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부산물, 가축사료로 재활용 '일거다득'

2024-12-18     최나리 기자
▲경기 성남시에 위치한 현대그린푸드 스마트 푸드센터 전경. ⓒ현대백화점그룹

이마트,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등 12개 기업·기관 MOU 체결

규제샌드박스 활용 농식품 부산물 배출, 수집·운반, 사료화 등 협력

축산업 경쟁력 제고·음식물류폐기물 감축·환경 문제 해소 기대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정부가 기업들과 손잡고 지속가능한 환경을 위한 ‘농식품부산물의 고부가가치 사료자원화 시범사업’에 나선다. 식품의 제조·가공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식품부산물을 재활용해 고부가가치 축산사료의 원료로 생산하는 규제특례 실증화(규제샌드박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행한다는 목표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 농림축산식품부(농식품부), 이마트,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농협경제지주, 삼성웰스토리, 현대그린푸드, 삼성전자, 전국한우협회, 태백사료, 세창환경, 리코 등 12개 기업 및 기관 관계자들은 전날 서울 중구에 위치한 이마트 본사 15층에서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그간 농식품의 생산 및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양질의 부산물은 폐기물관리법 규제로 인해 음식물류폐기물로 처리돼 자원 활용에 제약이 있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규제샌드박스를 활용한다. 규제샌드박스는 신기술이나 신사업을 시도할 수 있도록 일정 조건에서 규제를 면제 및 유예해 주는 제도다.

이번 시범사업은 농식품 폐기물의 배출, 수집 및 운반, 사료 자원화 등 이행 단계별로 관련 주체들의 역할 분담으로 진행된다. 단체급식 사업장, 농식품 도매시장, 식품가공 업체 등에서 과채류와 식자재 부산물을 폐기물과 구분해 별도 배출하면, 전문 처리 업체가 수거해 사료공장을 통해 사료화한 후 최종적으로 한돈 및 한우 농가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환경부와 농식품부는 연간 약 11만6,000톤이 발생하는 식품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축산사료의 원료로 재활용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마련될 경우, 축산업 경쟁력 제고와 식품 부산물의 순환이용 및 음식물류폐기물 감축에도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세창환경 임근송 대표, 태백사료 조성용 대표,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 손봉희 본부장, 전국한우협회 민경천 회장, 농협경제지주 박서홍 대표, 농림축산식품부 박범수 차관, 환경부 이병화 차관, 이마트 한채양 대표, 삼성웰스토리 김헌 부사장, 현대그린푸드 이헌상 부사장, 삼성전자 하헌재 상무, 리코 김근호 대표(사진 왼쪽부터). ⓒ이마트

참여 유통기업 역할을 살펴보면 이마트는 후레쉬센터에서 발생하는 식품부산물을 사료화에 나선다. 크기가 기준치에 미달되거나 모양이 판매용으로 적합하지 않는 등, 기존 폐기물로 분류됐던 과일, 채소 부산물을 ‘화식 사료’로 만들어 국내 한우 농가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마트 후레쉬센터는 과일과 채소의 신선도를 유지하고자 냉동공조 시스템인 콜드체인을 적용하고 있어 부패 가능성이 현저히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이마트는 이러한 식품부산물을 화식사료 제조업체 태백사료에 제공해, 고품질의 사료로 재활용한다.

앞서 이마트는 지난 한해 지역 한우농가를 대상으로 약 48톤의 부산물을 사료로 시범 공급한 바 있다. 여기에 규제샌드박스 활용으로 이마트는 내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식품부산물 사료화에 돌입할 방침이다.

한채양 이마트 대표는 “이 협약은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중요한 첫 걸음”이라며 “환경 부담을 줄이면서 동시에 해외 사료 원료 의존도가 높은 우리 사료업계, 더 나아가 우리 축산 농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지속가능한 생산, 소비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웰스토리는 단체급식 사업장의 식자재 전 처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산물을 사료 자원으로 공급하는 배출원 역할을 맡게 된다.

이를 위해 삼성웰스토리가 운영하는 단체급식 사업장 중 8곳의 주요 대형급식사업장에서 발생하는 식자재 부산물을 향후 3년간 시범적으로 공급할 예정이다.

삼성웰스토리는 해당 협력을 통해 식품 폐기물을 감축하는 활동에서 더 나아가 폐기돼 왔던 식자재 부산물을 고부가가치 사료자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돼 실질적인 환경 문제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삼성웰스토리 관계자는 “음식물류 폐기물을 자원화하는 의미 있는 사업에 급식 대표기업으로 참여하게 돼 뜻 깊다”며 “이번 시범사업이 실질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식품 제조시설인 스마트 푸드센터에서 발생되는 자투리 농산물과 빵류 등을 모아 축산 사료 원료로 제공한다.

이 부산물은 전문 사료 제조업체가 건조·분쇄한 후 고품질 사료로 생산된 후 대한한돈협회를 통해 전국의 축산 농가에 공급될 예정이다.

현대그린푸드는 이번 자원순환 시범 사업으로 스마트 푸드센터에서 배출되는 음식물 폐기물을 40% 가량 줄이는 효과를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 관계자는 “본 협약이 농식품 생산과 유통 분야의 자원순환 모델을 구축하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음식물 폐기물을 감축하고 국내 축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