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수백억 투자한 ‘K-신약’...개발비 회수도 어렵다?

2024-09-03     방석현 기자
▲서울 동작구 부광약품 사옥. ⓒ부광약품

너무 낮은 약가 ‘원인’...한국 출시 ‘기피’ 원인 작용

신약 개발 동력 위한 ‘지원책’ 마련해야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제약사의 신약 개발 동력 마련을 위한 지원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수년에 걸쳐 수백억원을 투자해 신약을 출시해도 너무 낮은 약가로 인해 회사의 캐시카우로 자리매김하는데 까지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일 부광약품의 조현병·양극성 장애 우울증 신약 '라투다'가 보험 급여와 함께 출시됐다. 2023년 11월 23일 국내 품목허가 승인을 받은 후 약 8개월 만에 보험급여에 등재된 것인데 이에 따른 40mg 한정당 가격은 1,300원이다. 

라투다는 부광약품이 2017년 4월 일본 스미토모제약과 라이선스 계약을 통해 한국 내 독점적 라이선스 권한을 획득해 개발 및 출시한 제품이다. 국내에서는 만 13세 이상 청소년 및 성인의 조현병과 만 10세 이상 소아 및 성인의 제1형 양극성 장애와 관련된 주요 우울 삽화로 허가받았다. 해외에서는 미국 및 유럽연합에 속한 54개 국가에서 성인 조현병 치료제로 허가됐다. 청소년(13~17세) 대상 조현병 치료제로도 승인된 상태다. 

부광약품 관계자는 “라투다는 기존 비정형 항정신병약물의 부작용인 체중 증가, 혈중 콜레스테롤 및 중성지방 증가, 혈당 증가 등 대사 관련 이상반응의 발생 빈도가 낮아 장기적으로 효과적인 치료가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

하반기 출시를 앞둔 국산 37호 신약인 제일약품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도 한정당 가격이 1,000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전으로 2019년 출시된 HK이노엔의 케이캡 25mg, 50mg 한정이 각각 1300원, 867원, 대웅제약 펙수클루 10mg, 40mg이 각각 939원, 376원인 점을 감안해서다. 

지난달 20일 코스닥에 상장한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고분자 및 약물전달시스템 기술을 기반으로 치료제를 개발하는 혁신형 바이오 솔루션 기업이다. 주요 제품은 ▲내시경용 지혈제 ‘넥스파우더’ ▲혈관색전 미립구 ‘넥스피어에프’ ▲관절염 통증 색전 치료제 등이 있다. 넥스트바이오메디컬은 혁신형 치료제 완제품을 빠르게 상용화해 국내 판매 및 해외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2023년 매출액은 48억원으로 이 가운데 88%가 해외 매출이다. 

넥스피어에프의 매출 대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유 또한 국내에서 약값을 제대로 인정받지 못해서인 것으로 알려진다. 이처럼 제약사들이 수년간 수백억원을 투자해 개발한 신약들이 낮은 약가로 인해 개발비 회수도 힘든 상황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약개발은 실패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데다 성공하더라도 사용된 개발비를 회수할 수 있어야 지속적인 신약개발이 가능한 상황인데 국내의 낮은 약가는 그것을 불가능하게 만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의 약가가 워낙 낮은 탓에 글로벌 신약들의 한국 출시를 늦추는 부작용도 있다”고 토로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선 신약 개발에 수년간 수백억원을 투자해 개발하는 상황임에도 너무 낮은 약가를 책정받기에 신약 개발 성장 동력을 잃어버릴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