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 인력난 ‘빨간불’..."구조·인식 개선 선행돼야"

2024-09-04     박은영 기자
ⓒ픽사베이

근로자 30% 임금 체불 경험...평균 연령 51.8세, 40대 감소 

공사 현장 감소로 근로 일수도 '뚝'...연소득 줄어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건설업계의 근로자 임금체불 문제가 여전하다. 건설 현장 인력난과 근로자 고령화로 인한 생산성 저하 문제도 해결이 요원한 상황이다. 최근 공사비 인상으로 건설사 수익성이 저하됨에 따라 현장에서 제때 임금 지급이 되지 않는 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으로 신규 인력 진입이 부족하고 불법 재하도급 등 악습 문제가 인력난과 인력 고령화, 임금체불 등 문제의 근본적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업황 부진과 경기침체 개선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건설경기 침체 속 임금체불 증가...인력 부족·고령화도 문제

4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최근 몇 년간 건설사들은 공사비, 인건비 인상으로 수익성 저하와 경기 침체로 인한 업황 악화를 겪었다. 특히 소규모 건설사 또는 영세 사업장 등에서 부실우려가 컸고 건설사 폐업도 많았다. 제때 임금이 지급되지 않은 현장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8월까지 전국 건설 부도업체수는 22곳으로 최근 3년을 살펴보면 2021년 12곳, 2022년 14건이었으나 지난해(21건)는 20건을 넘겼다. 폐업건수(종합건설·전문건설 전체)는 더 크게 늘었다. 올해 1월 1일부터 이달 3일까지 폐업신고 공고는 2,407건으로 지난해 같은기간(2,359)건 보다 증가했다. 이 또한 2022년 1,836건, 2021년 1,869건 보다 높다.

이렇다보니 임금체불 문제도 커진 모습이다. 건설근로자공제회가 건설 근로자 1,31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4년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서 '1년 내 임금 지급 지연(체불)을 경험했는가'라는 질문에 29.5%가 ‘그렇다’고 답했다. 2020년 조사 16.8%와 비교하면 4년간 두 배 늘었다. 임금 체불 불안을 느낀다는 답변율은 22.5%로 2020년 조사 당시 15.9%보다 크게 늘었다.

이와 관련 고용부노동부 집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임금체불액은 1조4,357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보다 26,8%(2,204억원) 늘어난 금액이다.

또 고용부가 윤종오 진보당 국회의원(울산북구)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는 임금체불이 줄어드는 추세였으나, 2023년 기준 전년도 대비 4,373억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건설업 종사자의 경우 같은 기간 기준 임금체불 규모가 50% 이상 증가했다. 임금체불 금액 집계가 노동청에 접수된 건만 포함하는 점을 고려하면 실제 임금체불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건설현장의 인력부족과 고령화 문제도 악화되고 있다. 새로 건설업에 진입하는 인력이 적고 청년층의 기피도 여전한 상황이다. 건설인력 연령이 높아지면서 인건비 대비 생산성이 떨어지는 가운데 기능 인력의 고령화와 신규 진입 인력 저조에 따른 인력난이 지속되며 임금 상승을 견인한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건설근로자 종합생활 실태조사에 따르면 올해 건설근로자 평균 연령은 51.8세로 올해 초 평균이었던 50.8세보다 늘었다. 진입연령은 39.4세다. 2020년 36.6세였던 데 비하면 빠르게 연령 평균이 높아졌다.

건설현장에서 고령의 숙련공과 젊은 신규 인력 사이 기술 전수와 생산성 향상을 이끄는 40대 비중도 줄었다. 2014년말 31.9%였던 40대 비중은 2023년말 20.3%까지 떨어졌다. 같은 기간 13.6%였던 60대 이상의 비중이 25.5%까지 증가한 것과 상반된다.

그렇다고 건설업 근로자들의 임금 수준이 개선된 것도 아니다. 건설 공사 현장이 업황 악화로 줄어들면서 근로일수가 줄어들자 일 평균 임금이 올랐음에도 연평균 소득은 줄었다.

올해 근로자들의 평균 일당은 18만3,000원, 연 소득은 3,592만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직전 조사인 2022년과 비교하면 일당은 2,200원 올랐으나 연간소득은 88만원 줄었다. 연간 기준 2% 줄어든 것이다. 연평균 근무일수가 217일로 2년 전 조사 대비 6.5일 줄어든 영향이다.

◆“정부 노력에도 개선 요원...건설업 인식·구조 개선 선행돼야”

건설업계에 도사린 인력난과 인력 고령화, 임금체불 등 업계 전반의 문제에 대해 전문가들은 건설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 개선과 하도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임금체불, 지급지연 등 구조적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고 진단했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건설업 임금체불은 시장 상황, 업황과 관계없이 아직 고쳐지지 않은 불공정한 관행이 문제"라며 "제도적으로 임금체불을 막기 위해 원청이 하도급 대금을 업체가 아닌 은행을 통해 전달하는 등 안전장치가 마련돼 있음에도 사각지대가 있다"고 말했다. 임금체불은 결국 원도급사 공사에 근로자를 고용하는 하도급 업체에서 빈번한 만큼 건설업의 구조적 문제와 이에 따른 불공정 문제 해결이 선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고령화와 인력난으로 생산성은 저하된 가운데 인건비는 높아지는 데 대해선 "주택현장 착공이 줄거나 착공을 하지 않은 상태로 사업이 지연되는 등 건설근로자들이 일 할 현장과 근로일수가 줄어 소득 총액은 줄었다"면서도 "최근의 인건비 상승을 살펴보면 숙련되고 오랜 기간 경험이 쌓인 기술자들을 구하기가 어려워지다 보니 필수·특수 공종 인력 임금이 크게 오르며 인건비를 견인했다. 외국인 근로자와 숙련공이 아닌 경우 큰 인상이 되진 않았다"고 지적했다. 인력난과 고령화 등을 개선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론 신규 인력 유입이 이뤄져야 하기 때문에 가장 먼저 건설업에 대한 근로환경과 이미지 개선이 선행돼야하고 불공정 관행을 털어내야 한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건설사 현장과 근로일수가 줄어들면서 근로자들의 소득 평균이 감소한 상황“이라며 "건설업은 고강도의 노동과 경직된 근로문화, 고된 근로환경 등을 고려했을 때 청년층이 뛰어들 이유가 많지 않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외국인 근로자 비중이 높아지면 근무환경 및 조건 개선이 더딘 경향이 있어 결국 악순환"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금체불 문제도 건설업 구조상 불법 재하도급 과정에서 빈번하고 일용근로자를 중개하는 업체들 가운데서도 나타난다"며 "불공정 재하도급의 경우 임금 지급보증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불공정 하도급의 경우 정부차원에서도 해결을 위한 노력을 수년간 지속하고 있으나 개선되지 않고 있다"며 "정부에서 처벌을 강화하거나 제도 기반을 마련해도 결국 건설업 하도급 구조에서 발생하는 불법 재하도급 등 악습이 뿌리 뽑히지 않는 한 개선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