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증권 ‘만년 적자’ 싸이토젠에 400억원 베팅…주가는 하락세

2024-05-24     유수환 기자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메리츠증권 사옥 전경 ⓒ 메리츠증권

“독보적인 CTC 분석 기술력 보유 기대감”

싸이토젠 적자행진에 주가 하락세…메리츠증권 손실 클 듯

[SRT(에스알 타임스) 유수환 기자] ‘국내 투자은행(IB)업계 강자’ 메리츠증권이 바이오기업 싸이토젠에 400억원을 투자한 것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공존하고 있다. 싸이토젠은 액체생검 플랫폼 기업으로 독보적인 순환종양세포(CTC) 분석 기술력을 보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기업은 지난 2018년 기술성평가 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했다.

다만 아직까지 확실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상장 이후에도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실적 부진으로 주가도 연초 대비 약 31% 하락했다. 메리츠증권과 프라이빗에쿼티(PE) 등 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싸이토젠에 자금을 출자한 것을 감안하면 현재 손실(평가손실) 규모는 큰 편이고, 투자수익을 내기엔 장기간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IB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최대주주가 변경된 싸이토젠에 대한 시장 전망은 엇갈린다. 이 기업은 독보적인 CTC 분석 기술력을 보유하면서 미래가치가 높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2018년 코스닥 상장 이후에도 적자가 개선되지 않은 점은 리스크로 지목한다. 

증권업계 일각에서는 싸이토젠의 미래가치를 높게 평가한다. 향후 글로벌 CTC 액체생검 시장이 활성화되면 직접 수혜가 기대된다는 이유에서다. 

싸이토젠은 지난 2010년 설립한 바이오 기업으로 CTC 기반의 액체생검 플랫폼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액체생검은 혈액을 통해 암을 진단하는 기술을 뜻한다. 보통 암 환자의 혈액에는 CTC라는 암조직에서 떨어져 나온 세포가 존재한다. CTC는 암 전이 원인으로 지목되지만 포착하기 매우 어렵다는 평가다. 

싸이토젠이 보유한 CTC 액체생검 플랫폼 기술은 환자의 체액(혈액)에서 CTC를 검출, 분석, 배양하기 때문에 활용도와 확장성이 높다고 평가받는다. 오병용 한양증권 연구원은 “싸이토젠은 독자 개발한 고밀도미세다공 칩을 이용해 혈액에서 CTC를 세포단위로 분리해낼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며 “이러한 기술로 환자의 CTC를 확보해 조직생검을 하지 않고도 암을 진단하고, 암의 특성을 알아낼 수 있다”고 했다.

이러한 기술력 덕분에 싸이토젠은 지난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유치했다. 지난해 12월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이 자금을 출자한 특수목적법인(SPC) 캔디엑스홀딩스가 1155억원을 투자해 최대주주(31.76%)로 올라섰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창업주 전병희 대표는 지분 14.92%로 2대 주주가 됐다. 캔디엑스홀딩스는 엑세스바이오, 홍콩계 PE인 엑셀시아캐피탈코리아 등이 참여했다. 메리츠증권은 엑셀시아캐피탈코리아에 약 400억원 출자하면서 50.05%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메리츠증권은 적극적인 바이오 기업 투자로 정평이 난 증권사다.

기관투자자의 대규모 출자 배경에 대해 IB업계 관계자는 “항암제 신약 임상시험 추진과 더불어 글로벌 항암신약과 병원을 연계해 적극적인 지분투자, 공동연구개발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이러한 활동을 통해 액체생검 플랫폼회사에서 CTC 액체생검 기반의 글로벌 항암제 진단 솔루션 기업으로 성장을 기대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우려도 간과할 수 없다. 싸이토젠은 2018년 상장 이후 단 한번도 흑자를 내지 못한 기업이다. 싸이토젠은 지난해 11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올해 1분기에도 33억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했다. 

연구개발 비용은 매출액 대비 90%가 넘는다. 지난해 싸이토젠의 연구개발비용(보조금 차감후 금액)은 31억1,700만원으로 전체 매출액(31억8,400만원) 대비 약 97.9%를 차지한다. 직원들의 평균 근속연수도 짧다. 싸이토젠의 올해 1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남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2년3개월, 여성 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년7개월에 불과하다. 

부진한 실적은 주가 하락에도 영향을 미쳤다. 싸이토젠의 주가는 이달 24일 종가기준 9,450원으로 연초 대비 약 31.57% 하락했다. 메리츠증권을 비롯한 기관투자자들이 지난해 말 자금을 투자한 것을 감안한다면 손실 규모는 크다.  

아울러 상장 기업으로서 영업손실이 지속될 경우 부담은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상장기업이 5년 연속 영업손실이 발생할 경우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된다. 투자주의 환기 종목이란 관리 종목 내지 상장폐지로 악화될 우려가 있는 부실위험징후 기업을 투자자가 사전에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투자주의 환기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주가 하락은 불가피하다. 일례로 코스닥 상장 기업 아이티센은 지난 3월 28일 한국거래소로부터 투자주의 환기 종목으로 지정되자 당일 주가가 24.2% 급락했다.

한편 메리츠증권은 주력 사업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외에도 제약바이오 기업에 꾸준히 투자해 온 증권사다. ▲아리바이오 임상 3상 자금 유치 ▲제넨바이오 전환사채(CB) 양수도 계약 ▲엔케이맥 CB 발행 등에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