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을 산 많은 ‘카카오’…쇄신 시계 다시 돌까

2024-11-04     윤서연 기자
▲정신아 카카오 대표가 22일 경기도 용인시 카카오AI캠퍼스에서 열린 ‘if(kakaoAI)2024’(이프카카오 AI 2024)에서 발표하고 있다. ⓒ윤서연 기자

AI 혁신에 내부 갈등·사법 리스크 잔존…과제 '산더미'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카카오의 주가가 여전히 침체 상태다. 최근 야심차게 발표한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와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보석 석방에도 불구하고 주가는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의 종가는 전날 대비 3.32% 오른 3만7,350원을 기록했지만 여전히 지난 7월 이후 4만원의 벽을 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는 2021년 주가가 17만원까지 오르며 절정에 달했으나, 지난해 말 5만원대로 떨어졌고 현재는 3만원대에 머무르고 있다. 3년 전 주가의 약 5분의 1 수준이다.

회사 실적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상장 계열사들의 부진으로 지난해 4분기부터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오는 7일 3분기 실적 발표를 앞두고 있지만 이마저도 반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모양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에서는 카카오의 실적 전망을 지속적으로 하향 조정해왔다. 3개월 전에는 매출 2조1,343억원, 영업이익 1,521억원을 예상했으나, 최근에는 이보다 각각 4.8%와 17.2% 낮아진 매출액 2조311억원, 영업이익 1,2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6.0%, 10.2% 감소한 수치다.

다만 최근 총수 경영 공백 장기화가 마무리된 점, 곧 출시할 신규 AI 서비스 '카나나' 등 연말 이후 기대해볼 수 있는 여지는 남아있다.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은 지난달 31일 보석으로 풀려나며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 됐다. 이에 카카오 내 주요 인사 결정과 쇄신 작업에 다시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AI 사업을 중심으로 관련성이 적은 부문과 계열사를 줄이는 작업을 진행해왔다. 김 위원장은 아직 조사와 재판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경영 일선에 완전히 복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여 쇄신 작업 탄력과 시장의 신뢰 회복에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대화형 AI 서비스 '카나나' 또한 김 위원장의 복귀로 구체적인 수익 모델이나 출시 시점 등이 확정될 것으로 기대된다. 카카오는 당초 서비스 출시를 연내로 목표했지만 고도화 작업에 따라 내년으로 연기됐다. 카나나는 제한적인 채팅 정보 내에서 이뤄지는 AI 서비스라는 점에서 혁신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카카오는 '카나나'가 1대 1 방식의 챗GPT와는 달리 채팅 내 사람들의 대화 패턴을 파악하고 맥락을 이해하는 것을 차별화로 앞세웠지만 획기적이라고 보기 어렵고 이에 따른 수익 모델 또한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카카오가 공개한 AI 서비스들은 새로움을 주기에는 다소 부족하다"며 "카카오 그룹 서비스에 적용할 AI 기술들도 이미 시장에 나와있는 기술을 활용하는 수준인 만큼 혁신성이 떨어진다"며 이용자들에게 새로운 가치를 제공하는 서비스 출시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카카오 관계자는 “아직 서비스를 개발 중인 데다 발표 당시 서비스의 콘셉트와 사용 배경 등을 간략하게 소개하는 자리였던 만큼 앞으로의 수익 모델이나 일정 등은 지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노사 갈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카카오는 현재 근무제도를 둘러싸고 노사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최근 정신아 대표가 임직원 대상 온오프라인 간담회 '오픈톡'에서 노조가 제안한 재택근무 재도입에 대해 코어타임제(특정 시간대 의무 집중 근무제)를 제안했지만, 카카오 통합노조 ‘카카오 크루 유니온’의 가입률은 이미 절반을 넘는 등 노사 간 입장 차는 좁혀지지 않는 모습이다. 신사업, 경영 쇄신 작업 등 과제가 산적한 가운데 우선적인 해결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오픈톡 당시 현행 근무제도를 유지하는 쪽으로 설명하면서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자리였고 이후 진척 상황에 대해서는 말씀드리기 어렵다”며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향후 일정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