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R부터 원전 해체까지…건설사 새 먹거리 해외 원전시장 진출 '속도'

2024-08-14     박은영 기자
▲대우건설이 준공한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2호기 공사 진행 당시 모습. ⓒ대우건설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건설사들이 최근 ‘팀 코리아’로 체코 원전 건설사업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는 등 원전사업 수주에 속도를 내고 있다.

체코 원전 수주는 국내 건설사의 원전 수출은 15년만인데다 첫 유럽 원전시장 진출 사례로 꼽힌다. 체코 원전 사업에 참여하는 대우건설과 올해 불가리아 원전 2기 공사를 수주한 현대건설을 비롯해 삼성물산, DL이앤씨 등 건설사도 원전사업 기술개발과 수주에 적극 나서는 모습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대우건설은 지난달 18일 한국수력원자력, 두산에너빌리티 등과 ‘팀 코리아’를 결성해 체코전력공사(CEZ)가 발주한 신규 원전 건설 사업에서 프랑스를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원전사업 강국'인 프랑스를 제친 데다 2009년 아랍에미리트(UAE) 원전 수출 이후 15년만에 해외 원전 수출 명맥을 이어가게 됐다는 게 대우건설 측의 설명이다.

체코 원전 건설사업은 두코바니와 테믈린 지역에 1,000MW 이하 원전 최대 4기를 짓는 사업이다. 이들 ‘팀 코리아’는 앞으로 체코 정부가 테믈린에 추가 원전 2기 건설 추진을 결정할 경우 발주사와 단독협상 가능한 우선협상권을 확보한 만큼 추가 수주에 대한 기대도 큰 상황이다.

체코 신규 원전 건설사업에서 시공을 맡은 대우건설은 월성 원자력발전소 3·4호기와 신월성 원자력발전소 1·2호기 주설비 공사 등 상용원전 시공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팀 코리아는 구체적인 협상 진행 후 2025년 3월 체코 원전사업에 대한 최종 계약을 맺고 발전소 설계 및 인허가 등 절차를 거쳐 2029년 착공할 계획이다. 체코 정부는 이번 원전 건설 사업비가 24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업계는 이번 ‘팀 코리아’의 체코 원전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계기로 원전 시장에서 국내 건설사의 생태계 복원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하는 한편 발주가 예상되는 ▲폴란드 ▲네덜란드 ▲핀란드 등 타국가 원전 시장에도 국내 건설사의 진출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대우건설은 폴란드 원전에도 한수원과 함께 참여하고 있다.

국내 건설사 중 원전 시공 경력이 가장 많은 곳으로 꼽히는 현대건설도 원전 해체 사업과 대형원전의 해외 진출, 소형모듈원전(SMR) 건설 등 원전 분야에 경력을 살려 해외 시장 확대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현대건설은 한국형 원전 수출 1호인 UAE 바라카 원전을 포함, 한국형 대형원전 36기 중 24기에 시공 주간사로 참여하는 등 대형원전 건설 사업에서 다수 경력을 보유하고 있다. 1982년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기계협회(ASME) 인증을 획득했다. ASME 인증은 해외 원자력 프로젝트를 수주·시공하는 데 필수적인 국제 인증이다.

현대건설은 올해 2월 불가리아 코즐로두이(Kozloduy)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코즐로두이 원자력발전소 신규 건설공사는 수도인 소피아로부터 북쪽으로 약 200km 떨어진 코즐로두이 원전 단지 내에 2,200MW급 원전 2기를 추가로 신설하는 사업이다.

현대건설은 SMR사업과 원전해체, 사용후 핵연료시설 등 원자력 관련 사업에서 발을 넓혀가겠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은 2021년 미국 원자력기업인 홀텍 인터내셔널과 독점 계약을 체결하고 국내 건설사 최초로 미국 SMR 최초 호기 설계 착수한 바 있다. 

최근엔 한국재료연구원과 원자력 시공 분야 핵심기술의 글로벌 표준을 확립하고 해외 원전을 안정적으로 건설하기 위해 ‘대형원전 및 SMR건설 해외 진출 경쟁력 제고를 위한 협약’을 맺었다. 국제적 기준의 원전 시공 기술표준 및 품질표준 정립과 SMR 건설 소재 및 용접 기술 개발, 안정화된 공급체계 구축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또 현재 국내 해체 원전(고리·월성1호기) 방사능 오염 평가 및 비용평가 기술용역을 수행하면서 해체사업 기술역량을 축적하고 있다. 2022년 국내 기업 중 처음으로 홀텍과 인디안포인트(IPEC) 원전 해체 사업과 관련한 프로젝트관리(PM) 용역을 포함한 협력계약(Teaming Agreement)을 체결해 미국 원전 해외 사업에 진출했다. 

삼성물산과 DL이앤씨도 SMR 시장 공략을 위한 기술 개발과 수주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은 지난해 6월 루마니아 원자력공사를 비롯해 미국 뉴스케일, 플루어 등 글로벌 원자력 기업 5개사와 루마니아 SMR 사업의 전 과정을 협력하고 유럽 지역에 사업 확대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은 데 이어 지난달 26일  루마니아 SMR 프로젝트 기본설계에 참여하게 됐다. 

루마니아 SMR 사업은 기존 도이세슈티 지역에 위치한 석탄화력발전소를 462MW 규모의 SMR로 교체하는 것이다. 오는 2030년 상업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이번 기본설계 착수를 계기로 약 1년간 공동수행을 거친 뒤 최종 EPC 계약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DL이앤씨는 미국 SMR 개발사인 엑스에너지가 발행한 전환사채를 2,000만달러를 투자해 인수했다. 또 엑스에너지, 한전KPS 등과 글로벌 SMR 사업 개발·시운전·유지 보수 기술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엑스에너지는 물이 아닌 새로운 냉각재를 적용하는 비경수로형 4세대 SMR 분야의 선두주자로 인정받고 있다. 엑스에너지는 SMR 기술의 안정성과 경제성을 인정받아 미국 정부의 대규모 자금 지원(12억달러)과 지속적인 민간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2029년 상용화를 목표로 상품 개발을 진행 중이다. 

DL이앤씨는 SMR 사업을 통한 친환경 신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을 추진하고 있다. SMR 가동 시 발생하는 600℃ 이상의 높은 열을 또 다른 친환경 에너지원인 수소 및 암모니아 생산에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DL이앤씨는 국내외에서 개질 및 부생수소 생산 플랜트 설계와 시공 수행 경험을 보유하고있다. 천연가스를 통해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마덴 암모니아 플랜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해외 원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선 특히 설계·시공 경력 보유에 대한 평가가 높다"며 "2~3년 전 RE100이 등장하면서 원전해체 사업이 관심을 받았고 이후 원전 중에서도 시공 비용과 기간이 비교적 적게 소모되는 SMR 사업으로 진출하는 회사가 늘었다. 소형원전인 SMR은 2030년께부터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원전 사업은 국내 건설사들이 선진화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과 유럽 등 업체와 협업하고 연구개발을 진행하는 방식으로 발을 들이고 신규 투자를 단행해가며 사업 분야를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