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16 판매 '저조'…디스플레이 업계 실적 ‘빨간불’
가격 동결 불구 사전 주문 13% 감소…부품업계 타격 '불가피'
“AI 기능 탑재 지연, 아이폰16 수요 부진으로 이어져”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애플이 최근 공개한 신작 아이폰16 시리즈의 사전 주문이 저조함에 따라 관련 부품업체들의 하반기 실적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매년 9월 아이폰 신작이 발표될 때마다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같은 공급업체들은 ‘상저하고’의 실적 패턴을 보여왔다. 그러나 예상보다 이번 신작 수요가 부진해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실적이 기대치를 하회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애플 전문 애널리스트 궈밍치에 따르면 아이폰16의 사전 주문 판매량은 3,700만대로 지난해 아이폰15 대비 12.5% 감소했다. 가격 동결에도 불구하고 생성형 인공지능(AI) 시스템인 '애플 인텔리전스'의 미탑재가 판매 부진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애플은 이 기능을 출시 후 한 달 후에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지만 미완성된 제품이라는 지적이 이어지며 이번 사전 판매에서도 그 실망감이 여실히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 등 아이폰에 디스플레이를 공급하는 국내 기업들의 하반기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줄어들고 있다. 앞서 아이폰16 시리즈 출시로 업계에서는 OLED 패널을 납품하는 이들 기업들의 ‘아이폰 수혜’를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수요 부진에 하반기 실적이 발목 잡힐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도 아이폰16의 사전 주문 부진이 국내 부품업체들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관련 국내 부품 업체들에 대한 투자심리가 단기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이규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이폰16의 정확한 판매 동향은 10월 초·중순 이후 확인 가능하겠지만 기대보다 약한 수요는 섹터 전반에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미국의 소비 심리 악화와 제한적인 AI 기능이 아이폰16 수요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어 이 연구원은 “최근 화웨이의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출하량 감소로 중국 스마트폰향 부품 주문 감소 우려가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부진한 아이폰 수요는 글로벌 IT 업황에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할 것”이라며 “국내 애플 관련 부품 업체들의 투자심리도 단기적으로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양사가 애플 아이폰16에 공급하는 OLED 패널 물량은 약 1억2,000만~3,000만대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플은 아이폰16의 출하량 목표를 9,000만대로 상향 조정했으나 실제 출하량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부품업체들의 실적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의 올 3분기 매출은 7조3,076억원, 영업손실은 7억원으로 추정된다. 전분기 대비 적자폭을 크게 줄여 4분기에는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예상된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아이폰16 시리즈와 갤럭시 Z 시리즈의 수요를 합친 3분기와 4분기 영업이익이 1조5,000억원에서 1조6,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다만 아이폰 수요 부진이 지속될 경우 양사의 실적 개선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아이폰 판매 저조가 실적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폰16의 AI 기능이 완전히 구현되지 않은 상황 속 유럽연합(EU)의 디지털시장법(DMA)과 같은 규제도 추가적인 제약을 가하고 있다. 이에 유럽과 중국에서 아이폰의 경쟁력이 약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애플은 내년 3월까지 음성비서 ‘시리’와 AI 기능을 완전히 탑재할 계획이지만 현재의 규제 상황이 해결되지 않으면 AI 기능을 제대로 구현하지 못한 채 시장에 출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디스플레이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고객사가 주문하는 기본 오퍼 양이 있고 판매량 증가에 따라 추가 주문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객사의 판매 전략에 따라 생산량이 달라지기에 어떤 모델이 얼마나 잘 나가느냐에 따라 실적에 영향을 줄 수 있을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최근 고급 디스플레이를 많이 찾는 추세인 만큼 앞으로의 업황 회복도 이같은 부분이 도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