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근홍의 직격] 우리은행 망치는 우리금융 ‘회장 찬스’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썩어도 보통 썩은 게 아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친인척들이 우리은행으로부터 수백억에 달하는 부당 대출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은행은 우리금융에 종속된 금융사다. 금융권의 ‘비리 게이트’라고 참칭(僭稱)해도 손색없을 듯하다. 전직 회장이 지배하던 시절에 벌어진 일이라고 치부할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괜한 것일까.
비아냥거리는 게 아니다. 이번 사태는 소위 대출을 받기 위해 ‘회장 찬스’가 사용된 특혜를 넘어선 비리에 가까운 범죄다. 이쯤 되면, 우리은행은 ‘코마(coma)’상태에 빠진 중환자다. ‘그사세(그들만이 사는 세상)’를 이해하기엔 '비리의 온상'으로 느껴진다는 소리다. 수백억원대 횡령사건에 몸살을 앓는 와중에 부당대출 사건이 터져 사과를 해도 소용없어 보인다.
금융감독원이 지난 11일 밝힌 사실은 가히 놀랍지도 않다. 지난 2020년 4월부터 올해 1월 16일까지 우리은행은 손 전 회장의 친인척과 관련된 11명(법인, 개인사업자)의 차주에게 총 454억원(23건)의 대출을 내줬다. 이들 친인척이 실제 사용자로 의심되는 대출 162억원(19건)까지 합하면 총 616억원의 금전이 흘러 들어갔다.
손 전 회장과 그 친인척들에게 항변권을 주기 위해 한 발 물러서 보더라도 사안의 심각성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정상적이지 않다는 뜻이다. 금감원에 의해 드러난 사실을 보면, 손 전 회장이 지주와 은행에 지배력을 행사하기 이전 해당 친인척 관련 대출건은 4억5,000만원(5건)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해당 대출들이 부실화가 진행됐든 말든 그건 두 번째 문제다. 손 전 회장이 지위를 남용해 위력을 행사하는 방식으로 대출을 내주도록 종용한 사실이 있다면, 위력에 의한 ‘업무방해죄’가 성립할 수도 있다. 적어도 주의 의무를 다해야 할 우리은행은 제 3자에게 이익을 제공한 셈이 된다. 배임 혐의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다.
굳이 법적 처벌을 운운할 필요도 없다. 이젠 우리금융의 해체론까지 부각될 판이다. 굳이 지주회사가 은행 위에서 ‘이래라 저래라’할 이유가 없다는 뜻이다.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도 맑다’는 것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대출금리(가산금리)를 올리는 곳이 바로 우리은행이다. 누구는 돈 빌리기 한없이 힘든데, 또 다른 누군가는 ‘회장 찬스’에 힘입은 자유를 누리는 게 정상은 아니다.
우리은행은 쌍팔년(?)도에 머물러 있다. 손 전 회장이 지시를 해 이뤄진 대출이든 아니든 간에 공정성이 무너졌다는 뜻이다. 또 임직원들의 의식구조 자체가 구식(舊式)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적어도 회장 찬스가 사용된 것처럼 비춰지고 있기에 가질 수 있는 합리적 의심이다.
연말까지 남은 시간 동안 우리은행 나아가 우리금융은 불의에 맞서야 할 의로움이 무엇인지 끊임없는 자성의 시간을 가져야 한다. 거창한 구호는 필요도 없다. 무엇이 옳은 일인지 임직원들이 기본 개념부터 장착해야 한다는 말이다. 전직 회장이 벌인 일이고 연루된 직원 한명 꼬리를 자르면 끝나는 게 아니다. 은행권(KB국민은행·신한은행·하나은행·농협은행·iM뱅크·기업은행·산업은행·경남은행·부산은행·전북은행·광주은행·토스뱅크·케이뱅크·카카오뱅크)의 적폐로 전락하고 싶진 않을 것이다.
우리은행을 망치는 지름길이 ‘회장 찬스’ 따위와 같은 부패한 행태라는 것쯤은 이제 좀 알아야 한다. 코마상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우리은행을 이용하는 고객들의 인내심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