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현장 안전 지키면 현금포인트 효과 괜찮네"
현대건설 업계 첫 ‘H-안전지갑’ 적용…가입자 늘고 관리기능 강화
DL이앤씨도 ‘D-세이프코인’ 도입…다른 건설사도 시스템 도입 검토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과 잇단 사망사고로 건설현장 안전관리 중요성이 커지면서 건설사들이 다각화된 현장 안전관리 방안을 내놓고 있다. 이런 가운데 DL이앤씨와 현대건설은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포인트를 지급하면서 자발적인 근로자 안전 사고 예방 참여에 나서는 모습이다.
DL이앤씨는 안전신문고 시스템을 강화하는 동시에 안전수칙 준수 등을 통한 포인트 지급에 나섰다. 앞서 2022년 업계 최초로 이같은 시스템을 도입한 현대건설의 경우 H-안전지갑 제도가 정착해 높은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이렇다 보니 다른 대형건설사에서도 이같은 방식의 시스템 도입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DL이앤씨는 근로자가 안전 활동에 대한 보상을 즉각적으로 체감할 수 있도록 ‘D-세이프코인(D-Safe Coin)’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문화를 정착하고 동기를 부여한다는 취지다.
D-세이프코인은 안전 관련 신고를 하거나 개선점을 제안한 현장 근로자에게 하루 최대 5,000포인트를 지급하는 사내 인센티브 제도다. D-세이프코인 1포인트는 1원과 같다. 포인트는 카카오페이 머니로 전환해 쇼핑몰‧카페‧편의점 등에서 현금처럼 사용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현장 위험은 근로자가 가장 잘 안다’는 철학이 이번 제도 도입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2020년 DL이앤씨가 현장 위험요소를 제보·건의할 수 있도록 도입한 안전신문고에는 올해 상반기 1만2,000건이상이 신고됐다. DL이앤씨는 이를 분석해 근로환경 개선에 활용, 안전활동이 늘수록 사고가 줄어드는 효과를 확인했고 올해 상반기 부상재해 발생건수가 지난해 상반기 보다 40%감소했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D-세이프코인을 통해 근로자의 안전 활동 참여율을 한 단계 높이는 한편, 실질적인 작업중지권 사용 확대를 통해 현장 안전 관리를 고도화한다는 계획이다. 작업거부 요구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근로자의 심리적 장벽을 제도적으로 극복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5월 ‘안전신문고 알리기’ 이벤트를 진행한 결과 참여율 신장을 확인했다. 이 기간 총 3,730건의 신고가 올라왔고, 하루 평균 신고 건수는 평시 대비 10배 이상 증가하기도 했다고 DL이앤씨는 전했다.
DL이앤씨는 D-세이프코인 시행에 따라 안전신문고 시스템을 전면 개편했다. 사용자 편의에 초점을 맞추고, 직관성을 높이기 위해 화면 구성을 단순화했다. 근로자들은 현장 곳곳의 포스터와 작업자의 안전모, 휴게실 등에 부착된 QR코드를 스캔한 후 ▲시간과 위치 ▲내용 ▲현장 사진 등을 올리면 된다. 제보는 물론 처리 결과 역시 동일 플랫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안전신문고에 신고가 접수되면 해당 사업장에 실시간으로 전달돼 작업중지 또는 시정 조치가 취해진다. 현장 관리자를 비롯해 본사와 현장 안전 담당자에게 동시에 알림을 전송해 신속하게 초기 대응을 할 수 있도록 했다. 신고 현황은 실시간으로 수집‧축적되고, 안전신문고 상황판을 통해 본사와 현장이 동시에 관제할 수 있다. DL이앤씨는 이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의사결정까지 지원하는 체계를 구축할 예정이다.
이길포 DL이앤씨 최고안전보건책임자(CSO)는 “안전 대책이 효과를 내려면 근로자의 자발적 참여가 관건”이라며 “D-세이프코인 도입으로 중대재해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 문화 확산에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현대건설은 2022년 업계 최초로 ‘H-안전지갑’ 제도를 도입했다.
안전지갑제도는 현장에서 근무하는 근로자가 ▲안전수칙 준수 ▲법정 안전교육 이수 ▲안전 신고‧제안 등을 할 경우 해당 근로자에게 각 달성 항목에 대한 안전 포인트를 지급하는 제도다.
현장 근로자가 출근 후 기본 안전수칙을 준수하면 본인 무재해 근무일수에 비례하는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고 적립된 포인트는 1대 1비율로 네이버 페이 포인트 전환이 가능하다. 단 작업중 사고가 발생하거나 불안전한 행동을 할 경우 기존 포인트가 초기화 된다.
이날 현대건설에 따르면 H-안전지갑 제도는 도입 이후에도 제도 개선을 통해 관리기능을 강화했으며 이를 통해 현장 고용환경 변화 대비와 근로자 안전보건정보 전산화 등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은 제도 도입 후 같은 해 9월 1차로 H-안전지갑에 대한 제도를 개선한 후 올해 6월 현장 근로자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2차 제도 개선을 완료했다. 이를 통해 사용 편의성을 높이고 근로자 관리기능 강화, 정보공유 기능을 활성화 했다.
현재 H-안전지갑 가입자는 최초 도입 당시(2022년 2분기) 4,753명이었으나 지난해 2분기 기준 1만9,646명으로 313%(1만4,893명) 증가했다. 또 같은 기간 건설근로자공제회 가입자 대비 H-안전지갑 가입자는 26%에서 55%로 증가했고 H-안전지갑 사용자 또한 6,221명에서 1만1,684명으로 두 배 이상 늘었다.
대형건설사 한 관계자는 “건설현장 근로자의 경우 고용형태가 정규직, 일용직 등 다양하고 평균 연령이 높아 일부 사용 효과에 대한 편차가 있을 수 있으나 비정규직 근로자와 현장 협력사 직원도 배제하지 않고 운영하는 서비스이다 보니 현장 전체 근로자의 안전관리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자사도 비슷한 시스템의 효과가 예상되는 만큼 도입 검토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말했다.
또다른 대형건설사 관계자는 “법정 의무교육 시간이 있으나 실질적으로 현장 근로자들의 참여 적극도와 의사가 아직은 매우 낮은 편”이라며 “최근 작업중지권에 대한 효과가 높다고 평가받고 있으나 안전사고 예방 프로그램 한두개로 예기치 못한 사고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안전관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적용해 유도하는 것은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