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위기 속 피난처’ 신종자본증권…“개인 투자자 몰린다”
코스피가 이달 들어 7거래일 연속 하락 마감하는 등 지수가 2,500선대에 머물면서 맥없는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개인 투자자 입장에선 불안정한 증시보다 상대적으로 위험이 덜하면서 예·적금보다 이자를 많이 주는 투자 상품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최근 신종자본증권에 투자 수요가 몰리고 있는 만큼 장·단점을 분석하고 투자 위험에 대해 살펴봤다. <편집자주>
신종자본증권, 주식·채권 섞인 ‘하이브리드’ 상품
예금보다 높은 이자…“모바일 앱으로 손쉽게 매수”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신종자본증권이 인기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은행 정기예금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고 주식처럼 쉽게 투자할 수 있어서다. 최근엔 금융권을 중심으로 발행이 늘어 선택의 폭도 다양해졌다. 향후 금리가 하락하면 시세차익을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투자 매력을 높이는 요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만기가 없거나 30년 이상으로 긴 영구채다. 하지만 발행 금융사가 통상 발행 5년 후 중도상환(콜옵션)을 약속한다. 금리가 올해 하반기 이후 내리막길에 접어들어도 향후 5년은 연 4%대 금리에 묶어둘 수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발행된 주요 금융사들의 신종자본증권 금리는 4~5%대에 형성됐다. 최근 금리 인하 기대감에 채권금리가 크게 하락한 데다, 은행권 예금금리 또한 3% 초반대로 떨어진 것과 비교하면 금리 매력이 더욱 부각됐다.
이달 수요예측을 마친 은행권 신종자본증권 또한 금리가 4%대에 형성됐다. 신한지주는 지난 12일 신종자본증권 4,000억원을 4.0%의 금리로 발행했다. JB금융은 앞선 10일 신종자본증권 1,400억원을 4.65%로 발행했다.
이밖에도 연내 우리금융지주, 농협금융지주 등 주요 금융지주들이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은행별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 등에 따라 최소 보통주 요구자본비율 외에 추가 자본을 부과하는 등 자본규제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서다.
◆ 예·적금보다 높은 이자 ‘장점’
최근 발행된 신종자본증권은 수요예측에서부터 유효수요가 몰릴 만큼 투자자들의 선호도가 높다.
신종자본증권이 인기를 끈 이유는 높은 금리 때문이다. 신종자본증권은 선순위, 후순위보다 변제 순위가 더 뒤로 밀리는 채권이다. 이에 따라 회사채 등 다른 채권보다 더 높은 금리에 발행된다. 시중은행의 신규 예금 금리는 지난해 말부터 꺾이기 시작해 현재 연 3%대에 머물고 있다. 한국은행 공시를 보면 국내 예금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1년 만기)는 작년 12월 연 3.88%에서 올해 4월 연 3.56%로 4개월 만에 0.32%포인트 하락했다.
반면 신종자본증권은 금리가 최소 연 4%를 넘고, 지방은행이 발행하는 경우 연 4%대 중·후반대 이자를 받을 수도 있다.
◆ 만기 전 매도 불가, 신중한 투자 필요
신종자본증권은 은행 창구에서 가입하거나 증권사 모바일 앱 등에서 투자할 수 있다. 은행에서 가입할 경우, 보통 1,000만원 자금이 필요하다. 비교적 높은 금리로 오랜 기간 목돈을 묶어둘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5년간 돈을 찾을 수 없다는 점은 단점으로 꼽힌다.
다만 증권사 앱에서는 1,000원 단위로 금융사들이 발행한 다양한 신종자본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은행과 달리 만기 전 매도를 신청할 수 있는 증권사도 있지만, 아닌 곳도 있어서 투자 직전 자금계획에 따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문제는 원금을 날릴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신용도가 높은 금융사들이 주로 발행하기에 현실적인 위험성은 낮다. 하지만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경영 여건 악화에 따라 투자 원금을 보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신종자본증권은 위기가 발생하면 은행 보통주로 전환되거나 상각된다. 실제 작년 글로벌 투자은행 크레디스위스가 경쟁사 UBS에 인수되는 과정에서 크레디스위스가 발행한 160억 스위스프랑(약 25조원)어치 신종자본증권이 모두 상각 처리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연내 기준금리가 하락하면 채권 가격이 오르는 만큼 신종자본증권 매매로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있다”며 “신종자본증권은 만기와 금리가 확정돼 있으면서 적정한 수익률을 보장하는 구조로 설계돼 변동성이 커졌을 때 투자 매력이 더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신종자본증권은 고액 자산가의 전유물로 알려져 있지만 일반 투자자도 손쉽게 매매할 수 있다”며 “증권사 지점이나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을 통해 매수가 가능하고 최소 1,000원 단위로 살 수 있어 소액으로 투자를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마지막 투자처라고 볼 수 있는데, 현재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하는 투자자라면 연 4~5%대의 안정적 수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