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대출 급증에 주담대 압박…"공급 확대서 수요 억제 전환"

2024-08-28     박은영 기자
▲아파트 단지 전경. ⓒ픽사베이

9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은행권 주담대 문턱 더 높아져

"가격·거래 둔화 가능성 있어"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다음달부터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줄어들게 된다.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시행돼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한 가산 금리가 새로 적용되기 때문이다. 

28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다음달 이후 가계부채 증가세와 부동산 시장 상황을 고려해 DSR 적용 범위 확대 등 추가 조치가 단계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수도권은 1.2%포인트, 비수도권은 0.75%포인트 가산금리가 차등 적용된다. 이에 따라 비수도권은 대출 한도가 3~8% 가량 줄어들 것이라는 게 금융당국 예측이다.

스트레스 DSR 적용시 연 소득 1억윈인 차주가 금리 연 4.5%로 30년 만기 대출을 받을 시 6억4,100만원을 빌릴 수 있었으나 오는 9월부터는 수도권 6억600만원, 비수도권은 6억2,400만원으로 한도가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은 가계대출 급증이 원인이다.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가운데 집값 상승으로 가계대출이 늘어난 것을 우려한 조치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1~8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이미 은행이 자체적으로 수립한 연간 경영계획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증가액은 연초 계획 대비 150.3%로, 이는 연초 계획을 8개월로 환산하면 가계대출 증가 수준은 200.4%에 달한다.

정부가 가계대출 총량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보니 시중은행들도 주택담보대출 조건을 강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조건부 전세대출’을 중단했으며 국민은행은 수도권 소재 주택담보대출 최장 대출기간을 40년에서 30년으로 줄였다.

주택 거래 대출 제한이 커지면서 시장에서는 정부가 가계 부채 증가와 서울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거는 데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도 시장에 자극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가 공급확대에서 수요억제로 전환된 모습”이라며 “가계부채 증가와 서울 집값 상승세를 막기 위한 수단이라면 당연히 규제를 하는 것이 맞다. 다만 스트레스 DSR이 집값 상승을 막는 수단이었다면 기존에 7월 시행 예정이었던 스트레스 DSR을 9월로 연기될 필요는 없었다고 평가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대표는 “오는 9월부터 대출한도가 줄어들면 내 집 마련이 절실한 실수요자 입장에선 주택 거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불안감에 8월에 서둘러 주택을 마련하려는 심리가 확산된다”며 “이 경우 불안했던 서울 아파트 시장에 자극을 줄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함영진 우리은행부동산리서치 랩장은 "기준금리가 인하된다면 변동금리부 차주들의 대출을 통한 주택 구입이 수월해지는 경향이 있는데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이 월간으로 약 7조원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 입장에선 수도권 집값을 잡기 위해 기존에 공급 확대책을 공격적으로 냈다면 현재는 수요 억제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함 랩장은 "폭염 등 계절적 요인과 휴가철이 있는 8월 거래량이 지난 6~7월 대비 주춤하는 모습인데 수요자 입장에선 집값이 급등하는 데 대한 주저나 관망이 있었다"며 "이 같은 분위기에 돈줄을 억제하는 직접적인 수요 억제책이 나왔기 때문에 거래나 가격 상승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좋은 곳으로 갈아타려는 교체수요가 있는 강남권에선 여유자금을 보유한 수요의 접근이 많은 만큼 DSR 규제로 인한 영향은 직접적이진 않을 것으로 보이고 다만 외지인 비율이 높았던 마포구, 용산구, 성동구 또는 갭투자가 비교적 많은 지역에선 스트레스 DSR 시행으로 인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