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네이버·CJ 깐부동맹...지분 맞교환 손실만 커졌나

2024-07-16     최나리 기자
▲네이버 사옥 전경. ⓒ네이버

네이버·CJ 계열사 기업 주가, 제휴 전보다 하락

수혜주 탈피, 재무 부담 가중 등 여러 원인 꼽혀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호기롭게 출발했던 네이버와 CJ 계열사의 이른바 깐부(동맹, 한패, 짝꿍을 뜻하는 말) 전략이 뚜렷한 효과를 거두지 못 하는 모양새다. 지난 2020년 10월 네이버는 CJ 계열사인 CJ대한통운·스튜디오드래곤·CJ ENM과 물류 콘텐츠 분야 시너지를 위해 총 5,000억원의 지분을 스왑(맞교환) 방식으로 대대적인 제휴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4여 년이 지난 현재 CJ 계열사와 네이버의 기업 주가는 계약 당시 때보다 하락한 상태다. 두 기업의 지분을 맞교환한 상황에서 양쪽 모두 평가손실이 커진 것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네이버의 주가는 CJ 계열사와 지분 교환 당시와 비교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날 네이버의 주가(종가기준)은 17만1,600원으로 지분 스왑을 공식적으로 발표한 날(2020년 10월 26일) 대비 39.04% 하락했다.

네이버 주가 하락 배경에는 먼저 ‘코로나19’라는 주요 키워드가 자리한다. 네이버는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코로나19 시기 언택트 플랫폼 수혜주로 주가 상승세를 달렸다. 당시 네이버의 주가는 무려 45만원대까지 치솟을 정도로 고공행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코로나 코로나19 엔데믹(Endemic: 일상적 유행) 전환 이후 언택트 관련주라는 호재는 사라졌다.

또한, 지난해 미국의 온라인 중고 의류 거래 플랫폼 포시마크 인수하면서 발생한 비용 부담도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작용했다.  당시에도 국내외 신용평가사들은 2조3,000억원의 대규모 M&A였던 양사의 인수전을 둘러싸고 네이버의 재무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를 보인 바 있다.

무엇보다 일부 주주들 사이에선 모회사인 네이버가 자회사를 분리해 상장시키는 ‘쪼개기 상장’ 방식으로 지난달 자회사 ‘웹툰엔터’를 나스닥에 상장시키면서 정작 네이버 주식 가치를 희석한 것을 주가 하락에 크게 작용한 것으로 평가했다.

2분기 실적 부진 전망도 주가 하락에 영향을 미쳤다. 남효지 SK증권 연구원은 “네이버는 올해 2분기 실적에 웹툰 관련 마케팅비, 상장 비용 등이 반영돼 영업이익률은 낮을 것으로 본다”며 “네이버 핵심 사업인 광고와 커머스 부문의 경우, 경기 부진 장기화로 광고 사업 매출 회복 속도가 더딘 데다 커머스도 중국 플랫폼의 국내 시장 진출 등으로 높은 매출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네이버와 지분을 맞 바꾼 CJ그룹 계열사 CJ 대한통운(-43.97%), CJ ENM(-39.87%),  스튜디오드래곤(-40,30%) 주가도 크게 하락했다.

증권가는 CJ대한통운 주가 하락 배경으로 국내 택배시장 더딘 수익성 개선이 주효하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했다. 물가 상승 분위기에도 택배 단가는 제자리걸음이기 때문이다. CJ대한통운에 따르면, 올해 1분기 택배 물동량은 4억400만 박스로 전년 동기 대비 3%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택배 ASP(택배사업 매출을 처리한 택배 상자 수로 나눈 값)는 2,341원으로 오히려 2% 감소했다.

아울러 CJ ENM 주가 하락 배경으로는 무리한 투자로 인해 재무적 부담이 커진 것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올해 1분기 기준 CJ ENM의 금융원가(이자비용)은 565억6,089만원으로 영업이익(123억3,314만원) 보다 높다. 즉 이자보상배율이 1 미만인 것이다. 이자로 갚아야 할 비용이 한해 벌어들이는 영업이익 보다 크다는 뜻이다. 

여기에 콘텐츠 시장 환경 변화로 넷플릭스가 독보적으로 OTT 패권을 잡으면서, CJ ENM자사 OTT 티빙은 적자를 지속했을 뿐만 아니라, TV 광고비 감소 추세도 주요 리스크로 작용한 것으로 진단됐다. 이에 더해 이재현 CJ그룹 회장의 숙원사업으로 알려진 ‘K-컬처밸리 조성’이 최근 무산되면서 제기되는 CJ라이브시티 폐업 가능성도 주가 하락 리스크로 작용할 가능성으로 관측됐다.

한편, 네이버와 CJ그룹 계열사들은 실적과 주가 반등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김남선 네이버 CFO(최고재무책임자)는 지난 5월 있었던 올해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 콜에서 “당분간, 특히 올해는 포시마크 자체의 프로덕트 및 서비스 향상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올해 1분기 흑자전환한 포시마크를 네이버의 성장동력으로 삼으면서 네이버의 주가를 한층 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했다.

CJ 계열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으로 CJ대한통운은 최근 신세계그룹을 비롯해 여러 기업들의 물류를 유치해 오고 있다. 이는 CJ대한통운이 업체 간 경쟁 속에서 차별화된 3자물류 역량과 지속적 혁신을 승부수로 고객사의 성장과 소비자 편익 증대를 키우면서 그룹 가치를 높이겠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