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 주가 상승에 IB업계도 ‘활짝’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지난 2월 발표한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도입 이후 저평가됐던 금융지주(은행주) 주가가 급등했다. 그동안 은행주는 견조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 미만에 불과해 시장에서 외면받아왔으나 주가 부양이라는 정부 기조 변화로 인해 새로운 투자처로 주목받고 있다. 은행주의 주가 상승으로 그동안 상장 금융지주에 장기 투자해 왔던 PEF(사모펀드), 증권업계도 덩달아 직간접적인 수혜를 받고 있다. 다만 올해 하반기부터 기준금리 인하되고, 가계 대출 이슈도 남아있어 이자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상장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금융)의 주가는 정부의 밸류업 도입 이후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상승했다. 은행 대장주로 불리는 KB금융(28일 종가기준)의 주가는 연초 대비 60.07% 올랐다. 이는 코스피지수 상승(0.75%)과 비교해도 큰 폭의 상승세다. 이어 신한지주(46.38%), 하나금융지주(47.90%), 우리금융지주(24.84%)도 20~40% 이상 주가가 올랐다.
실적도 어느 때 보다 좋다. 4대 금융지주(케이비(KB)·신한·하나·우리)의 상반기 순이익(연결기준)은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인 9조3,526억원을 기록했다. KB금융의 올해 상반기 순이익은 2조7,815억원, 신한금융 2조7,470억원, 하나금융 2조687억원, 우리금융 1조7,554억원을 거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여전히 은행주의 주가가 저평가됐다고 판단한다. 현재 4대 금융지주의 PBR은 1 미만으로 자산가치(장부가액) 대비 시가총액이 여전히 낮다는 이유에서다.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정부의 밸류업 이슈 이후 은행주의 주가가 상승했지만 PBR은 여전히 낮다”며 “업종 가중평균 자기자본이익률(ROE)는 9.2%라는 것을 감안하면 PBR 0.47배는 펀더멘탈(기업의 기본적인 재무여건) 대비 낮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금융지주 주가 상승으로 투자은행(IB)업계도 직간접적인 수혜를 얻고 있다.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 시절이던 2016년 10월 과점주주체제를 구성해 증권사와 사모펀드 등 IB들이 일정부분 지분을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유진 프라이빗에쿼티(PE)와 푸본현대생명,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IMM PE 등 5곳이 사외이사 추천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증권사 가운데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 올해 상반기 기준 우리금융지주의 투자이익(평가이익)은 456억9,800만원에 달한다.
국내 3대 PE인 IMM PE도 지난달 30일 블록딜을 통해 총 2,640억원어치(1,677만8,107주)를 시간 외 대량 매매(블록딜)로 매각했다. IMM PE는 약 2.3%의 지분을 매각했다. 주당 매각 단가는 1만5,737원이다.
신한금융지주의 투자자들도 수혜를 보고 있다. 대표적으로 홍콩계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어피니티)와 베어링프라이빗에쿼티아시아(베어링PEA), IMM PE가 신한금융지주의 주가 상승에 수혜를 받았다. 신한금융은 지난 2020년 9월 유상증자를 통해 어피니티와 베이링PEA로부터 1조2,000억원 규모 자본을 유지했다. 국내 토종 사모펀드 IMM PE도 지난 2월 신한금융지주의 7,500억원 규모 유상증자에도 참여해 전환우선주(CPS)를 취득했다. 2022년 당시 신한금융지주의 주가가 3~4만원대인 것을 감안하면 안정적인 수익을 거둔 것으로 판단된다.
다만 은행주의 주가 상승이 연말까지 지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올해 4대 금융지주 실적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나 ▲금리 인하 이슈 ▲가계대출 규제 등으로 인한 NIM(이자마진) 감소가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증권업계도 은행주 주가 흐름에 대해 엇갈린 전망을 내놓았다. 설용진 SK증권 연구원은 “탑라인(매출) 측면의 둔화 추세는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금리 하락 전망 등 영향으로 은행 마진 감소 추세가 나타나고 있고, 대출 성장의 경우에도 가계부채 관리, 은행 간 경쟁 심화에 따른 영향이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김은갑 키움증권 연구원은 “금리하락 시 일반적으로 예대금리차가 축소로 이자이익 증가 에서는 부정적이지만 다른항목에서는 긍정적인 영향도 많다”고 진단했다. 그는 “금리 인사 이슈로 인해 유가증권 투자의 미실현손실이 감소하고, 채권 등 비이자이익이 개선될 수 있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충당금 부담도 줄어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