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2조 노리는 유한양행 ‘렉라자’, 상업화 걸림돌 없나
2018년 계약 이후 총 수출금의 '8분의1' 수령
[SRT(에스알 타임스) 방석현 기자] 유한양행의 폐암치료제 ‘렉라자(레이저티닙)’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일각에서는 렉라자의 상업화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렉라자는 지난해 6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올해 1월 건강보험 급여까지 적용돼 시판 중이다. 2021년 식약처로부터 조건부 허가를 받고 31번째 국산신약에 이름을 올렸다.
조욱제 유한양행 대표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창립 100주년인 2026년에 글로벌 50대 제약사로 도약하겠다는 목표와 함께 올해 매출 2조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이어 조 대표는 "렉라자가 조만간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의 수익을 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의 기대감이 크다"고 했다.
이에 따라 렉라자가 유한양행의 2조원 매출 시대를 열어줄 '첨병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의대생 파업이라는 리스크에도 올해 1분기 렉라자는 200억원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문제는 얀센바이오테크의 태도다.
유한양행은 존슨앤존슨의 자회사 얀센바이오테크에 지난 2018년 11월 폐암치료 후보물질이었던 레이저티닙을 12억5,500만달러(1조6,000억원) 규모로 기술 수출했다.
하지만 2023년 유한양행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기술 수출 계약 이후 마일스톤 유입금은 2020년 3,500만달러(478억원), 2021년 6,500만달러(887억원) 불과한 것으로 나온다. 2018년 계약 당시 반환 의무 없는 계약금이 5,000만달러(682억원)라는 점을 감안하면 렉라자는 글로벌 임상3상 단계임에도 총 2,047억원을 취득해 총 수출금의 8분의1을 수령한 셈이다.
통상 제약사의 분기·사업보고서에는 매출 100억원이 넘는 블록버스터 치료제에 대한 기록이 남지만 렉라자는 유한양행의 2024년 1분기 보고서에 매출 집계도 빠져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렉라자가 국내 허가 이후 출시가 완료된 약 인 데다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인 데도 마일스톤 수취 금액이 적다는 것은 얀센바이오테크가 렉라자의 상업화를 고민하는 것일 수 있다”며 “인수합병(M&A), 기술도입 등 신약 개발에 적극적인 얀센이 마일스톤 금액을 여태껏 지급하지 않고 있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얀센바이오테크가 렉라자 도입 이후 이를 포함한 마리포사, 마리포사2 라는 2개의 병용임상을 연달아 진행하는 것은 렉라자의 상업화에 대해 불안을 느꼈기 때문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유한양행 관계자는 “렉라자의 마일스톤은 올 하반기 예상되는 FDA 승인 이후 대부분 수령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병용임상을 잇달아 진행하는 것은 특정 변이에 대한 치료옵션을 제공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증권가의 전망은 긍정적이다.
박재경 하나증권 연구원은 “유한양행의 렉라자와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아미반타맙 병용 요법(마리포사)의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이 오는 8월로 예상되는 만큼 4분기 렉라자의 미국 출시에 따른 마일스톤 800억원을 반영해 유한양행의 2024년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9% 늘어난 2조257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이선경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시장에서 기대하고 있는 렉라자, 아미반타맙의 병용 FDA 승인을 앞두고 5월31일부터 6월4일까지 진행되는 미국 임상 종양학회(ASCO)에서 렉라자 관련 총 5건의 연구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며 “미국 승인 임박에 따라 렉라자의 가치를 기존 1조2,000억원에서 1조5,000억원으로 상향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