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5 손보사, 올 3분기까지 순익 ‘6.7조’
삼성화재·DB손보·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보 등
장기보장성 판매 주효…“무·저해지 상품 변수될 것”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빅5 손해보험사가 올해 3분기 누적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장기보장성 상품의 판매가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화재의 경우 이른바 ‘초격차’로 다른 손보사를 압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최근 금융당국이 제시한 무·저해지 보험 해지율 모형이 연말 결산부터 반영된다면 실적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무·저해지 보험은 납입 기간 중 해약하면 환급금이 없거나 적은 상품이다. 소비자에게 다소 불리한 듯하지만, 대신 보험료가 20~30% 가량 저렴하다. 2015년 출시 이후 손보사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무·저해지 보험을 해지하면 고객에게는 손실이지만 보험사의 경우 해지율 가정을 높게 할수록 보험계약마진 확보율이 높아진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빅5 손보사(삼성화재·DB손해보험·메리츠화재·현대해상·KB손해보험)는 사상 최대인 6조6,916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다.
손보사별로는 삼성화재가 3분기까지 별도기준 1조8,344억원의 순익을 내며 업계 1위를 수성했다. 규모로 따지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7% 증가한 액수다. 같은 기간 DB손보는 1년 전보다 23.7% 늘어난 1조5,780억원을 기록했다. 메리츠화재는 1년 새 15.2% 증가한 1조4,928억원의 순익을 올렸다. 현대해상은 1년 전보다 33.1% 늘어난 1조464억원으로 나타났다. 이외에 KB손보의 순익은 금융지주 연결기준 7,4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8.8% 늘었다.
◆ 손보사, 호실적 ‘보장성 판매’…올해 연말 무·저해지 상품 ‘악재’
손보사들의 역대급 실적을 기록한 것은 장기 보장성보험 판매에 집중했기 때문이다. 판매가 늘고 손해율이 관리되면서 전반적인 수익이 증가했고, 순이익 확대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장기 보장성보험은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보험사의 중요한 수익성 지표로 자리 잡은 보험계약마진(CSM)을 늘릴 수 있다. CSM은 보험사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통해 미래에 벌어들일 수 있는 수익이다.
실제 삼성화재의 3분기말 CSM은 14조1,813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8,785억원 증가했다. DB손보와 메리츠화재의 3분기말 CSM도 지난해 말보다 각각 1조226억원, 1,700억원 늘어난 13조1,750억원, 10조6,417억원이다. 현대해상의 3분기말 CSM은 9조3,215억원, KB손해보험은 9조3,050억원이다.
문제는 보장성 상품 중 무·저해지 보험의 판매증가다.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이 무·저해지 보험의 해지율을 자의적으로 높게 가정해 보험계약마진을 부풀렸다고 진단하고 향후 해지율 산출 시 적용해야 할 원칙모형을 제시했다. 고객입장에선 보험료가 저렴한 대신 무·저해지 보험을 중도 해지할 경우 돌려받을 수 있는 보험금이 없거나 매우 적다.
이러한 특징에 실제 해지율이 낮을 것으로 예상됨에도 보험사들은 경험통계 부재를 이유로 완납 직전까지 높은 해지율을 가정했다. 이런 비합리적 가정을 전제로 무·저해지 상품의 수익성이 산출되면서 마진을 비정상적으로 높게 책정했다는 것이 금융당국의 시각이다.
이미 메리츠화재는 올해 3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원칙모형을 채택하겠다고 했고, 삼성화재와 DB손보·현대해상도 원칙모형으로 가닥을 잡았다.
금융권 관계자는 “무·저해지 상품의 해지율에 대해 원칙모형을 적용할 경우 CSM이 1,000억원 내외로 줄어들고 자본비율(K-ICS·킥스)이 1~2%포인트 낮아질 것”이라며 “실적 변화는 구체적으로 각 사가 판매한 무·저해지 상품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