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전북 정읍서 ‘국감’ 대비 선심성 집수리 행사?

2024-09-23     전근홍 기자

농협중앙회농해수위 윤준병 의원 지역구서 집 고쳐주기 행사 개최

피감기관인 농협중앙회, 이해충돌 등 ‘부적절’

행사 진행 과정서 허위 집회신고 확인…강호동 농협중앙회장 등 참석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농협중앙회가 오는 10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윤준병 의원(더불어민주당, 전북 정읍·고창)의 지역구인 전북 정읍에서 집 고쳐주기 행사를 진행해 ‘이해충돌’ 논란에 휩싸였다. 국정감사가 열릴 경우 농협중앙회는 농해수위의 피감기관으로 운영 실태에 대해 점검 받도록 돼있다.

집 고쳐주기 행사를 하면서 농협 조합원 수백명을 동원해 지역 국회의원의 지역구 관리를 대신해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었다.

이와 함께 농협중앙회는 사회공헌 명목이라는 입장을 내세웠지만 관할인 정읍경찰서에 행사 목적과 다른 허위 집회 신고를 한 사실도 드러나 농민단체 등의 정당한 항의 집회를 피하기 위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자아냈다.

2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이날 오전 10시 30분부터 전북 정읍시에서 집 고쳐주기 행사를 진행했다. 행사 참석자는 강호동 농협중앙회장과 정읍·고창 지역 농협조합장 및 지부장, 농협중앙회 전북 본부장과 전북영업본부장,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 이학수 정읍시장 등이다.

행사에 앞서 농협중앙회는 하부조직인 정읍시지부와 고창군지부에서 150명의 인력(조합원, 마을주민)을 동원하도록 하고 정읍원예농협을 통해 100여 명의 인력을 충원하는 계획도 세운 것으로 확인됐다. 행사참여 인력에게는 4만원 상당의 선물세트를 제공하는 예산 편성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집 고쳐주기 예산은 한 채당 500만원으로 편성됐다.

▲23일 전북 정읍에서 진행된 집 고쳐주기 행사 사진.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왼쪽에서 일곱 번째)이 오른쪽 손을 들어 보이고 있다.

농협중앙회가 벌인 집 고쳐주기 행사는 지난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지속돼왔다. 주로 4~5월, 7월~11월에 걸쳐서 농해수위 의원 지역구의 낙후된 지역을 선정해 진행됐다.

이날 행사에 앞서 농협중앙회 정읍시지부는 정읍경찰서에 ‘쌀 소비 촉진 및 아침밥 먹기 운동’이라는 취지로 집회신고를 하기도 했다. 실제 행사와 다른 취지의 신고서를 제출한 것을 두고 농민단체 등의 정당한 항의 집회를 방해하기 위한 행태라는 지적도 나왔다.

▲농협중앙회가 전북 정읍에서 23일 집 고쳐주기 행사를 진행하기 위해 사전에 정읍경찰서에 낸 집회신고서 내용. 행사 진행과 관련 없는 ‘쌀 소비 촉진 및 아침 밥 먹기 운동’ 행사를 진행하겠다고 신고했다. ⓒ정읍경찰서 홈페이지

◆ 국감 대비 ‘꼼수’ 행사?

농협중앙회가 개최한 집 고쳐주기 행사를 두고 국감을 대비해 국회의원에게 일종의 ‘하례인사’를 한 것이라는 자극적인 목소리도 나왔다. 국감을 대비한 농협중앙회의 이른바 ‘위장 퍼포먼스’라는 비판이다. 피감기관으로 운영 실태를 점검하는 농해수위 의원을 위한 선심성 행사를 진행했다는 것이다. 농협 예산으로 국회의원의 지역구 관리를 도왔다는 거친 발언도 잇따랐다. 이해충돌방지법 위반과 공직선거법상 기부행위를 지적하는 것이다.

이해충돌방지법은 이해충돌의 개념을 고위공직자가 직무를 수행할 때 사적 이해관계가 공정하고 청렴한 직무수행에 저해요소로 작용하는 경우로 정의한다.

농협중앙회와 농해수위 의원의 직접적인 이해충돌 상황으로 보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국감을 앞두고 피감기관으로 농협중앙회의 행사 취지가 부적절하다는 시각이 다수다.

또 공직선거법은 상시적으로 금전·물품 기타 재산상 이익을 제공하거나 의사표시 또는 약속하는 행위를 기부행위로 보고 금지한다. 다만 통상적 정당 활동과 관련한 행위나 직무상 행위는 예외도 규정한다. 이번 농협중앙회 행사에 참석한 윤준병 의원의 경우 공직선거법을 위반한 것으로 볼 수 없지만 논란을 피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A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는 “농협중앙회 회장이 여름철 태풍으로 호우 피해를 입은 지역에 방문하는 것이 적절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며 “법령 위반이 없더라도 농협중앙회와 국회의원 간의 짬짜미 행태라고 볼 수 밖에 없다”고 일갈했다.

▲전북 정읍시 지역 농민단체는 23일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공약 중 하나인 40㎏ 벼 수매 가격 7만원 인상안을 지키라며, 집 고쳐주기 행사장 인근에서 스피커를 동원해 시위를 벌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상식적으로 집 고쳐주기 행사라는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는데 농협중앙회 정읍시지부가 (목적과 다르게) 허위 집회신고를 하는 것이 정당한 것이냐”며 “국감을 앞두고 국회의원에게 선심을 쓰면서 (국감에서) 면피를 하기 위한 꼼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B 지역 단위농협 관계자는 “집 한 채당 500만원의 수리비용을 책정하고 행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무대나 천막 설치비용 등 적어도 수천만원의 농협중앙회 예산을 쏟아 부었을 것인데, 거칠게 말해서 국회의원 대신 지역구를 관리해준 것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농협중앙회가 존립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그는 “농협중앙회가 단순히 국회의원 눈치나 보는 집단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털어 버리려면 농민들의 위한 현실성 있는 정책 발의에 한 목소리를 내는 순기능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