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시중은행, 주담대 잔액 한달새 ‘8조’ 급증…10년래 최대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지난달 559조
은행채, 가파른 금리 하락…주담대 금리 인상 반감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5대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이 한 달 새 8조원 가까이 늘었다. 월별 기준 10년여 만에 최대 증가폭이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대책에 발맞춰 은행들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거나 다주택자의 추가 대출을 막아도 주담대 규모가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주담대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로 더 빠른 속도로 낮아지고 있다.
이 같은 현상에 대출금리가 낮다는 인식이 더해져 대출수요 억제 효과가 반감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는 상황에서 정부의 경고나 은행의 금리 조정만으로는 대출 수요를 막기에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7일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559조7,501억원으로 한 달 새 7조5,975억원 늘었다. 월별 대출잔액을 집계한 2014년 이후 역대 월별 최대 증가폭이다.
지난 6월 조사대상 은행들은 주담대 잔액 규모가 6조원에 근접하면서 가산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대출문턱을 높이기 시작했다. 대출금리는 조달원가에 해당하는 준거금리에 가산금리를 합산한 후 우대금리를 적용해 산출한다.
실제 KB국민은행은 지난달 3일과 18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각각 0.13%포인트, 0.2%포인트 올린 바 있다. 지난달 29일에도 추가로 0.2%포인트 인상했다. 또 2주택 이상을 보유한 차주에게는 주택 구입을 위한 신규 주택담보대출을 중단했고 점포에서 대출을 갈아타려는 주택담보대출도 막았다. 신한은행 역시 지난달 29일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1∼0.3%포인트 상향한 데 이어 이달 7일 추가로 0.3%포인트 인상했다.
◆가산금리 올려도 주담대 금리 ‘뚝’…'착시효과'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최저금리가 지난 6일 기준 연 2%대까지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들이 지난달 말 주담대 최저금리를 연 3% 위로 끌어올렸지만 1주일 만에 연 2%대로 회귀했다. 이자 마진에 해당하는 가산금리를 올리는데도 최종적인 주담대 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이유는 가산금리가 붙기 이전의 조달 원가에 해당하는 은행채 금리가 내려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투자협회 공시에 따르면 은행채 5년물(무보증·AAA) 평균 금리는 지난 5일 연 3.101%로 직전 거래일 대비 0.103%포인트 급락했다. 2022년 3월 31일(연 3.1%) 후 최저치다.
이 같은 흐름은 대출 수요자 입장에서 금리 부담이 크지 않다는 점을 자극해 주담대가 늘어난 원인으로 꼽힌다.
또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상승하는 등 부동산 경기에 대한 기대가 높아진 것이 주택담보대출 수요 증가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한국부동산원이 지난 1일 발표한 7월 다섯째주(29일 기준) 전국 주간아파트 가격 동향조사를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전주 대비 0.28% 오르며 19주 연속 상승세를 기록했다. 특히 서초구 아파트값 상승폭은 0.53%로 전주(0.46%)보다 더욱 커졌다. 최근 반포·잠원동 한강변 단지들이 연일 신고가를 갈아치우는 여파로 풀이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주택시장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다 시장금리 자체가 떨어지면서 은행채 발행에 있어 은행들의 자금조달 부담이 적기 때문에 대출수요를 억누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스트레스 DSR 2단계 시행 전에 대출을 받으려는 수요가 늘 수 있고 이달 역시 가파른 주담대 증가세를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