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 속 사망한 성지순례자의 딸 “아버지가 메카에 묻혀 기쁘다”
이슬람교도, 메카에서 죽고 매장되는 것을 축복으로 인식
[SR(에스알)타임스 조인숙 기자] 올해 성지순례(hajj) 기간에 사망한 한 인도네시아 가족은 23일 CNN과의 인터뷰에서 “가족이 신성한 도시 메카에 묻힌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망자의 딸 헤루 주마르티야는 자신의 아버지 응가티조 센토노(86세)가 “아버지는 건강했고 어떤 질환도 없었다”라며 “정오 기도를 기다리던 중 사망했다”라고 말했다.
사우디 당국에 따르면, 한낮 기온이 51도까지 치솟는데도 불구하고 180만 명 이상의 순례자가 성지순례를 참가했고 온열질환으로 1,300명 이상이 사망했다고 밝혔다. 작년 사망자보다 약 6배가 넘는 수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이슬람교 국가인 인도네시아 당국은 올해 약 24만 명의 인도네시아 순례자들이 메카로 찾았다고 밝혔다. 또 올해 성지순례 사망자 중 최소 215명이 인도네시아인이라고 밝혔다.
성지순례(Hajj)를 수행하는 것은 이슬람교도가 반드시 행해야 할 5대 의무 중 하나다. 신체적으로나 재정적으로 가능하다면 모든 이슬람교도가 일생에 적어도 한 번은 성스러운 도시 메카를 찾아야 한다.
이슬람교도들은 무함마드의 출생지인 메카에서 죽고 매장되는 것을 축복으로 여기기 때문에 대다수 이슬람교도는 메카를 찾기 위해 저축하고 비로소 노년기에 성지순례를 떠나게 된다.
인도네시아 종교 당국에 따르면 올해 순례길에서 사망한 인도네시아인 대부분은 50세 이상이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매년 하지 기간 수백 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작년에도 773명이 사망했다.
사우디 당국은 매년 국가별 할당제를 통해 성지순례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올해 허가한 성지순례 인원은 180만 명인데, 여기에 속하려면 개인별로 수천 달러의 비용이 소요될 수 있다. 따라서 허가를 받지 않은 상태로 성지순례를 시도하는 인원도 엄청나다. 올해도 허가를 받지 않고 순례길에 오른 사람 수만 해도 40~50만 명에 달한다. 허가를 받지 못한 순례자들은 냉방시설을 비롯해 물과 식량을 얻을 수 있는 버스를 타고 순례할 수 없다.
허가를 받은 순례자나 허가를 받지 못한 순례자 모두 신성한 도시 메카 안팎에서 일련의 의식을 거행하는데, 매일 뜨거운 열기 속에서 몇 시간씩 걷는 일이 포함된다.
관계 당국은 극심한 메카의 열기 속에서 보내는 것은 죽음의 위험을 무릅쓰는 일이라며 앞으로도 치명적인 하지 순례가 이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