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유통 10대 뉴스] 내수부진 심화…온·오프라인 “다 힘들다”

2024-12-31     박현주 기자
ⓒ어도비스톡

올해 내수부진이 지난해보다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유통업계는 온·오프라인 가릴 것 없이 수익악화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를 대변하듯 관련 기업들은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연말 비상계엄 이슈로 인해 시장 변동성이 더욱 크게 확대되면서 유통업계의 회복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지난해 이어 올해도 유통업계는 고물가·고금리·고환율로 인한 3고 현상이 장기화되면서 경기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11월 국내 경제전망에 따르면 올해 GDP성장률은 2.2%, 내년 1.9%로 전망됐다. 한국은행은 "내수 회복흐름이 완만한 가운데 주력업종에서 주요국과의 경쟁 심화,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으로 수출 증가세가 예상보다 낮아지는 점을 반영해 올해와 내년 각각 0.2%포인트(p) 하향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내수부진도 심화되고 있다. 민간소비 성장률은 1.2%로 전년동기(1.8%) 대비 0.6%p 떨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연간 민간소비 성장률은 지난 8월 전망치(1.4%) 대비 0.2% 하향조정되기도 했다.

내년에도 고물가 상황이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 내수시장 회복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을 1.9%로 전망하면서, "유가 하락, 제한적인 수요 등으로 올해 8월 전망 대비 0.2%p 하향했다. 이는 지정학적 리스크, 환율 움직임, 국내외 경기흐름 등 불확실성이 상존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온·오프라인 유통업체 모두 성장 둔화

올해 유통업계는 온라인, 오프라인 기업 가릴 것 없이 경영 환경이 악화하면서 침체기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프라인 시장은 고금리 현상으로 임대료 부담이 커지고, 시장 위축으로 인해 많은 매장들이 문을 닫고 있다.

대형 마트 실적은 눈에 띄게 감소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2024년 10월 주요유통업체 매출동향'에 따르면 편의점(3.7%)과 준대규모점포(7.1%)의 매출은 증가한 반면 대형마트(-3.4%)와 백화점(-2.6%)의 매출은 감소했다.

온라인 유통기업도 고전하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 10월 온라인 쇼핑동향에 따르면, 온라인 거래액은 20조2,845억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는 2017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률이다. 

이를 방증하듯 올해 기업공개(IPO)에 성공한 온라인 업체는 전무했다. 올해 상반기 쓱(SSG)닷컴은 IPO를 달성하지 못해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11번가, 컬리 등도 적자 폭이 확대되면서 IPO를 성사시키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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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부진 속 유통기업 다수 희망퇴직 실시

올해 찬바람이 불고 있는 유통가에서는 기업들의 희망퇴직 시행이 이어졌다. 희망퇴직은 기업이 경영 효율화의 일환으로 진행하는 인력 줄이기다.

유통업계 쌍두마차 롯데그룹과 신세계그룹도 계열사별로 대규모 희망퇴직을 진행했다. 롯데그룹은 6월 롯데온· 8월 롯데면세점·10월 세븐일레븐·11월 롯데호텔앤리조트에서 희망퇴직이 시행됐으며, 신세계그룹은 3월 이마트·6월 이마트에브리데이·7월 SSG닷컴·9월 지(G)마켓·11월 신세계디에프가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 외에 8월 요기요, 10월 오비맥주 등도 인력 감축에 나섰다.

이마트와 롯데온은 12월 한번 더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이마트는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입사일 기준 2010년 1월 1일 이전), 밴드4(대리)∼밴드5(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입사일 기준 2015년 1월 1일 이전)인 직원 대상으로 진행했다. 롯데온은 근속 2년 이상 직원으로 2022년 12월 13일 이전 입사자까지 신청 가능하도록 했으며 희망 퇴직자에게 6개월 치 급여를 일시금으로 지급했다. 롯데온 관계자는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시행하게 됐다"며 "퇴직을 희망하는 직원 입장에 서서 필요한 부분을 적극 지원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알리·테무 등 불공정 약관조항 유형. ⓒ공정거래위원회

◆C커머스 대두…초저가 공세 속 위해제품 등 문제 여전

올해 이커머스 업계에선 신조어가 생겼다. 바로 중국(China) 이커머스 업체를 카르키는 'C커머스'다. 대표적으로 알리익스프레스(이하 알리)와 테무 등이 있다.

올해 초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 이들은 빠르게 국내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올해 10월 기준 월간 활성 이용자 수(MAU)는 쿠팡(3,203만명) >알리(904만명) >11번가(744만명) >테무(679만명) >G마켓(528만명) 순이다. 알리·테무 합산 이용자 수는 1,600만명에 이른다. 국민 3명 중 1명 꼴로 중국 이커머스 서비스를 이용한 것이다.

C커머스 기업이 국내 진출을 본격화한 이유는 바로 자국 시장(중국)의 불황이 영향을 미쳤다. C커머스 기업들은 중국 내 쌓이는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해외시장을 활용하고 있다.

이들은 모기업의 막강한 자본을 앞세워 국내 시장 장악력 확대에 나섰다.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은 한국에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 3년간 11억

달러(약 1조4,000억원)를 투자하는 내용을 담은 사업계획서를 올해 3월 한국 정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생산 인프라와 저렴한 노동력 기반의 원가절감을 통해 '초저가'를 무기삼아 국내 소비자의 구매심리를 자극했다. 중국자본의 위세에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됐다.

문제는 C커머스 기업들이 국내 시장에서 점유율이 확대될수록 제품의 질은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알리·테무 등이 판매하는 제품이 짝퉁 논란에서 자유롭지 못했고, 최근 일부 제품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이에 공정거래위원회는 해외 온라인플랫폼을 통한 위해제품의 국내 유통을 차단하고자 5월 알리·테무와 자율 제품안전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10월 31일까지 알리·테무의 위해제품으로 판매차단 조치가 이뤄진 건수는 총 1,915건에 달한다.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7월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국회방송

​◆이커머스 시장 뒤흔든 '티메프' 사태

올해 국내 이커머스 시장을 흔드는 대형 악재가 발생하며 시장의 주목을 끌었다.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이하 티메프)의 대규모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가 터진 것이다. 티메프는 올해 7월 싱가포르에서 설립된 한국계 이커머스 기업 큐텐그룹 산하 플랫폼업체다.

이번 사태는 소비자가 티메프를 통해 구매한 여행 상품이 갑자기 취소되고 환불받지 못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판매대금을 돌려받지 못한 여행 플랫폼, 가전업체와 환불처리를 떠앉게 된 카드·PG사 등으로 피해가 확산됐다. 피해자 약 33만명, 피해액 합계 1조5,95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티메프 사태는 급격히 성장한 온라인 중개거래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왔다. 이커머스 거래는 소비자 입장에서 실물거래가 아닌 만큼 거래에서 높은 신뢰를 요구한다. 이 사태로 이커머스 거래의 신뢰성이 흠집난 것이다. 소상공인 보호를 위한 제도보완의 필요성도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0월 티메프 사태의 재발을 원천 방지하고 온라인 중개거래 시장의 공정성을 회복하기 위한 대규모유통업에서의 거래 공정화에 관한 법률 개정방안을 밝혔다. 플랫폼 혁신과 성장 저해 우려를 고려하면서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판매대금 정산 주기 단축, 대금 안전관리 의무화 등이 주요 골자다.

티메프 사태는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나스닥 상장을 위해 무리한 몸집 불리기식 인수를 진행하면서 시작됐다. 검찰은 구 대표, 류광진 티몬 대표, 류화현 위메프 대표 등에 대해 1조8,500억원 상당의 판매자 정산대금을 편취했다고 보고있다. 또한 큐익스프레스 나스닥 상장을 위해 일감 몰아주기 과정에서 티몬·위메프·인터파크커머스 등에 상품권 할인 등 각종 비용을 부담시켜 727억원 손해를 끼쳤다. 검찰은 12월 3명의 대표 등 총 10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티메프 피해자들은 구속영장 기각 당시 이를 규탄하고 재수사를 요청하고 있다. 티메프 피해자들은 "구영배는 사건 초창기부터 사재를 털어서 현 상태를 타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사재는 커녕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KCCW(K-Commerce Center for World) 법인 설립에 자금을 투입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박현주 기자

◆화근 된 배달비 '0원'... 지지부진한 상생

올해 배달플랫폼(이하 배달앱)과 배달앱에 입점한 업체들간의 수수료 갈등이 수그러들지 않으면서 논란을 낳았다.

수수료 갈등의 배경은 배달의민족·쿠팡이츠·요기요 등 배달앱들이 내건 배달비 '0원'이 화근이 됐다. 배달앱이 소비자들에게서 받지 않겠다던 배달비를 입점업체에게 전가해 이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입점업체들이 호소하는 비용 부담으로 인상된 배달중개수수료가 화두가 됐다.

이에 10월 국정감사에서는 배달중개수수료를 비롯해 배달앱과 입점업체간의 '갑을'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공정한 행위들과 관련해 집중질의가 이뤄졌다.

쿠팡이츠에 대해서는 본사(쿠팡)의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배달앱 생태계를 교란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쿠팡이츠가 2022년 주문건당 9.8%의 중개 수수료를 도입하면서 배달의민족이 수수료를 올렸고 쿠팡이츠가 올해 무료배달 멤버십을 내놓자 배달의민족이 무료배달 멤버십 배민클럽을 내놓았다는 점에서다.

배달의민족에 대해서는 배달앱 시장에서 점유율 1위라 우월한 지위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갑질에 대해 문책이 이뤄졌다. 모기업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가가 유럽연합 반독점법 위반으로 인해 수천억원대의 벌금을 물어야 할 상황이 되자 국내 배달중개수수료를 인상한 것 아니냐는 질책도 따랐다.

이와 관련 앞선 7월부터 정부합동 배달앱·입점업체간 상생협의체가 구성되고 배달중개수수료 부담 완화 등을 주요 골자로 논의를 진행했다. 배달의민족은 입점업체의 매출액에 따라 최저 2.0%에서 최고 9.8%에 이르는 차등수수료율을 적용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고 쿠팡이츠는 수수료율을 기존 9.8%에서 5.0%까지 내리겠다는 안을 냈다. 하지만 입점업체들은 2.0~5.0% 차등수수료율안을 배달앱에게 제시했다. 7월~10월 내내 협상이 이뤄졌으나 입장차로 지지부진했고 11월에 이르러서 합의점이 도출됐다.

배달의민족·쿠팡이츠의 수수료를 기존 음식값의 9.8%에서 거래액 기준으로 2.0∼7.8%로 차등 적용하기로 결정했다. 거래액 상위 0∼35%는 7.8%, 중위 35∼80%는 6.8%, 하위 80∼100%는 2.0%를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배달중개수수료를 내리고 차등 적용하는 대신 입점업체로부터 받는 배달비를 높여 '반쪽자리 상생'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입점업체가 부담하는 배달비는 거래액에 따라 최대 500원 오르게 됐다.

▲정용진 신세계그룹 회장 ⓒ 신세계

◆ 정용진 회장 승진…이마트 구조조정

올해 신세계그룹의 최대 이슈는 오너 일가 2세의 회장 승진과 계열사 이마트의 구조조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정용진 회장을 중심으로, ㈜신세계는 정유경 회장이 전면에 나서면서 '투톱체제'로 전환했다. 정용진 회장은 지난 3월 8일 신세계그룹 회장으로 승진했다. 정 회장은 지난 2006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된 지 18년 만에 회장 직으로 승진한 것이다.

이어 신세계그룹은 지난 10월 30일 정기 임원인사를 통해 정유경 총괄사장이 신세계 회장으로 승진한다고 밝혔다. 지난 2015년 12월 신세계 총괄사장으로 승진한 지 9년 만이다. 정유경 회장은 앞으로 백화점 부문을 진두지휘하게 된다.  이로서 신세계그룹은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의 계열 분리를 공식화했다. 지난 2019년 계열 분리 작업을 시작한 후 5년 만이다. 

다만 신세계그룹은 유례없는 실적 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다. 최근 이마트가 지난 3월에 이어  이달 중 두 번째 희망퇴직을 추진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지난 6일 오후 사내 게시판에 희망퇴직 안내문을 공지했다. 희망퇴직 신청 대상은 밴드1(수석부장)~밴드3(과장) 인력 중 근속 15년 이상, 밴드4(대리)~밴드5(사원) 인력 중 근속 10년 이상인 직원이다. 업계에서는 1차 희망퇴직이 영업적자에 대응한 조치였다면, 2차 희망퇴직은 조직 전반의 세대교체 및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롯데 등 오너 3·4세 빠른 승진…신사업서 역할 부각

유통가 오너 3·4세들이 1년 안팎 만에 '초고속' 승진하는 추세인 가운데 올해는 그룹의 '신사업'을 이끌 오너 3·4세들의 역할이 부각됐다.

인공지능(AI) 도래 등 시대가 급변하고 내수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난 속에서 그룹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신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한 만큼 이들 오너 3·4세들은 바이오·글로벌·디지털 등의 신사업을 진두 지휘할 책임자로서의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롯데그룹 3세 신유열 롯데지주 미래성장실장 부사장(1986년생)은 올해 인사에서 지난해 전무로 승진한 지 1년 만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신 부사장은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을 겸직하고도 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는 2022년 6월 설립된 위탁개발생산(CDMO) 회사로, 지난해 영업이익 265억원으로 전년 영업손실 222억원에서 흑자전환했으나 롯데지주 올해 3분기 공시에 따르면 분기순손실 200억원으로 전기(567억원)에서 적자전환했다. 롯데그룹의 신사업으로 꼽히는 '바이오'를 진두지휘할 신 부사장의 어깨가 무겁다.

오리온그룹 3세 담서원 경영관리담당 상무(1989년생)는 전무로 초고속 승진했다. 입사한지 3년 5개월만에 전무 자리까지 오른 것이다. 

담 신임 전무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오너 2세 이화경 부회장 부부의 장남이다. 그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21년 오리온 경영관리파트 수석부장으로 입사했다.

그는 그룹의 사업전략 수립과 관리와 글로벌 사업 지원, 신수종 사업 등 경영전반에 걸친 실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또 올해 계열사로 편입된 리가켐바이오의 사내이사로서 주요 의사결정에 직접 참여하고 있다

CJ그룹 4세 이선호 CJ제일제당 식품성장추진실장(1990년생)은 지난 2022년 당시 담당에서 지난해 실장으로 1년 만에 승진했다. 이 실장은 CJ제일제당 글로벌 식품 사업 등을 총괄하고 있다. 최근 CJ제일제당은 헝가리·미국 생산 공장 설립에 8,000억원을 투자하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공시를 통해 바이오사업에 대한 다양한 전략적 방안을 검토 중에 있다고도 했다. 식품의 경우 내수부진·원가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가운데 비비고 등 K식품 브랜드를 필두로 성과를 지속하면서 내수를 벗어나 글로벌 사업을 더욱 확장하는 데 이 실장의 역할이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농심 3세 신상열 미래사업실장 전무(1993년생)는 이번 인사에서 상무에 오른 지 1년 만에 전무로 승진했다. 신 전무는 올해 1월 미래사업실을 이끌며 농심의 신사업 발굴, M&A 업무 등을 맡아왔다. 농심이 내년 창립 60주년을 맞는 만큼 그동안 라면·스낵 위주의 성장을 이뤄왔다면 앞으로 또다른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중요해졌다. 미래사업실은 농심의 신사업 연구개발과 비전수립 등이 이뤄지는 곳이다. 농심의 3대 신사업으로는 건강기능식품(이하 건기식)·스마트팜·비건이 꼽히고 있다.

삼양식품 3세 전병우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 상무(1994년생)는 지난해 10월 상무로 승진하면서 입사 1년 만에 임원을 맡게됐다. 그는 삼양라운드스퀘어 전략총괄과 삼양식품 신사업본부장을 맡아 겸직하고 있다. 지난해 9월 삼양라운드스퀘어 비전 선포식에서 마이크로바이옴 연구를 통한 맞춤형 식품 개발과 식물성 단백질, 탄소 저감 사업 역량 집중 등을 제시했다. 

▲K푸드. ⓒ각 사

​◆ 내수부진 속 한줄기 희망 'K'

유통가는 내수경기 악화 속 글로벌 사업으로 위기 돌파를 모색하고 있다. 특히 해외에서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에 따라 K푸드·K뷰티 등이 활약하고 있다.

K푸드의 경우 농심 신라면(ShinRamen), 롯데웰푸드 빼빼로(PEPERO)​, 삼양식품 불닭(Buldak), CJ제일제당 비비고(bibigo), 오리온 초코파이 정(情), 풀무원 두부바(Tofu Bar) 등이다. 전세계적으로 K콘텐츠 열풍으로 K푸드도 직간접적인  수혜를 받게 됐다.

K뷰티는 인디브랜드(중소기업 화장품 브랜드)들이 국내외 입소문을 타며 존재감을 넓혔다. 대표적인 브랜드로는 스킨1004·조선미녀·마녀공장·코스알엑스 등이 있다. 국내 H&B 시장에서 큰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CJ올리브영의 매출에서 외국인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중기브랜드'의 매출이 8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K뷰티의 글로벌 성장 배경은 K문화(한류문화)열풍이 큰 영향을 미쳤다. 게다가 인스타 등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발달은 해외 소비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올해 K트렌드와 관련해 새로운 부흥 조짐으로 K소주도 언급됐다. 특히 소주를 중심으로 수출액이 늘고 있는 가운데 롯데칠성음료 처음처럼, 하이트진로 진로가 꼽힌다. 오비맥주도 올해 제주소주를 인수했다. 이들 업체는 치열한 국내 주류시장을 넘어 해외진출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K치킨 트렌드에 힘입어 국내 대표 치킨 프랜차이즈 교촌, BBQ, bhc 등은 해외 매장을 점진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12월 10일 오후 1시 명동상권에 있는 음식점이 즐비한 골목 전경.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박현주 기자

​◆유통가, 올해 최후 고비 '계엄'… 중장기 부담 예의주시

12월 3일 계엄선포·해제 이후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면서 유통업계는 정치적 불확실성에 따른 악재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유통업계 측은 이 같은 정치적 혼란이 지속될 경우 시장 위축은 불가피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현재 해외 일부 국가에서 한국을 위험국가로 지정하면서 여행·호텔·외식업계는 비상이 걸렸다. 외국인 비중이 큰 지역 상권이 위축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또한 트럼프집권과 계엄사태로 인해 강달러·고환율 기조가 장기간 지속되는 것도 유통업계로선 악재다. 또한 수입 식자재 비용 부담이 큰 식품제조업계는 벌써부터 가격 인상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내년까지 소비 한파가 몰아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계엄 이후 취약계층으로 분류되는 소상공인들의 매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증권업계는 정치적 혼란 상황이 장기간 수습되지 못한다면 유통시장 전체가 수익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유통가 밸류업 계획 선포…주주환원 확대·수익 강화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이 '기업가치 제고계획'(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다.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과 배당금을 확대하겠다는 게 주요 골자다. 올해 유통가에서는 동원그룹, 롯데지주, LG생활건강, GS리테일, KT&G 등이 밸류업계획을 발표했다. 특히 주주환원 확대, 자본효율성 제고에 초점을 뒀다.

동원그룹의 지주사 동원산업은 연 1회 실시하던 현금 배당을 내년부터 연 2회 지급하기로 했다. 이어 동원상업은 지난해 17.6%였던 배당성향을 30%까지 점진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동업산업은 적은 유통 주식 수를 늘리기 위해 무상증자 또는 주식배당을 지속적으로 실시할 예정이다. 

롯데쇼핑은 2026년까지 3개년에 걸쳐 주주환원율을 현재 30% 수준에서 35%로 확대하고 상장 이후 처음으로 주당 3,500원의 최소 배당금 정책을 시행한다. 또, 배당절차를 개선해 현재 절차인 '기말 이후 배당액 확정' 방식을 '선(先) 배당액, 후(後) 배당 기준일 확정' 방식으로 전환한다. 롯데쇼핑은 본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마켓 리더십 강화, 그로서리 사업 가속화, 이커머스 사업 최적화, 자회사 턴어라운드 달성 등의 핵심 추진전략도 내놨다. 해외사업 강화, 리테일 테크 기업으로의 전환 등 신성장 동력 사업도 가속화해 나갈 방침이다.

​LG생활건강은 향후 3년간 3,014억원 규모 자사주 전량 소각 계획을 발표했다. 주주환원 강화 방안으로 현재 보유 중인 자사주 보통주 95만8,412주와 우선주 3,438주를 내년부터 2027년까지 3년간 전량 소각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LG생활건강은 내년 지급분부터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한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사업을 기반으로 2030년 매출 10조원을 달성하고 영업이익률은 지난해 7% 수준에서 2030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GS리테일은 리테일부문과 호텔을 인적분할하면서 본업에 집중하겠다는 밸류업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12월 GS리테일의 자회사 파르나스호텔을 주축으로 한 GS P&L을 공식 출범했다. GS P&L은 파르나스호텔과 식자재가공업 전문 기업인 후레쉬미트를 자회사로 둔 지주회사로, 호텔 사업의 경쟁력 확보와 본업과의 시너지를 도모하기 위한 사업 확장 관련 컨트롤 타워 역할을 한다. GS리테일은 앞서 랄라블라·GS프레시몰 등 부진 사업을 정리한 것에 이어 이번 인적분할을 통해 편의점·홈쇼핑·슈퍼마켓 중심의 우량 유통사업을 꾸리고 GS P&L의 호텔업과 식자재가공업을 통한 사업 시너지를 꾀할 수 있게 됐다. 분할과 동시에 자사주 전량에 해당하는 127만9,666주(약 1.2% 해당)를 소각함으로 주당 가치를 제고하면서 각 회사 별 배당 성향을 40% 이상의 현재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KT&G는 글로벌 탑티어로 도약하겠다는 ROE 제고 계획과 함께 배당확대를 통한 주주환원 강화에 힘쓸 것을 선포했다. KT&G는 2027년까지 ROE를 현재 10%수준에서 1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KT&G는 본업 중심의 수익성 향상을 위해 회사의 3대 핵심사업(해외궐련·NGP·건기식)을 축으로 각 사업 내 중점 영역을 구체화하고 지속적인 확장을 통해 사업운영을 고도화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