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강호동 농협회장, 그 땐 맞고 지금은 틀리다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그 땐 맞고 지금은 틀린 것 일수 있다. 사람의 욕망은 얼마든지 입장을 달리 가져가도록 만든다. 괜한 것이 아니다. 비난을 하기 위한 ‘흠집 내기’는 아니다. 합리적 의구심이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 이야기다. 강 회장은 합천 율곡농협 시절인 지난 2020년 금융위원회로부터 부당대출에 따른 직무정지 3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았다. 동일인에게 대출한도를 초과해 부당대출을 내준 혐의가 인정됐던 것이다.
이 시기 강 회장은 “조합장은 농업협동조합법에 의해서 선출되며 은행장 같이 여신전문가가 아니란 점에서 억울한 측면이 있다. 감독자인 조합장을 대출업무 실무자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며 행정소송을 제기하고 억울함을 토로한 바 있다. 농협회장에 출마하는 상황도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강 회장이 이번 25대 농협회장 선거에 입후보 하는 과정에서 행정소송 1심 재판부(기각)는 부당대출에 대해 금융당국의 판단이 옳다고 봤다. 강 회장의 억울함이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즉각 항소한 강 회장은 전국의 지역농협 조합장들의 유사 사건에 선례를 남기기 위한 것임을 강조하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 취임한 후 지난 8일 슬그머니 항소를 취하하면서 조합장의 권익을 외치던 강 회장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 땐 맞았고 농협회장에 당선된 지금은 틀린 것일까.
행정소송은 소송법상 소의 이익을 따진다. 조합장 시절 행했던 일로 징계를 받은 것이기에 회장직을 수행 중인 작금의 신분에서 소송을 진행한다고 한 들 의미가 없는 것이다.
그런 사실을 알지 못했을까. 아니다. 아마도 그의 속마음은 25대 농협회장선거 운동과정에서 어지러운 시비에 말려들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직무정지 3개월이라는 금융당국의 중징계 처분이 그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장치가 필요했던 것이다.
누구나 소송을 통해 구제받을 권리가 있다.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 행했던 일을 여타 조합장의 권익까지 들먹이는 것은 가히 대단한 정무감각이다. 다시 말하지만 흠집 내기를 하고 싶지 않다.
이제 책임 있는 농협의 대표자로서 낡아빠진 농협의 폐단을 뿌리 뽑을 것이라는 의지로 회장 직무를 수행해야 한다. 때에 따라 자신이 가졌던 신념을 바꿔 달리한다는 인상을 주어선 갓 출범한 강 회장의 농협에 좋을 것이 없다. 유권자이던 전국에 있는 조합장들의 권익을 대변하겠다는 강 회장의 패기가 실종돼선 안 될 일이다. 강 회장의 4년 임기가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