해소해 주며 그들만의 소통 방식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모양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콘텐츠 플랫폼 전반에 '텍스트 힙' 트렌드가 강하게 자리 잡으며, 글쓰기와 기록 문화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강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텍스트 힙' 트렌드에 불을 지폈다는 평가가 나온다. 텍스트 힙은 글자(text)와 세련됐다는 뜻의 영단어 힙(hip)의 합성어로, 독서하는 것이 멋있는 행위라는 뜻이다.
MZ세대 사이에서는 텍스트 힙 문화가 독서를 넘어 '나도 한 번 써볼까?'라는 창작 욕구를 자극하며 글쓰기 플랫폼에 대한 관심도 집중됐다. 이에 네이버와 카카오도 각기 다른 방향성으로 글쓰기 플랫폼 전략을 전개하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네이버의 글쓰기 서비스는 포스트와 블로그로, 주로 일상과 생활 정보를 공유하는 방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특히 블로그 서비스는 맛집 리뷰, 여행, 취미, 일기 등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며 젊은층 사이에서 주목받고 있다.
블로그 확장세에 네이버는 최근 포스트 서비스를 종료하고 창작 활동을 이어나가고 싶은 이용자에 한해 블로그로 포스트 내용을 이전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4월 30일 서비스 종료를 앞둔 네이버 포스트는 지난 2013년 출시돼 창작자들이 전문 지식을 바탕으로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블로그와 유사한 성격을 지닌 만큼, MZ세대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블로그 역량 강화에 집중하기 위해 통합이 결정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최근 네이버 블로그의 이용자는 MZ세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리포트에 따르면 현재 블로그 이용자의 60% 이상이 MZ세대다. 2020년 대비 전체 창작자 수는 30% 증가했는데 1030세대 창작자 증가율은 45%에 달했다.
네이버도 이에 맞춰 MZ세대 이용자와의 접점을 넓히기 위한 다양한 프로모션을 전개하고 있다. 올해 진행한 포토 덤프 챌린지에는 66만명이 참여했고, 이용자 80%가 1030 이용자였다.
네이버는 이같은 프로모션을 연말까지 계속 이어나갈 예정이다. 젊은층의 유입을 늘려 사용자 제작 콘텐츠(UGC)를 확대한다면 네이버 주요 매출원인 검색 매출 증가에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2020년부터 꾸준히 성장세를 타왔으나 올해 강타했던 트렌드가 텍스트 힙이다보니 전년 대비 블로그도 급속도로 성장한 것 같다"며 "포스트 종료는 블로그 사용자 규모와 이제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차이나고 있고 두 플랫폼의 성격도 모호해져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카카오는 작품 창작 중심 글쓰기 플랫폼 브런치를 운영하고 있다. 블로그가 일상 공유 콘텐츠 위주라면 카카오는 출판, 전문적 글쓰기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 나가는 모습이다. 브런치는 지난 2015년 베타 버전으로 시작돼 충분한 운영 기간을 통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전문적 글쓰기에 대한 이미지를 구축해왔다. '브런치북 프로젝트'는 카카오의 대표적인 창작자 지원 프로그램으로, 책 출간이라는 목표를 통해 창작자 생태계 성장에 기여하고 있다. 최근 진행된 12회차 프로젝트는 1만500편의 응모작을 기록하며 약 1,000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이밖에도 '마이 노트' 이벤트를 통해 브런치스토리 작가의 문장들 중 '올해의 나'를 표현하는 문장을 수집해 나만의 노트를 만드는 프로모션을 진행하며 사용자 유입 확대에 힘쓰고 있다.
카카오는 브런치북 프로젝트뿐 아니라 오프라인 행사를 열며 창작 문화를 확산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10월 성수동에서 열린 첫 오프라인 팝업스토어는 책을 테마로 ‘누구나 작가가 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며 1만명의 방문객을 이끌기도 했다. 카카오 브런치는 앞으로도 나만의 이야기에 전문성을 더해 창작자가 될 수 있다는 문화를 확산하겠다는 방침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사용자 규모에서 특정 연령 비중을 공식적으로 답하긴 어렵지만 지난 오프라인 행사에서 10대부터 5060세대까지 다양한 연령층에서 글쓰기 활동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걸 알 수 있었다"며 "창작 의욕을 높이고 활동을 응원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진행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