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생숙’ 용도변경 허용…“불법전용 차단 긍정적”
기존 숙박업 신고업자와 형평성 우려 제기도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국토교통부가 기존 생활형숙박시설(이하 생숙)에 대한 숙박업 신고와 주거용 용도 변경을 허용하기로 16일 결정했다. 다만 앞으로 신규 분양하는 생숙의 경우 숙박업으로만 분양하겠다는 방침이다.
생숙은 문재인 정부 당시 부동산 규제가 연이어 발표되고 집값이 급등하던 시기에 해안가, 관광지 등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난 시설이다. 취사 시설을 갖춘 투숙형 숙박시설로 취사가 불가한 호텔, 모텔 등 시설과 달리 장기투숙자를 위한 형태로 공급됐다. 방 단위로 판매, 소유, 거래도 가능한데다 상업시설로 용적율 등 혜택이 적용됐고 종합부동산세 과세 대상도 아니었기 때문에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이날 국토부는 보건복지부, 소방청 등 관계기관과 경기도 및 인천광역시 등 17개 지방자치단체와 합동으로 ‘생활숙박시설 합법사용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기존 생숙은 장기체류 외국인의 관광수요 증가에 대응해 2012년 공중위생관리법 시행령 개정 등을 거쳐 취사가능한 숙박시설로 도입됐다. 하지만 오피스텔 대비 좁은 복도폭과 주차장 면수 등 건축기준과 세제·금융·청약규제도 완화된 기준이 적용되면서 집값 상승기에 주거용으로 오용되는 문제가 많았다.
이에 정부는 2021년 ‘생숙 불법전용 방지대책’을 내면서 숙박업 미신고 물량 5만2,000여실과 공사중인 물량 6만실 등은 주거전용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생숙 소유자와 사업자 단체 등 의견을 수렴해 애로요인별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먼저 주거전용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앞으로 신규 생숙은 공중위생관리법상 ‘숙박업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이 허용되도록 연내 건축법 개정안을 발의할 계획이다. 공중위생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30실 이상 또는 건축물 3분의 1이상 또는 독립된 층이 숙박업 신고 기준이다.
현재는 개별실 단위로 분양이 허용돼 불법 주거전용 가능성은 물론 일부 생숙은 불완전 판매 논란도 제기됐다. 하지만 앞으로 신고 기준 이상으로만 분양하게 되면 이 같은 문제가 차단돼 생숙시장이 실수요자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게 국토부의 입장이다. 다만, 생숙 건설 사업자 예측 가능성 제고를 위해 개정사항은 건축법 개정안 시행일 이후 최초 건축허가 신청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기존 생숙은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지원한다. 합법적인 사용 지원을 위해 숙박업 신고 또는 용도변경 과정에서 소유자나 건설사들이 부딪치는 실질적 장애요인에 대한 맞춤 지원을 강화할 방침이다.
그간 획일적 규제로 복도폭, 주차장 등 건축기준 충족이 어려워 사실상 용도변경이 불가능한 경우가 있었던 점을 고려해 앞으로는 안전, 주거환경 보호라는 입법취지를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현실적인 규제가 도입될 것이라고도 했다.
복도폭의 경우 이날 이전에 최초 건축허가를 신청한 생숙은 피난·방화설비 등을 보강해 주거시설 수준 화재 안전성능을 인정받을 경우 오피스텔로 용도변경이 허용되며 주차장은 인근 부지를 확보해 주차장 설치가 가능하게 하거나 지자체에 비용을 납부해 주차장 확보가 가능하도록 할 방침이다.
지방자치단체가 수립한 지구단위계획에 의해 오피스텔 입지가 불가한 지역은 기부채납 방식을 통해 오피스텔 입지가 가능하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을 적극 검토한다. 용도변경 과정에서 기존 용도변경 생숙 소유자 및 준법 소유자와 형평성 논란이 나오지 않도록 지구단위계획 변경(기부채납) 또는 복도폭(안전성능 보강), 주차장 기준(주차장 확보 또는 비용부담) 충족 과정에서 적정 비용을 부담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아울러 관계법령·조례 개정에 소요되는 시간을 고려해 내년 9월까지 관할 지자체 생숙 지원센터나 담당자를 통해 숙박업 신고 예비 신청 또는 용도변경을 신청한 소유자는 2027년 말까지 이행강제금 부과절차 개시를 유예할 예정이다.
장우철 국토부 건축정책관은 “아직까지 숙박업 신고를 하지 않은 생숙 소유자들은 이행강제금 부과 유예가 종료되기 전까지 관할 지자체 생숙 지원센터를 찾아 숙박업 신고 또는 오피스텔 용도변경을 신청하는 등 적극 협이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번 생숙 합법사용 지원방안이 나오자 업계에서는 불법전용을 차단하는 맞춤형 지원책이라는 긍정의 평가가 나온다. 반면 이미 숙박업 신고를 득한 소유자와의 형평성 문제에 대한 우려와 ‘주택 대체품’인 생숙의 활용이 늘어나는 것은 주택 공급으로써 효과를 보기 제한적인 만큼 보다 본질적인 주택의 공급에 대한 정립이 필요하다는 제언도 나온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이번 정책의 골간은 생숙 신규 불법 전용 원천 차단과 이미 사용, 공사 중인 생숙은 지역 및 소유자 여건에 따라 합법사용이 가능하도록 맞춤형 지원이란 대안을 내놓은 것"이라며 "숙박업 미신고자를 대상으로 시장 실태를 조사해 30실 미만 영세 생숙보유자들은 지자체 조례 등을 개정해 숙박업 예비 등록을 통해 일정 기간 과태료를 피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이어 함 랩장은 "대책이 현실화되면 생숙 사업자와 수분양자 비용 부담은 늘겠으나 시장에 불거진 소송 등 해결과 사업자, 수분양자 간 갈등 봉합 역할도 가능하다"고 봤다.
그러면서 함 랩장은 "이번 특례로 오피스텔로 용도를 전환할 수분양자는 임대와 실거주 등 미래 사용가치가 올라가는 만큼 그에 상응해 일정 기간 전매규제 패널티를 도입할 필요도 있다"며 "이미 용도변경과 숙박업 신고를 득한 생숙업자와의 형평성 문제도 추후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지난 정부의 과도한 부동산규제로 인해 의도치않게 불거진 생숙문제에 대한 이번 조치는, 선의의 피해자(수분양자)를 구제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 연구위원은 " 우리 사회에 그리 바람직하지 못한 선례가 더해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기존 호텔 외 관광 등 단기 숙박시설을 확충하겠다는 방침이 지금 체계에서 충분히 구현될 수 있을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이 연구위원은 "주택이 부족해 주택을 공급한다면 말 그대로 주택을 공급하는 게 맞다"며 "인위적 규제로 시장에 공급되는 주택상품의 유형이 뒤틀렸다면 이를 바로잡는 것이 시장에 필요한 규제 완화"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