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사, 수장 교체 릴레이
올해 하반기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사 중 4개사 수장 교체
현대건설과 DL이앤씨 주택 전문가, 현대엔지니어링 재무 전문가
"건설업 위기감 여전…수주 사업 비중, 업황, 실적 등 인사 영향"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시공능력평가 상위 5개 건설사(삼성물산·현대건설·대우건설·현대엔지니어링·DL이앤씨) 중 삼성물산을 제외한 4개 건설사가 모두 올해 하반기에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이에 따라 내년 건설업계에 새 바람이 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주목할 점은 대부분의 건설사가 핵심사업인 주택업을 강화할 전문가 또는 불확실한 대외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재무 전문가로 대표를 바꿨다는 것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최근 새 대표를 내정한 곳은 현대차그룹 계열사인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이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5일 건설업 불황에 따른 위기극복 및 근본적 체질개선 가속화를 위해 이한우 현대건설 부사장과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에 내정한다고 밝혔다.
이 부사장은 1970년생으로 첫 1970년대생 대표이사다. 서울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현대건설에 1994년 입사 후 ▲건축기획실장(상무) ▲건축주택지원실장(상무) ▲전략기획사업부장(상무) ▲주택사업본부장(전무)를 역임했다. 주택과 건설현장, 전략·기획에도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새 대표이사 선임을 계기로 현대건설은 ‘도전정신’으로 상징되는 그룹 헤리티지를 지속 계승하는 동시에, 미래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데 더욱 주력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엔지니어링 대표이사에는 주우정 기아 재경본부장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 새 대표이사에 내정됐다.
주 사장은 1964년생으로 서강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현대제철에서 재무관리실장(상무), 원가관리실장(상무), 경영관리실장(상무) 등을 맡은 바 있다. 이후 기아차에서 재경본부장(부사장·전무)을 지냈다.
주 사장은 특히 그룹 내 대표적 재무 전문가로, 기아 창사 이래 최고 실적 달성에 기여한 핵심 인물로 꼽힌다. 이번 보임을 통해 현대엔지니어링 실적 부진 타개와 함께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한 조직 전반의 체질 개선을 가속화할 예정이다.
DL이앤씨도 지난 8월 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고 박상신 주택사업본부장을 신임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박 대표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DL건설 전신인 삼호에 입사했다. 삼호 경영혁신본부장을 역임하고 고려개발과 대림산업(현재 DL이앤씨), 진흥기업에서 대표로 지낸 바 있다. 박상신 대표 또한 선임 당시 그룹에 대한 높은 이해도와 함께 주택사업 경험이 풍부한 전문가라는 평가받았다.
대우건설은 대우건설 인수 당시 과정을 총괄한 김보현 총괄부사장을 새 대표로 지난 5일 내정했다. 김보현 총괄부사장은 다음달 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될 예정이다.
김 총괄부사장은 1966년생으로 대한민국 공군 준장으로 예편 뒤 2021년 대우건설 인수단장을 맡아 중흥그룹의 대우건설 인수 과정을 총괄했다. 지난 2022년에는 대우건설이 중흥그룹에 편입된 후 대우건설 고문직을 1년간 역임하고 이듬해와 올해 총괄부사장으로 국내외 현장 및 사업에 대한 경험을 쌓았다. 김 부사장이 군에서 오랜기간 신속한 의사결정과 조직을 지위한 경험이 풍부해 조직을 살필 역량이 풍부하다고 대우건설은 설명했다.
올해는 이들 건설사 외에도 업계에서 새 대표 선임이 잦았다. 올해 3월 포스코이앤씨가 재무전문가인 전중선 포스코홀딩스 사장을 대표로 교체했고, SK에코플랜트는 5월 SK E&S에서 재무부문장을 맡고 있던 김형근 사장을 선임했다. 또 태영건설, KCC건설, HJ중공업 건설부문 등 다수 건설사가 대표를 교체했다.
건설사들은 건설업황이 올해 내내 좋지 않았던 만큼 건설업계가 인적쇄신으로 경영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 인사가 나지 않은 곳도 있다. 시평 1위인 삼성물산의 경우 오세철 사장이 2021년 취임 후 첫 3년 임기를 마무리하고 올해 연임 기간을 보내고 있다. 오사장의 임기는 2027년 3월까지다.
건설사 한 관계자는 "올해 다수의 건설사가 작년보다 이르게 사장단 인사에 나섰는데 이는 내년에도 건설업에 대한 전망이 좋지 않은 만큼 회사마다 인사를 서둘러 경영계획을 수립해 대응력을 높이고 신임 대표 의사결정력에 힘을 실으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주택업은 비중 자체가 높은 중요 사업이기 때문에 올해 업황이 좋지 않았다해도 놓을 수 없는 사업부문이며 오히려 개선이나 성장이 필요한 부문이기에 힘을 실을 필요가 있고 부정적인 건설경기엔 재무관리, 리스크를 줄이는 수장의 역할도 중요해 관련 인물의 선임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된다"고 진단했다.
또다른 건설사 관계자는 "삼성물산은 그룹인사 기조에 영향을 받겠지만 별도로 봤을 때 그룹에서 주는 하이테크 일감이 줄면서 최근 주택업에 힘을 실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전까지 삼성물산 실적이 좋았던 점을 미뤄보면 오세철 사장의 연임이 무리가 없을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일각에서는 그룹사 일감 부진으로 포트폴리오가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정비사업이나 주택업에 전문성을 둔 새로운 인물이 선임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