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3사,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배터리 투자는 계속
LG에너지솔루션, 연초 투자계획 조정 등 유연한 대처…생산량 조절 가능성도
삼성SDI "투자 계획대로 진행”…SK온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 맞춰 투자 지속"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국내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가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에도 배터리 투자를 지속할 계획이다.
10일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순수전기차(BEV) 시장의 둔화가 본격화되면서 완성차 업체들의 성장률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장기화되는 고금리 현상 ▲충전 인프라 부족 ▲높은 전기차 가격 ▲내연기관 규제 완화 등으로 자동차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업체들이 단기 실적과 수익성 유지에 집중하면서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SNE리서치는 전기차의 일시적 수요 둔화 현상이 내년까지 지속될 전망이지만 중장기적인 전동화는 불가피하므로 단기적으로 기존 내연기관 시장과 하이브리드 시장 수요를 대응하면서 BEV 시장의 성장성을 모두 확보하는 전략이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먼저 국내 배터리 업계 1위인 LG에너지솔루션은 1분기 매출 6조1,287억원, 영업이익 1,57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9.9%, 75.2% 감소했다. 지난해 말부터 이어진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 둔화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의 수요 부진에 따른 영향으로 고객사와 긴밀한 협의를 통해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을 반영해 연초에 밝혔던 투자 계획을 조정하는 등 유연하게 대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초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 투자 우선순위를 따져 설비투자(Capex)의 집행 규모를 낮추겠다고 밝힌 바 있다. 캐즘을 마주하면서 품질·기술·제품경쟁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고 공장 증설에 있어서도 철저한 검증을 거치겠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삼성SDI는 안정적인 흑자를 이어갔다. 하지만 삼성SDI도 캐즘의 영향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다.
삼성SDI는 연결기준 1분기 매출 5조1309억원, 영업이익 2674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 29% 하락했다.
삼성SDI는 1분기 북미에서 리비안 RIT/RIS 차량의 판매량이 증가해 고성장세를 나타냈다. 또 고부가 배터리 P5가 급성장하면서 흑자 실현에 힘을 보탰다.
삼성SDI 관계자는 “캐즘 영향으로 실적이 줄었지만 투자는 축소없이 계획대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SK온의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지난달 24일 타운홀 미팅을 주재하며 전기차 캐즘에 따른 배터리 산업 성장 둔화에 대해 중장기적으로는 ▲각국 환경정책과 연비 규제 ▲전기차 라인업·충전 인프라 확대 등으로 지속 성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측했다.
SK온은 1분기 영업손실 3,315억원을 기록해 9분기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해외 법인들의 생산성 향상에도 고객사 재고 조정에 따른 가동률 저하와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축소 등 요인에 기인한 결과다.
특히 SK온은 북미 지역에서 포드 F-150, 현대 아이오닉5, 기아 EV9의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유럽과 아시아(중국 제외) 지역에서 주요 모델인 현대차 아이오닉5, 기아 EV6 등의 판매량 부진 영향으로 역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SK온 관계자는 “전세계 전기차 인도량이 전년 대비 20.4% 성장했고, 중국을 제외하면 7.4%포인트 줄어든 13.0%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전기차 시장은 지속 확대되고 있다”며 “성장하는 전기차 시장에 맞춰 배터리 관련 투자는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온과 포드의 합작법인인 ‘블루오벌 SK’는 지난 3월과 4월에 각각 6,890억원과 9,79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해 자금조달을 통한 시설투자에 나서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