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T 업계, 구독자 이탈 대안 '광고형 요금제' 묘수 될까

2024-06-25     윤서연 기자
ⓒ한국콘텐츠진흥원

이용자 10명 중 6명, 구독료 인상 부담에 해지 경험 있어

광고형 요금제, 이용자 확보·광고 수익까지 ‘일석이조’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체들이 잇달아 가격을 올리는 ‘스트림플레이션(스트리밍+인플레이션)’이 지속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이통사들이 줄지어 OTT 결합 상품을 40% 가량 인상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25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유·무료 OTT 플랫폼 사용자는 국민의 86.5%에 달한다. 그중 유료 플랫폼은 국민의 55.2%가 이용하고 있으며 1인당 평균 1.8개를 구독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구독료로 한 달 평균 1만2,005원을 지출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국내 이용자들이 생각하는 유료 OTT 플랫폼의 적정 구독료는 개당 월 7,006원이었다. 늘어난 금액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요금제를 찾아 ‘디지털 이민’을 떠나거나 계정 공유 플랫폼을 찾는 이용자도 늘고 있다.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 OTT 업계에서는 요금제 다각화로 돌파구를 찾는 모양새다.

◆"조금이라도 더 싸게"...계정 공유하고 디지털 이민 가는 이용자들

기존 가격 대비 저렴하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던 통신사 결합 상품 또한 이달부터 일제히 가격을 인상하고 나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거세지고 있다.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지난 1일부터 OTT 제휴 상품 가격을 평균 4,000원에서 5,000원 가량 인상했다. 지난해 말 유튜브가 프리미엄 구독 이용료를 1만450원에서 1만4,900원으로 약 43% 인상한 영향이다.  

요금 부담이 가중되자 가상사설망(VPN)으로 가입국을 조작해 저렴한 가격으로 가입하는, 즉 ‘디지털 이민’ 이용자 수도 늘고 있다. 국내 유튜브 프리미엄 가격은 1만4,900원인 반면, 인도는 129루피(약 2,100원), 튀르키예는 57.99리라(약 2,500원)로 훨씬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회 가입자가 늘자 유튜브는 최근 이용자의 가입 위치와 현재 거주 국가를 비교하는 시스템을 통해 구독 취소 예정 메일을 발송하는 등 단속 강화에 나섰다. 앞서 유튜브는 지난 2월 멤버십을 구매한 국가에서 6개월 이상 떠나 있는 경우 유튜브에서 멤버십을 정지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계정을 공유해 구독료를 나눠낼 수 있는 ‘OTT 계정 공유 플랫폼’ 이용자도 늘고 있으나 이용자들에게 명쾌한 해답이 되진 않는 상황이다. 유튜브의 경우 가족 구성원에게만 계정 공유를 허용하는, 즉 제3자에 공유를 금지하고 있어 약관 위반 사항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각 OTT가 약관 위반을 사유로 이용자 계정 정지 및 삭제 조치를 취할 수 있고 나아가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도 있다. 이는 넷플릭스, 티빙, 웨이브도 마찬가지다.

또한 계정 공유자의 개인 정보 유출 위험이 있고 이른바 파티장이 파티원의 결제대금을 '먹튀'하는 사건도 줄곧 발생해 사기 위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

넷플릭스의 경우 계정 공유 이용자를 단속하기 위해 가족이라도 동일 인터넷주소(IP)가 아니라면 계정 공유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한 바 있다. 계정을 공유하기 위해서는 TV와 연결된 와이파이에 접속해 가족임을 증명해야 한다. 다만 국내 OTT 업체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와 달리 단속에 소극적이다.

OTT 업계 관계자는 “아직 국내 OTT 서비스가 확산 단계에 있고 계정 공유 플랫폼이 비즈니스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판단하지 않기 때문에 글로벌 업체처럼 단속을 강화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차라리 광고보고 이용하겠다"…OTT 업계, 광고형 요금제 효과 '톡톡'

요금제 인상과 단속 강화에 OTT 구독을 해지하거나 보다 저렴한 OTT 서비스로 이탈하는 이용자들도 늘고 있다. 

디지털 마케팅 기업 메조미디어에 따르면 OTT 이용자 10명 중 6명이 구독 해지 경험이 있었다. 해지 사유로는 ‘이용 요금 부담’이 61%로 1위를 차지했으며 '구독료가 인상돼서'가 31%를 차지했다. 국민 대다수가 OTT 이용 경험이 있지만 절반 이상은 지속적으로 오르는 서비스 이용값으로 이탈하고 있는 것이다.

구독자 확보가 수익성의 열쇠인 OTT 업체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구독할 수 있는 ‘광고형 요금제’ 등을 내놓으며 이탈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소비자들 또한 천정부지로 오르는 구독료가 비합리하다고 판단, 광고형 요금제로 이동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 2022년 최저 요금제인 '베이식' 멤버십을 폐지하고 광고형 요금제를 출시했다. 월 5,500원인 해당 요금제는 광고가 없는 스탠다드 요금제(1만3,500원) 대비 약 59% 저렴하다. 넷플릭스에 따르면 광고형 요금제 구독자 수는 4,000만명에 달하며 광고 요금제 도입 국가의 가입자 중 10명 중 4명이 이 요금제를 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에는 티빙이 광고형 요금제를 선보였다. 넷플릭스와 동일한 월 5,500원으로 기존 티빙의 최저 요금제인 '베이직'보다 약 42% 저렴하다. 넷플릭스의 광고 의무 시청 시간은 시간당 최대 5분, 티빙은 최대 4분으로 알려졌다.

실제 이용자들의 반응 또한 긍정적이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에서 실시한 넷플릭스 광고형 요금제 이용의향 설문결과, 응답자의 72.2%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웨이브와 왓챠에서도 광고형 요금제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웨이브의 경우 현재 티빙과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상반기 내로 양사 간 합병 본계약 체결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으나 최근 웨이브의 전환사채(CB) 2,000억원을 두고 양사간 갈등이 있어 협상 속도가 늦어지고 있다.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이 성공적으로 마무리 되면 웨이브에서도 광고형 요금제를 선뵐 가능성이 높다. 

왓챠는 왓챠피디아라는 플랫폼을 통해 구독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들을 선별해서 제공하고 있다. 왓챠피디아는 별점 평점이 가능하며, 콘텐츠에 관한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점이 다른 OTT 플랫폼과의 차별성이다. 지난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자회사 '블렌딩' 지분을 매각하는 등 자본잠식 상태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 중인 왓챠로서는 광고형 요금제가 수익 개선의 도움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왓챠 관계자는 "광고형 요금제 상품은 사업성을 고려 중으로 출범 등의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서비스 간 번들링으로 구독료를 낮추고 기본 요금제 외에 연간이용권, 단건 결제 등으로 요금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일례로 월트디즈니 자사의 OTT 서비스인 디즈니플러스, 훌루, ESPN플러스는 듀오 번들과 트리오 번들을 제공하고 있다. 애플TV 플러스와 파라마운트플러스도 동시 구독 시 가격을 할인해 주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 "OTT 대항마 FAST 산업 육성"…CJ ENM 등 콘텐츠업체 협력 관건

정부도 대응책을 들고 나섰다. OTT 구독료 인상 대응책으로 ‘FAST(Free Ad-supported Streaming TV)’ 채널을 제시한 것이다. FAST 채널은 이용자가 광고를 보는 대신 무료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다. 미국의 경우 최근 2년간 1,000만명 이상이 유료 방송 서비스를 해지하고 FAST로 갈아타는 대규모 ‘코드 커팅’ 현상이 나타나기도 했다. 

FAST 시장은 미국·유럽 등 글로벌 시장에서 급부상하고 있지만 국내 활성화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이용자 확보의 기반이 되는 콘텐츠 다양성과 차별화를 위해서는 국내외 콘텐츠 배급사와 광고 파트너사와의 협업이 관건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콘텐츠 업계 내 제작 비용 이슈가 지속적으로 거론되고 있고 이에 대한 수익성 강화 방안도 필요한 상황"이라며 "제작 비용과 관련해 정부 기관의 지원이 이뤄지고 삼성전자, LG전자 같은 플랫폼사와 콘텐츠제공업체(CP) 사 간의 긴밀한 협업이 지속된다면 FAST 시장의 전망성은 긍정적인 편"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K-FAST 얼라이언스를 꾸리고 삼성전자와 LG전자의 FAST 플랫폼을 기반으로 해외 진출을 꾀한다는 입장이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자사 스마트TV 콘텐츠 플랫폼인 삼성 TV 플러스에 CJ ENM 브랜드관을 신설했다. OTT처럼 특정 콘텐츠를 택해 시청하지 못하지만 방송 앞뒤에 붙은 광고를 시청하면 유료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CJ ENM 관계자는 "FAST 사업 확장을 위해 추가적으로 논의된 사안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만 현재 삼성전자 스마트TV에 콘텐츠 공급을 진행 중이고 사업 발전을 위해 파트너사와 지속적으로 논의 중에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