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국감] 불출석한 큐텐 구영배 대표…피해자들, 구 대표 구속수사 촉구

2024-10-17     박현주 기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가 지난 7월 국회에 출석해 의원들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 ⓒ국회방송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17일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대상 국정감사에 구영배 큐텐그룹 대표는 결국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커머스 플랫폼 티메프(티몬·위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사태를 일으킨 책임을 묻고자 구 대표 등 큐텐그룹 경영진이 당초 이날 국정감사에 서기로 했으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명목으로 불참한 것이다.

구 대표를 비롯해 티몬과 위메프 대표들을 정산해줄 대금이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판매대금 1조5,00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가 도주 우려가 없다는 판단으로 불구속 기소된 상태다.

​​◆아직도 정리되지 못한 티메프 사태…국회, 금융당국 관리 소홀 지적

올해 7월부터 큐텐그룹의 이커머스 플랫폼 티몬·위메프의 정산 지연 사태 여파가 사업장을 가릴 것 없이 빠르게 확산됐다. 현재 피해자 30만명, 피해금액 1조6,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집계되지 않은 피해액과 피해자수는 더 많을 것을 보인다.

이날 국정감사에서는 구 대표가 출석하지 않은 가운데 이복현 금융감독원 원장에게 구 대표의 자금유용에 대해 집중 질의가 이뤄졌다.

김재섭 국민의힘 국회의원은 지난 국회 청문회에서 구 대표가 자금운용에 관여한 바가 없다고 발언한 것에 대한 진위여부를 묻자 이 원장은 "진술 중 일부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보고 있다"며 "자금 운용, 피해액 확대 관련한 중요한 의사결정을 관여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김용만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티몬 별도 예치금 200억원의 소재 파악 여부에 대해 이 원장에게 질의했다. 이에 이 원장은 "용도대로 사용하지 않은 것으로 본다"며 "검찰과 공조해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지난 2022년 티몬에 대해 별도로 200억원을 예치하라고 요구한 바 있다.

현재 검찰은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기업인수를 위해 회사자금 빼돌렸다는 혐의 등으로도 구 대표와 티메프 대표들을 수사 중이다.

구 대표가 무리한 몸집 불리기식으로 잇따라 이커머스 업체를 인수하고 인수한 플랫폼들의 재무상황은 간과한 채 나스닥 상장과 자금유용 등을 위한 수단으로서만 쓴 것이 정산 지연 사태를 빚은 주요한 원인으로 지목된 가운데, 계열사들의 수익악화로 인한 유동성 문제 탓에 판매대금으로 돌려막거나 자금을 유용한 정황도 포착됐다.

이강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큐텐그룹의 주요 계열사인 티몬·티몬월드·위메프·인터파크 커머스·AK 몰의 상품권 신용카드 판매액이 약 4조9,000억원 상당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티몬·티몬월드의 월별 상품권 신용카드 판매액은 2022년 9월 약 851억원에서 시작해 꾸준한 상승세를 그리면서 올해 6월 약 2,483억원으로 최대치를 기록하며 폭증했다.이 의원은 이에 대해 "티몬이 유동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품권을 대량으로 할인 판매한 것과 관련이 깊다"고 지적했다.

위메프와 인터파크 커머스·AK몰 등 나머지 계열사에서도 상품권 신용카드 판매액이 6월 상승세가 도드라졌다.

이 의원은 "티메프 사태는 금융당국의 관리 부재와 자율규제라는 미명 아래 방치된 결과로 발생한 경제 참사"라며 "피해자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인 정부 구제책과 재발 방지를 위한 확실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티메프 피해자들, 구영배 구속수사 촉구 진정서 제출 

한편 이날 티메프 피해자들은 구 대표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이날 오후 티메프 피해자들로 구성된 '검은우산' 비대위는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서 구 대표 구속영장 기각을 규탄하고 강력한 재수사를 요청하는 진정서를 접수했다. 

검은우산 비대위는 "법원조차 구영배와 경영진의 감언이설에 속았다"며 "법원은 구영배 구속 기각 결정을 내렸으나 피해자들이 증거로 제시한 대금 돌려막기의 증거와 정황, 그리고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한 증거들은 이번 티메프 사태가 명백히 계획된 사기, 횡령, 배임 행위임을 입증하고 있다"는 내용을 진정서에 담았다.

이어 진정서를 통해 "구영배와 경영진은 지금도 빠져나갈 논리를 만들어내며 피해자들을 기만하고 있다"며 "구영배는 사건 초창기부터 사재를 털어서 현 상태를 타개하겠다고 공언했으나 사재는 커녕 피해 구제에 도움이 되지 않는 KCCW 법인 설립에 자금을 투입하며 피해자들을 기만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피해자들이 고통에서 지쳐가고 이번 사태로 인해 2차, 3차 피해가 양산되고 있다"며 "이 사건이 축소 은폐되거나 왜곡되지 않고 더 이상 기망행위를 보이지 않도록 강력한 수사를 해달라"고 구속 수사를 촉구했다.

검은우산 비대위는 이날 오전 금융감독원에는 "구영배와 경영진이 법망을 피해나가고 피해자들의 고통이 계속되는 현 상황은 금융감독원의 관리 소홀과 무능함의 결과"라며 "국민과 피해자들이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의 명확한 증거를 제시하고 이번 사태의 진실을 낱낱이 밝히는 것이 금융감독원의 책무"라며 진정서를 제출했다.

또, "금융감독원이 스스로의 직무를 다하지 않고는 더 큰 책임과 비판을 피할 수 없음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더 이상 자신들의 잘못을 은폐하고 방관하는 태도를 취하지 말고 피해자들과 국민 앞에 구영배의 구속수사와 관련된 증거를 제출하며 이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