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이해 안 가는 한글과컴퓨터의 ‘모르쇠’

2024-12-16     방석현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최근 김연수 한글과컴퓨터 대표가 교통사고 후 미조치 혐의(뺑소니)로 벌금을 선고받았다. 지난해 7월 경기도 성남의 한 도로 안전지대에 주차된 승용차를 들이받고 필요한 조치를 하지 않은 채 현장을 떠난 혐의로 최근 법원으로부터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것이다. 

김 대표는 지난달 14일 이번 사건과 관련해 "사고 당시 동생의 유죄 사실을 듣고 과호흡이 심하게 와서 당혹스러운 상태였으며 폭우가 심해 전방 시야 확보도 어려운 상황에서 중앙차로 안전지대에 불법 주차된 차량과 접촉 사고를 냈다"고 해명했다. 그는 "사고 현장에서 응당 조치했어야 하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공식 사과했다. 

다만 김대표의 사고 경위가 좀 찜찜하다. 사고 당시 동생의 유죄 사실을 듣고 과호흡이 심하게 와서 당혹스러운 상태였다는 설명인데 김 대표의 동생이자 김상철 한컴 회장의 차남인 김병찬 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시점은 작년 12월로 기소되기도 전에 과호흡이 왔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컴그룹 계열사 이사 김병찬 씨는 수원고법 형사3-1부의 지난 11월 13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혐의로 징역 9년에 추징금 96억원을 구형받았다. 김  씨는 2021년 12월부터 2022년 6월까지 국내 가상자산 컨설팅 업자에게 가상자산 아로와나토큰 1,457만1,344개 매도를 의뢰한 뒤, 수수료 등을 공제한 정산금 80억3,000만여원 상당 이더리움과 비트코인을 김 씨 개인 전자지갑으로 전송받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다. 

김 씨가 검찰에 구속 기소된 시점은 지난해 12월로 경찰로부터 고소나 고발당한 이후 검찰이 수사했음을 감안하면 최초 경찰 수사 시점은 9월로 추측된다. 통상 검찰의 불고속 형사 사건은 2달 이내에 수사를 완료하고 검사는 접수된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수사를 완료해 기소여부를 결정한다. 이와 함께 김 씨의 비자금 조성을 주도한 혐의로 김 회장도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 회장이 아로와나토큰 비자금 조성 전반을 주도한 것으로 보고 올해 6월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법원에서 기각됐다. 경찰은 재판부에 의해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이후 보완 수사를 거쳐 김 회장을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2021년 8월부터 한컴 대표를 맡고 있는 김연수 대표가 동생과 아버지의 범죄행각을 지난 7월에야 알게 됐다는 점이 의아한 대목이다. 

한컴은 지난 9월 50대 직원이 투신 자살하는 사건도 벌어졌다. 이에 회사 측은 유서도 발견되지 않은 데다 경찰 조사 결과 범죄 혐의점을 찾지 못해 원인을 찾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따르면 한컴 직원으로 보이는 ㄱ씨는 “담당직무와 부서가 계속 바뀌어 회사의 방침이 무엇인지 모르겠다”고 적었다. 또다른 근무자로 보이는 ㄴ씨는 “현 오너에 의해 검증 없이 다수의 신사업 추진을 위한 M&A가 진행되고 있는 데다 회사가 직원들 동선과 PC 사용 기록도 체크하고 있어 어수선한 상황”이라고 썼다.  

종합해 보면 한컴은 회사 안팎으로 어수선한 상황임에도 연관성이 클 수도 있는 일련의 사건들을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유명 배우의 대사를 빌어 이 상황을 표현해 보면 “내가 모른다면 너희도 몰라야 되는 거야”라고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한컴도 다른 사람은 모두가 아는 ‘석연치 않음’을 인정하고 주위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한 때가 아닐까 한다. 

ⓒ방석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