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한 불 끈 SSG닷컴, 위험 불씨 여전
새로운 FI 올림푸스제일차, SSG닷컴 기업가치 3조원 책정
기업가치 대비 SSG닷컴 실적 부진 … 3분기순손실 429억원 '지속적자'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신세계그룹이 SSG닷컴의 새로운 재무적투자자(FI)를 찾으면서 급한 불은 껐지만 잠재적 위험 요소는 남아있다. 새로운 FI들이 책정한 계약조건을 이행하지 못하면 또 다시 계약 리스크가 수면 위로 오를 수 있어서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지난달 말 SSG닷컴의 신규 투자자 '올림푸스제일차'(SPC)와 새로운 주주간 계약을 맺었다.
올림푸스제일차는 KDB산업은행, 신한은행, NH투자증권 등 은행권 6곳과 증권사 4곳이 참여한 특수목적법인으로 기존 FI가 보유했던 SSG닷컴의 지분 30%를 양수하게 된다.
주주간 계약금액은 1조1,500억원이며 주식 양수도는 11월 26일 마무리했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계약 당시 "SSG닷컴은 이번 투자자 유치 성공으로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구축해 격변하는 이커머스 시장을 정면 돌파할 성장 동력을 강화하게 됐다"며 "수익성을 개선하고 플랫폼을 고도화해 기업가치를 제고하는 것은 물론 지속성장이 가능한 사업구조 혁신에도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SSG닷컴은 EBITDA(상각 전 영업이익) 개선 흐름에 주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에 따르면 SSG닷컴은 올해 3분기 EBITD 26억원을 기록해 3개 분기 연속 흑자(1~3분기 누적 101억원)를 달성한 가운데 4분기에도 수익성 개선 작업에 속도를 더해 연간 EBITDA 흑자 목표를 달성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잠재적 위험 부담은 여전히 남아있다. 기존 FI들과 맺은 풋옵션 계약은 해지됐으나 신규 투자자들의 계약 조건을 충족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신규 투자자 올림푸스제일차가 SSG닷컴의 지분 30%를 1조1,500억원에 양수할 당시 이들이 매긴 SSG닷컴의 기업가치는 3조원 이상으로 책정됐으나 실적과 재무 상황을 보면 녹록치 않다.
SSG닷컴은 지난 2019년 3월 출범 이후 한 번도 흑자를 내지 못했다. SSG닷컴은 2019년 818억원 적자를 시작으로 ▲2020년 469억원 ▲2021년 1,079억원 ▲2022년 1,111억원 ▲2023년 1,030억원 등 지난 5년간 4,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봤다. 올해 1분기는 139억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이마트 3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SSG닷컴의 분기순손실 429억원으로 전년동기(612억원) 대비 손실폭을 줄였으나 여전히 적자 상태다. 또, 3분기 매출 1조1,990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1조2,778억원 대비 6% 줄었다.
온라인쇼핑의 성장세가 내수부진으로 인해 둔화되고 있는 점도 악재다.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10월 온라인 거래액은 20조2,84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SSG닷컴의 최대 강점은 바로 오프라인 유통 강자인 이마트와 신세계가 든든한 뒷배가 되어준다는 점"이라며 "하지만 그룹과의 시너지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해 SSG닷컴만의 경쟁력이 충분히 살지 못한 것이 참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SSG닷컴이 경쟁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던 최적기는 신세계그룹이 계열사와 시너지 강화 차원에서 진행한 통합 멤버십 론칭 당시였다"며 "당시 대대적으로 계열사간 시너지를 발휘하겠다는 그룹 메시지를 시장에 전했지만 결국 SSG닷컴을 비롯해 계열사가 한데 시너지를 발휘하기 어려웠다. 단적인 예로 계열사 통합 앱도 하나 없지 않았나"고 언급했다.
이 같은 이커머스 시장 상황을 감안할 때 SSG닷컴은 FI의 투자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익제고에 절실하다. 업계 한 관계자는 SSG닷컴이 놓인 상황에 대해 "(SSG닷컴)은 급한 불은 껐지만 위험은 남아있다. 어차피 아쉬운 건 SSG닷컴이기에 FI가 리스크 방지를 위해 다양한 조건(독소조항)을 제시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수부진뿐 아니라 코로나19 이후 실적 베이스가 높아진 데다 이커머스 시장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어 실적 반등이 쉽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이어 "SSG닷컴은 음식료품 장보기 등 차별점이 있지만 다른 이커머스들도 이에 뛰어들면서 시장 경쟁이 치열해졌다"며 "비용을 줄이는 것이 실적 반등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봤다.
한편, 신세계그룹(이마트·신세계)은 SSG닷컴에 1조원을 투자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BRV캐피탈매니지먼트(FI)와 '풋옵션'을 두고 갈등을 벌였다. 풋옵션이란 특정상품을 특정시점 특정가격에 매도할 수 있는 권리다.
이 같은 풋옵션에 따라 FI들이 SSG닷컴에 투자하는 시점에서 SSG닷컴이 일정 수준 이상의 총거래액(GMV)을 달성하지 못하거나 기업공개(IPO)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신세계그룹이 웃돈을 주고 SSG닷컴의 지분을 사가야 하는 처지였다.
이는 신세계그룹에게 부담인 셈으로, 이 때문에 풋옵션을 두고 신세계그룹과 FI들의 간 갈등이 고조됐다.
이후 지난 6월 신세계그룹은 FI 보유 지분 매매에 대해 FI와 합의를 완료했다. 계약에 따르면 FI는 보유중인 SSG닷컴 보통주 131만6,492주 전부를 2024년 12월31일까지 신세계그룹이 지정하는 단수 또는 복수의 제3자에게 매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