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시멘트업계, 시멘트 가격 두고 이견 '여전'

2024-11-06     박은영 기자
ⓒ픽사베이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 두번째 회의

건설업계 “유연탄 가격 내렸으니 인하해야”

시멘트업계 “전기료 인상돼 가격 못 내려”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정부가 시멘트를 포함한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를 위한 ‘건설자재 수급 안정화 협의체’(이하 협의체)를 통해 시멘트 가격 및 수급 안정화 협상을 이어가기로 했다. 하지만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시멘트 가격을 두고 이견차가 커 난항이 예상된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4일 두번째 열린 협의체 회의에서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가 수급 방안과 가격 협의에 대해 논의했지만 진전된 내용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먼저 건설업계는 시멘트 생산 원료인 유연탄의 가격이 내렸으니 시멘트 단가도 낮아져야한다고 했다. 하지만 시멘트 업계는 건설경기 장기 침체로 시멘트 출하량 감소와 전기가격 인상 등을 이유로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멘트 가격은 2021년 6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총 4차례 가격이 올랐다. 2020년 말 기준 1톤당 평균 7만5,000원이었던 시멘트 가격은 현재 약 11만5,000원대다.

건설업계는 시멘트 제조 원가 중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하는 유연탄 가격이 안정됐기에 시멘트 가격에도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 또 건자재 중 거의 유일하게 시멘트만이 대표적인 내수 자재에 꼽히며 일부 업체에 집중돼 있기 때문에 수출에도 길을 열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시멘트 제조원가는 통상 소성연료인 유연탄이 30% 비중을 차지한다. 이어 소성로 등 설비를 가동하기 위한 전력비가 20%를 차지한다. 원가 구조상 전력비와 연료인 유연탄 비중이 다른 제조업에 비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유연탄 가격은 유가하락과 계절성 수요 둔화 영향으로 최근 안정세를 보이는 모습이다. 한국해광업공단이 지난 4일 발표한 주요 광물가격동향에 따르면 유연탄(연료탄)은 10월 5주 전주(145.28달러) 대비 0.4% 하락하며 톤장 144.75달러를 기록했다. 2022년 연평균 348.65달러, 2023년 연평균 173.32달러를 기록했던 데 비해 안정된 가격이다.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시멘트 가격이 잇달아 올라 공사 수익성이 악화됐지만 분양가도 높아지는 만큼 분양성도 악화됐다. 공사를 발주하는 입장에서도 가격에 보수적이기 때문에 수주 환경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제조원가가 내려갔으면 제품 가격을 내리는 게 맞지만 계속 높은 가격을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정부가 협의체를 통해 시멘트 가격에 대한 압박을 나서는 것은 건설업계 뿐 아니라 높은 분양가에 주택을 구매하는 등 일반 소비자도 영향을 받기에 그만큼 여파가 크다고 보기 때문”이라며 “출하량이 줄어드는 등 시장 수요가 줄었다면 그만큼 시장 가격을 내려야한다”고 했다.

이에 시멘트업계는 유연탄 가격 안정은 됐지만 전기료가 인상됐고 지속적인 건설경기 침체로 출하량 감소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가격을 조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멘트업계에서는 올해 시멘트 출하량이 10년간 출하량 중 최저점을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시멘트협회의 시멘트 수급전망 조사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시멘트 출하(내수)는 3,222만톤으로 전년 같은 기간(3,698만톤)에 비해 약 13%(476만톤) 감소했다. 이 같은 추세를 감안하면 올해 내수 총출하량은 4,400만톤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건설경기 침체로 수주가 줄어든 만큼 착공과 인허가가 줄었고 이로 인한 시멘트 판매량도 감소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연간 건설수주액은 2022년 216조원이었으나 지난해 176조원으로 줄었고 올해는 지난 8월까지 109억원이 수주됐다. 또 착공면적은 2022년 1억1,100만㎡이었던 데 비해 2023년 7,600만㎡으로 줄었고 올해는 5,100만㎡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시멘트협회는 “극성수기에 해당하는 3분기에 판매량이 두자릿수에 가깝게 줄었고 내수 부진에 따른 재고 증가로 일부 생산설비에 대한 가동 중단까지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며 “건설경기 침체로 생산량의 대부분을 내수판매에 의존하는 시멘트업계의 타격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시멘트업계가 시멘트 가격 인하가 불가능하다고 주장하는 것은 전기료 인상이 큰 영향이다. 한국전력은 지난달 24일부터 대용량 고객 대상인 산업용(을) 전기요금을 ㎾h당 165.8원에서 182.7원으로 16.9원(10.2%) 인상했다. 이에 업계는 세민트 생산에 차지하는 전기료 비중이 3~5%포인트 정도 더 오를 것으로 보고 있으며 공정 전체에선 100억~200억원이 더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업계와 시멘트업계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는 가운데 협의체 출범 당시부터 주목을 받았던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대한 의견도 다양하게 나오고 있다.

시멘트 특성상 오랜기간 유지보존이 어려운 자재인 만큼 수입량이 한정돼 시장 영향을 미칠 수 없다고 보는 시각이 있다. 또다른 일각에선 시간과 비용을 투입해서라도 시멘트를 저장, 유통할 수 있는 설비를 마련해 수입에도 나설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중국산 시멘트 수입에 찬성하는 입장"이라며 "항구에 사일로 등 설비를 구축하게 되면 2년 정도가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정부가 수입 인허가 과정이나 계약 등 실질적으로 수입이 진행될 수 있는 시점도 2~3년 정도 후로 예상되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부정적인 상황을 반복하지 않으려면 설비를 마련해 수입하는 것도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멘트업계 관계자는 "중국산 시멘트를 수입했을 때 가격이 현재 1톤당 9만5,000원 수준으로 추정되고 있다"며 "현재 톤당 시멘트 가격이 11만2,000원이라고는 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레미콘 업체와 단독 공급 등 거래 형태 차이에 따라 할인율이 적용돼 9만 5,000~9만7,000원대 가격으로 공급이 많이 되고 있다. 결국 큰 차이가 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시멘트 수입에서 가장 큰 문제가 수입한 자재의 보관인데, 이를 위해선 대용량 사일로가 필요하고 정부는 부지 확보와 건설 공사에 비용과 시간을 들이는데다 이를 위해 추가적인 물류비도 필요해 무리가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