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잘 못하는 이커머스 규제, 주먹구구식 말아야

2024-10-24     박현주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이커머스 생태계를 바로 잡으려면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첩첩산중인데, 정부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규제를 잘 못하고 있다. 제대로 된 규제는 잘못된 게 아니다. 그러나 규제를, 제대로, 잘 못해서 문제다.

코로나19 이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은 급격히 성장했다. 하지만 그 성장 속도를 법·제도 등이 따라가질 못하고 있다. 일련의 사건들로 규제 요구가 빗발치지만 그 어떤 것도 제대로 해결된 것은 없단 걸 보면 그렇다.

쿠팡·배달의민족의 독점력과 연관되는 '시장 불균형', 알리·테무 등 중국 이커머스의 가품이 활개치면서 대두된 해외 이커머스 '규제 미비', 티몬과 위메프 판매대금 미정산 사태로 인한 '부실한 재무구조'와 '소비자 피해' 등이 현재 해결되지 못했다.

이 같은 문제는 대기업과 중소상공인, 소비자 간의 '수익'과 '상생'의 균형이 무너지면서 발생했다. 이 균형을 잡아주는 것이 바로 정부의 공정하고 투명한 규제다.

그러나 현재 정부의 규제는 현장 목소리를 고스란히 담지 못하고 시장 파악이 충분히 되지 않은 '주먹구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고동진 국회의원은 티메프 사태와 관련해 중소벤처기업부 온라인판로지원 사업으로 티메프를 도입할 당시 공정한 공모절차와 재무상태·정산구조 등에 대한 심사과정이 전무했다고 지적했다.

또, 나경원 국회의원은 티메프 피해자들 대상 대출 원스톱서비스가 진행되지 않고 있어 실상 대출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임을 짚었다. 신정권 티메프사태 비상대책위원장도 피해업체 대다수가 수도권에 있는데, 피해지원금 1조원 중 서울에 350억원이 지원됐다는 점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김성환 국회의원은 배달플랫폼 수수료와 관련해 정부가 추진 중인 상생협의체와 수수료 지원 계획은 사실상 플랫폼과 가맹점주 사이의 실질적 상생이 아니라 플랫폼 이익 보호에만 집중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태껏 정부합동 배달플랫폼·입점업체 상생협의체가 8차 회의까지 진행됐건만 별다른 상생안이 도출되지 못했다는 점에 대해서도 정부가 협상 중재를 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따른다.

그러니 온라인플랫폼법을 두고도 반발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이다.

시장 생태계를 충분히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엉뚱한 곳에 과한 규제 잣대를 들이대 시장 전체의 성장과 혁신을 저해할 것을 우려하는 것이다.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내놓은 티메프 사태 재발방지를 위한 대규모유통업법 개정방안에서도 정산주기를 20일 이내로 줄이고 앞으로 점차적으로 정산주기를 단축시키겠다는 방침이지만 시장에서는 이미 20일 이내로 정산을 빨리 해주고 있는 업체들도 있어 공정성과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규제가 현 시장상황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정부는 규제를 할 것이면 국내외 이커머스 시장 상황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실행 가능한 공정하고 투명한 법적 잣대를 세우고 마주한 문제들을 해결해야 나가야할 것이다.

ⓒ박현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