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공기업 LH·HUG 지난해 재무 빨간불…해결책은
영업이익 98% 급감 LH…못받은 토지 분양대금 6조9,000억원
HUG, 4조원 순손실…전세사기 피해 대위변제 비용이 큰 원인
LH '해외 채권 발행', HUG "채권 보유 주택 낙찰 받아 임대 검토"
전문가 “공기업, 민간기업과 평가 달리해야…현 시장에선 불가피”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부동산 관련 공기업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실적악화와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다.
LH는 건설사 등에 매각했던 용지 분양대금 연체액이 불어나면서 실적이 악화됐고, 전세보증보험을 취급하는 HUG는 최근 2년간 전세사기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피해자가 늘면서 적자 폭을 키우고 있다.
이렇다 보니 업계 일각에서는 주택공급과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기금을 운영하는 두 기관 실적과 자금난으로 주택 정책과 전세·분양보증 등 사업 추진에 차질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만 LH는 재원 조달 다각화로 재무를 관리하고 공적역할 수행에 차질이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HUG도 채권 보유 주택을 낙찰 받아 임대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공개시스템 알리오(ALIO)에 따르면 LH는 지난해 매출액 13조8,840억원, 영업이익 437억원을 기록했다.
매출액은 전년도(19조6,263억원) 보다 29.2%(5조7,523억원) 줄었다. 영업이익도 전년도(1조8,128억원) 보다 97.5%(1조7,691억원) 떨어졌는데 이는 전년 영업이익의 4분의 1 수준이다.
LH의 영업이익은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성장세를 보였다. ▲2018년 2조6,136억원 ▲2019년 2조7,827억원 ▲2020년 4조3,346억원 ▲2021년 5조6,486억원을 기록했다. 하지만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경기 침체로 올해는 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LH의 이같은 실적 하락의 배경은 토지 분양 대금 연체액 증가다. LH가 건설사나 시행사에 토지를 매각하면 사업이 진행되는 동안 수년에 걸쳐 중도금을 받는데 공사비가 오르고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여파로 중도금을 받지 못한 경우가 늘었기 때문이다.
LH가 받지 못한 토지 분양대금은 2021년 말까지 2조원대를 기록하다 2022년말 3조9,000억원, 지난해 말 6조9,000억원을 기록하며 3조원이 증가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기가 길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LH 연체액은 지난해 보다 늘어날 수 있고 올해 LH 공동주택용지 계약 해지도 잇따른 만큼 LH 실적도 지난해 보다 더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HUG 상황도 녹록치는 않다.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는 가운데 전세사기 피해자가 꾸준히 늘면서 올해 역대 최대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HUG의 제31기 결산 공고에 따르면 지난해 HUG는 4조원에 가까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을 운영하는 HUG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금을 지급해줬으나 이를 회수하기까지 시간 차가 있는 것이 이러한 순손실의 가장 큰 원인이다. 2년 연속 적자 기록인데다 지난해 HUG의 당기순손실은 3조8,598억원으로 전년도 4,087억원이었던 적자가 1년 사이 3조4,000억원 이상 불어났다.
올해 1~3월 전세보증금 반환 보증보험 사고액은 1조4,354억원으로 집계됐다. 월별로 ▲1월 2,927억원 ▲2월 6,489억원 ▲3월 4,938억원으로 3개월 간 사고 건수는 6,593건에 달한다.
1분기 보증사고 규모는 지난해 1분기 7,973억원 보다 6,381억원(80.0%)가 급증했다. 2023년 1년간 사고액이 4조3,347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분기에만 전년도의 33.1%를 채운 것이다. 올해 1분기 HUG가 세입자에게 집주인 대신 돌려준 전세보증금(대위변제금)은 8,842억원(4,020건)으로 전년도 같은기간 5,865억원과 비교해 50.8%(2,977억원)이 올랐다.
업계에서는 올해 HUG의 당기순손실은 설립 이후 최대 적자를 기록한 지난해를 뛰어 넘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이에 두 기관의 재정난으로 업계 우려가 커진 가운데 LH는 정부의 출·융자금, 대금회수와 채권조달 등 재원조달 방안을 활용해 정책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유동성 확보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HUG도 현재 보증여력은 충분히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전세보증과 임대보증에는 차질이 없다고 채권 보유 주택을 낙찰받아 임대하는 사업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LH 관계자는 “건설경기 활성화 등 공사에게 부여된 공적역할 추진에는 문제가 없다”며 “해외 채권발행과 민간참여 주택건설사업 확대, 지방자치단체 공동시행 등 재원조달 다각화로 정부 정책사업을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연도별로 ▲2021년 3조7,000억원 ▲2022년 2조8,000억원 ▲2023년 2조8,000억원 등을 출자해 자본금이 확대됐고, 매입임대 등 주거복지사업 수행으로 금리1~2% 수준의 저금리 정책자금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외 신용평가사로부터 국가와 동일한 AA국제신용등급을 보유해 해외 채권발행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HUG 관계자도 "현재 충분한 보증여력을 확보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전세보증·임대보증 등 임차인 보호를 위한 보증을 차질 없이 공급할 예정"이라며 "전세보증 사고가 발생한 전세보증 가입자들에게는 약관에 따른 보증이행을 적기에 진행하고 있고 전세보증 미가입자들에 대한 다양한 피해지원 프로그램도 충실히 이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든든전세라는 HUG가 대위변제하고 채권을 보유한 주택을 낙찰받아 이를 기반으로 임대하는 사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전세 보증보험을 운영하는 HUG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을 때 자체 자금으로 먼저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반환하고 2∼3년에 걸쳐 구상권 청구와 경매를 통해 회수, 낙찰받은 주택을 전세 임대하는 방식이다.
반면 부동산 시장과 건설업계 업황 악화가 중첩된 현재 상황에선 LH, HUG의 재정난이 불가피하다는 시선도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원 주택정책실장은 “재정 악화에도 LH는 해외채권 발행을 했고 HUG도 정부 재정보조를 받는 등 개선방안이 강구되고 있어 국가 정책사업이나 보증업무에 차질이 있을 정도의 사태는 우려되진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공기업이 자구적인 개선방안을 강구하는 데 그칠 수 밖에 없다고도 평가했다. 주택공급 사업과 주택보증 업무가 실적 개선을 위해 축소되거나 폐기될 수 없는 구조기 때문이다.
김 실장은 “공기업은 정부가 추진해야하는 정책목적을 폐기할 수 없기 때문에 재정에 부담은 커도 국민 주택공급이나 서민 주거안정을 위한 사업을 중단할 순 없다”며 “재정난을 겪고 있는 데 대해 민간기업과는 다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고 두 기관이 서민과 접점이 크기 때문에 정부와 국회도 기관에 일관된 시각으로 평가하고 지금 같은 위기 시기에 재원 확보를 도울 방안을 고려해야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