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기획] 로봇 청소기, 中 강세 속 국산 ‘추격’ 통할까

2024-09-15     방석현 기자
ⓒ픽사베이

 

인구대국 중국은 로봇청소기 세계 최대 시장으로 꼽힌다. 시장이 크면 관련 산업도 발달하기 마련으로 현지에서는 아이로봇(iRobot), 애코백스(Ecovacs), 로보락(Roborocks) 등의 로컬 브랜드들이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이들 회사들은 클라우드 회사와의 파트너십을 통해 내부 하드웨어 및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제공하면서 클라우드에 모든 데이터를 저장하고 있다. 차곡차곡 데이터를 쌓으며 기기를 발전시키고 있는 셈이다. 로보락은 이에 그치지 않고 한국 시장에서도 수년간 1위를 놓치지 않으며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중국 브랜드의 공세에 최근 관련 제품을 내놓은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편집자주>

로보락, 국내 시장 점유율 1위 유지…A/S 센터 늘려

삼성, 올인원 제품으로 ‘추격’…LG, 구독 모델로 차별화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국내 로봇 청소기 시장 경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중국 브랜드 ‘로보락(Roborock)’이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 LG전자에 이어 미국 ‘샤크닌자(Shark Ninja)’도 국내 시장 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 ⓒ로보락

시장조사기관 GFK에 따르면 로보락은 올해 상반기 매출액 1,420억원으로 전체 로봇청소기 시장점유율 46.5%를 차지하며 1위에 올랐다. 2022년부터 시장 1위를 지키고 있는 것인데 150만원 이상 로봇청소기 시장 내 점유율은 65.7%다. 2023년에는 매출 2,000억원, 35.5%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했다. 로보락은 차량용 내비게이션 ‘아이나비’를 생산하고 있는 ‘싱크웨어(Thinkware)’가 2020년부터 국내 수입 및 유통을 진행하고 있다. 

로보락은 올 상반기 호실적의 배경으로 탁월한 기술력을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주거 및 청소환경에 적합한 신제품 출시와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펼친 점을 꼽는다. 지난 4월 출시한 플래그십 모델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도 올해 상반기 매출을 견인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로보락 S8 맥스V 울트라는 강력한 진공 및 물청소 기능에 독보적인 엣지 클리닝 기능을 탑재했다. 엣지 클리닝은 청소 공간 내 모서리를 인식하면 사이드 브러시가 자동으로 먼지를 깨끗이 흡입하는 기능이다. 이에 따라 회전형 엑스트라 엣지 물걸레가 벽 가장자리 1.68mm 이내 공간까지 정밀하게 닦아낸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아도 자동으로 기기를 유지, 관리해 주는 올인원 도크와 청소용 물을 자동으로 교체하는 ‘직배수 스테이션’도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로보락은 올해 플래그십 모델 출시에 맞춰 고객 서비스(CS)를 더욱 강화했다. 기존 18개 AS 센터에 총 334개 하이마트 AS 접수 지점을 더해 총 352개 지점으로 확대한 것이다. 여기에 2년간 무상 AS 제공, 방문수거 서비스 및 방문 설치 서비스도 진행하고 있다. 

로보락 관계자는 “이전까지 한국에 출시된 제품들은 먼지 등의 흡입만 가능했지만 로보락은 흡입과 세척이 가능한 올인원 제품으로 시장을 공략했던 게 성공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 올인원 제품으로 반격 나서…일부 ‘AI’ 기능 오류 문제는 숙제

▲비스포크 AI 스팀 로봇청소기. ⓒ삼성전자

이러한 로보락의 독주에 국내 대표 가전 회사인 삼성전자와 LG전자가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지난 1월 글로벌 가전제품 박람회 ‘CES 2024’에서 선보인 올인원 로봇 청소기 '비스포크 AI 스팀'을 지난 4월 출시했다. 기존 제품은 먼지 등의 흡입만 가능했었지만 출시된 제품은 여기에 물걸레질 기능까지 더해졌다. 이 제품은 출시한 지 채 한 달도 안 된 지난 4월 28일 누적 판매 1만대를 돌파하며 국내 소비자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물걸레 스팀 살균 기능과 한층 업그레이드된 AI 기능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다. 

이 제품은 ‘AI 바닥 인식’ 기능으로 마룻바닥, 카펫 등 바닥 환경을 구분해 맞춤 청소가 가능하다. 카펫 모 길이에 따라 알아서 물걸레를 분리하거나 들어 올려 청소하고 흡입력까지 자동으로 조절한다. ‘AI 사물 인식’으로 3D 장애물 감지 센서와 RGB 사물인식 카메라가 적용돼 약 1cm 이상 높이의 작은 장애물뿐만 아니라 얇은 휴대폰 케이블이나 매트 등 다양한 사물 인식과 회피도 가능하다. 또한 스마트싱스 앱을 활용해 청소 작동 및 관리는 물론, 3D 맵핑으로 집안 구조와 청소 현황까지 확인할 수 있어 편리하다. 

다만 반려견 배설물 등 170만개 사물 데이터를 학습한 로봇 청소기가 개똥 모형을 인식하고 회피하는 작동 모습이 실제와 달라 논란을 낳고 있다. 삼성전자는 다수의 온라인과 SNS를 통해 해당 기능을 AI가 적용된 최신 기술로 홍보했다. 이에 다수의 소비자들이 비스포크 AI 스팀이 반려견 배설물을 회피할 것으로 기대하고 제품을 사용해 봤지만 그 결과 ‘구매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제품이 배설물로 범벅이 됐다’는 다수 소비자들의 불만 섞인 게시글이 여러 커뮤니티 사이트에 게재되기도 했다. 사물 데이터 학습은 AI의 대표 기능으로 이를 통해 가전의 맞춤형 서비스를 지향하고 있는 삼성전자 AI 전략의 핵심이다. 하지만 불가능한 기능을 마치 가능한 것처럼 호도할 경우 자칫 ‘AI 워싱’ 기업이라는 뭇매를 맞을 수도 있다.

송원호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소비자와 투자자는 제품에 사용된 AI 모델과 알고리즘과 같은 기술적인 부분에 대한 구체적 언급이 있는지 확인하고 기업이 관련 데이터와 알고리즘 유형에 대한 투명성을 유지하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AI 기술에 대해 단순히 ‘혁신적’ 또는 ‘지능적’이라는 단어를 남발하는 것은 아닌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LG전자, ‘구독’ 모델 적용 제품 출시...시장 변수 될 듯

▲LG 로보킹 AI 올인원. ⓒLG전자

LG전자는 지난 8월 청소와 주행 성능을 강화하고 위생과 설치 관련 문제까지 해결한 올인원 로봇청소기 ‘LG 로보킹 AI 올인원’을 출시했다.  

이 제품은 고객이 청소 시작 버튼을 누르거나 예약 설정을 해두면 먼지 흡입 및 물걸레 청소부터 물걸레 세척, 건조까지 한 번에 알아서 완료해 주는 ‘올프리(All-Free) 솔루션’을 제공한다. 고객은 직배수관을 연결해 물걸레 세척을 위해 알아서 물을 채우고 비우는 자동 급배수 키트가 적용된 모델과 키트가 없는 프리스탠딩(지주 없이 서는) 모델을 선택할 수 있다. 프리스탠딩 모델을 선택한 고객도 나중에 급배수 키트만 구매해서 추가할 수 있다. 자동 급배수 키트 모델을 선택해 빌트인 타입으로 설치를 원하면 직배수 가전 설치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가 싱크대 아래 수납장 등 설치 환경을 확인하고 설치해 준다.

LG 로보킹 AI 올인원은 라이다 센서와 RGB 카메라 등을 결합해 최적의 경로를 찾아 맵핑하는 AI 자율주행 성능을 구현했다. 약 100종의 사물을 인식해 장애물을 피하고 2cm의 문턱까지 넘을 수 있다. 이와 함께 최대 진공도 10,000Pa(파스칼)의 모터가 만들어 내는 강력한 흡입력으로 바닥 먼지를, 180rpm(분당 회전수)의 빠른 속도로 회전하는 물걸레가 바닥을 효과적으로 청소한다. 청소 중 카펫을 인지하면 흡입력은 높이고 물걸레는 들어 올린다.

LG 로보킹AI 올인원은 LG전자만의 차별화된 가전 구독으로도 이용할 수 있다. 고객이 제품을 구독하면 케어 전문가가 정기적으로 방문해 ▲제품 작동 상태 점검 ▲자동 급배수 키트 및 급∙오수통 스팀 세척 ▲먼지통 청소 ▲먼지통 필터 교체 ▲기본 브러시 교체 ▲물걸레 교체 ▲관리제 제공 등 제품을 빈틈없이 관리해 준다. 구독기간 내내 무상수리도 받을 수 있다.

LG전자 관계자는 “로보킹 AI 올인원은 AI 자율주행을 통한 청소는 물론 위생까지 생각한 차원이 다른 올인원 로봇청소기”라며 “로봇 청소기는 정기적인 관리가 필요한 만큼 구독 모델을 활용한 점이 타사와는 다른 자사의 차별화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한편, 미국 '샤크닌자'도 한국 시장진출을 예고하고 있다. 샤크닌자 로봇청소기는 미국에서 매출 기준 다기능 로봇청소기 분야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아직 로봇청소기의 국내 출시 시기는 확정되지 않았지만 미국과 다른 생활방식과 국내 환경을 고려한 제품 출시를 기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