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사업 박차…상용화 위한 부담 여전
‘현대웨이’서 자율주행 파운드리 사업화 선언했지만 ‘라이다’ 발목 잡을 듯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율주행 사업 투자를 확장하고 있으나 아직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재무적 부담을 키우고 있다. 라이다 가격 부담, 자율주행 기술 관련 규제, 인프라 구축 부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자율주행 사업을 위한 해외 합작법인이 천문학적 손실을 낸 것도 리스크 요인 가운데 하나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사업이 궤도에 오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어 보인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우선 제네시스는 출범 7년여만인 2023년 8월 누적 판매량 100만대를 돌파했다. 전체 판매 중 해외 시장 비중이 40%를 상회하고 있다. 2022년부터 G90에 레벨 3 수준의 자율주행 테스트카 실증을 진행중이긴 하지만 검토 단계에 머물고 있다.
또한 자율주행의 주요 핵심 부품으로 알려진 라이다 또한 비용이 높아 상용화하기에는 아직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양산 초반 개당 수천만원에 달했던 라이다가 수십만원 수준으로 하락하기까지 시간이 좀더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는 아예 라이다를 쓰지 않는 방식으로 자율주행 연구를 지속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BIS리서치는 자율주행 보급을 위해서는 라이다 양산 가격이 최소 1,500~2,000달러(200만원) 수준은 돼야 한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차량 한 대당 센서 여러 대를 사용할 수 있음을 고려하면 개당 수십만원까지 낮아져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사업을 위해 설립한 해외법인도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20년 미국 자율주행기업인 앱티브와 각각 20억달러를 출자해 합작법인 모셔널을 설립했다. 합작법인 설립에 투입된 자금은 현대차가 1조2,678억원, 기아가 6,969억원, 현대모비스가 4,978억원을 출자해 총 2조5,000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합작법인 모셔널은 지난해 8,0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7,517억원) 대비 적자 폭이 더 커졌다. 올해 상반기 모셔널의 영업적자는 2,041억5,000만원에 달한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최근 공동출자자인 앱티브는 모셔널 유상증자 참여를 거부했다. 게다가 보유중인 지분도 일부 매각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하면서 현대차그룹의 입장이 난처해졌다.
◆자율주행 레벨3 이상 운전자·제조사·소유자 책임 소재 혼재
자율주행으로 인한 사고 발생 시 책임 소재 향방도 현대차그룹에게 녹록치 않다. 레벨 3 이상에서는 운전자·제조사·소유자 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하고 혼재되는 양상이라서다.
보험연수원이 지난해 6월 발표한 ‘자율주행차사고 책임법제 및 보험제도’ 자료에 의하면 자율주행 기능에 있어 하자와 불량이 있다면 제조사 책임이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운전자와 소유자가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
제조사는 자동차관리법, 제조물책임법, 형법 등에 근거해 자율주행 및 운전 전환 기능의 안전성 확보를 책임지고, 운전자는 도로교통법과 민법에 근거해 자율주행 중 도로교통법상 운전자 주의의무 이행에 책임이 있다. 소유자는 자율주행 중 사고 발생 시 1차적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레벨 3는 운전의 주체가 자동차가 되고 운전자는 조력자로서 객체 역할을 하게 되지만 현행 법률은 양쪽 모두를 책임의 주체로 인식한다. 레벨 3 기술은 자율주행 중에도 운전자가 항상 운전가능한 상태로 대기해야 하기 때문에 ‘조건부 자율주행’ 또는 ‘부분 자율주행’이라고 불린다.
현대차는 수소전기트럭인 ‘엑시언트’의 자율주행을 상용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어려움이 공존하는 것도 사실이다.
현대차는 지난 8월말 발표한 ‘현대웨이’를 통해 레벨4 이상의 자율주행 구현에 필수적인 항목들을 플랫폼화해 개발하고 자율주행 차량 플랫폼을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이는 자율주행 소프트웨어 기술 업체에 자율주행 차량을 판매하는 ‘파운드리 사업’으로 이를 통해 각 소프트웨어 업체는 각 사에 특화된 자율주행 차량을 공급받고 서비스화할 수 있게 된다.
◆순환반복도로 아닌 일반도로 자율주행은 가능치 않아
현대차는 지난해 7월 국회 경내와 방문객 주차장을 잇는 3.1㎞ 구간을 순환 운행하는 로보셔틀을 개발·보급해 자체 개발한 레벨4 수준의 핵심 기술을 선보였다.
레벨 4 자율주행 차량은 차량 스스로 주행 상황을 인지하고 판단해 제어하는 등 일부 예외적 상황을 제외하고는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현대차가 선보인 아이오닉 5 로보택시는 현대차그룹과 모셔널이 수년에 걸친 자율주행 기술 개발과 엄격한 시험 절차를 통해 탄생했다. 이 차량은 탑재된 라이다를 통해 다양한 환경에서 안정적인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특징이다.
다만 현대차는 법적 제도 장치와 함께 라이다 수급 문제와 더불어 자율주행에 관한 독자적인 기술이 아직 미흡한 상황이다. 순환(반복)도로가 아닌 일반도로에서는 자율주행이 가능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자율주행 관련한 연구개발을 지속적으로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고속도로 등 장거리·광역 노선에서 자율주행 화물운송을 본격 추진하기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했다. 국토부는 개정된 ‘자율주행자동차법’에 따라 화물운송을 위한 시범운행지구로 전국 36곳을 지정해 운영중이다. 또한 업계의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자율주행차 화물운송 사업의 허가를 위해 평가위원회에서 서류심사와 현장평가를 거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