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 AS부터 친환경 규제 대응까지…IPO 앞둔 HD현대마린솔루션

2024-04-03     윤서연 기자
▲HD현대마린솔루션 이기동 대표가 지난 2일 HD현대 GRC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

국내 유일 ‘선박 생애주기 관리 통합 서비스’ 제공…출범 6년만에 매출액 6배

[SRT(에스알 타임스) 윤서연 기자] 올해 상반기 기업공개(IPO) 최대어로 꼽히는 선박 사후관리 전문기업인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성장세에 기대감이 나온다. 최근 조선업계 내 환경규제가 강화됨에 따라 친환경 선박 개조 수요가 급증하고 있어서다. 전 세계에서 선박 수리 및 개조 상장사도 드문 만큼 HD현대마린솔루션이 유일하게 ‘선박 생애주기 관리 통합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점 또한 시장에서의 매력 포인트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 2일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HD현대 GRC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업 설명 및 IPO 추진 현황과 향후 계획에 대해 소개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에 따르면 자사는 2016년 11월 HD현대중공업 조선사업부, 엔진기계사업부, 전기전자사업부 등 선박 관련 유무상 서비스 담당 조직을 통합해 출범했다. 출범 초기에는 건조 후 인도된 선박과 엔진 등 주요 기자재에 대한 정비 및 수리 서비스를 수행하다가 이를 기반으로 현재는 친환경 선박 개조(리트로핏), 디지털 솔루션, 벙커링으로까지 사업영역을 확대했다. 

사업 영역이 4가지로 확대되면서 성장세가 무섭게 치솟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설립 초기(2017년) 매출액 2,403억원, 영업이익 546억원을 기록했으나 연평균 복합성장률(CAGR) 34.6%를 보이면서 불과 6년만에 매출이 6배 늘었다. 

◆AM 사업, HD현대마린솔루션의 '캐시카우'

HD현대마린솔루션이 4가지 사업 영역 가운데 가장 주력하고 있는 것은 선박 유지 보수(AM·After Market) 솔루션 사업이다. 지난해 AM 사업 매출액은 6,069억원으로 출범 초와 비교하면 약 2.5배 이상 늘어났다.

AM 사업은 선박 파손에 의한 긴급한 수리뿐만 아니라 정기·중간 검사 시에 선박을 도크에 안치해 검사를 진행하고 안전한 운항을 위해 유지 보수에 필요한 선박 부품과 기자재 등을 조달해 교체 및 정비를 한다.

AM 사업은 수리부터 입출항 관리 등 여러 분야에서 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만큼 유관산업과의 연계가 중요하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HD현대의 조선 부문(HD한국조선해양·HD현대중공업·HD현대삼호·HD현대미포)이 50여년간 구축한 기술력과 글로벌 네트워크 공유가 기반된다는 점이 가장 큰 경쟁력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HD현대 그룹의 일원으로서 HD현대가 건조한 선박 및 선박 기자재에 대한 독점 AS 권리를 갖고 있다는 것 또한 강점이다.

이기동 HD현대마린솔루션 사장은 “기본적으로 당사의 캐시파워는 AM 사업에서 나온다”며 “해당 사업의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자체 부품 및 기자재 재고 최적화를 위해 물류센터 구축 및 고도화를 진행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조선업 불황·인력난도 문제없다"…지속가능 경쟁력 확보

HD현대마린솔루션의 강점은 조선업계 내 불어닥친 인력난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 최근 한국 조선업은 슈퍼사이클을 타고 넘쳐나는 일감에 비해 이를 소화할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인력부족 문제는 조선사들의 인건비 부담을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공정 지연이 발생할 경우 공사비 지출 증가 및 선주에 지체상금을 지불하게 되는 요인이 될 수 있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이러한 문제로부터 자유롭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지난해 1조4,000억원의 매출을 창출했지만 총 임직원 숫자는 514명으로, 이 가운데 38%가 설계 엔지니어다. 숙련공들의 풍부한 건조 경험이 경쟁력이 되는 조선 건조업과는 달리, 수리 및 유지 보수, 부품 및 기자재 조달해 교체 및 정비가 주가 되는 AM 사업은 기술 집약적인 산업이기에 인력난에 구애받지 않는다. 

현재 슈퍼사이클을 탄 조선업이 향후 불황이 닥친다고 해도 수익성은 안정적일 수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최영찬 HD현대마린솔루션 책임은 “AM 사업은 대외적인 경기 영향을 덜 받는 사업”이라며 “기존 운항 선박의 유지보수 수요에 따라 조선업 불황 시기에도 필수적인 투자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책임은 “최근 들어 환경 규제가 강화되면서 에너지 운반선 및 저탄소 친환경 선박에 대한 신조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선박 유지보수 산업도 더 많은 수혜를 얻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동 사장 또한 “조선업 불황으로 조선소에서 만드는 선박 자체의 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든다고 해도 해운 시장은 계속해서 있는 배를 가지고 운용을 할 수 밖에 없다”며 “운용을 한다는 얘기는 결국 유지보수 비용은 지속적으로 생길 수 밖에 없는 것이고 이런 점이 조선업이 불황이더라도 우리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이라고 말했다.

◆HD현대마린솔루션, 모인 자금은 어디에?

HD현대마린솔루션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달 25일 증권신고서를 제출했고 이번달 내로 수요예측과 일반청약을 실시한다.

공모 예정 주식수는 890만주로, 주당 공모가액은 7만3,300원~8만3,400원이다. 공모 예정 금액은 6,524억~7,423억원이며 신주발행과 구주발행은 각각 50%로 445만주씩이다.

HD현대마린솔루션은 모인 자금을 ▲시설자금 ▲영업양수 자금 ▲운영자금 ▲타법인증권취득자금에 쓸 예정이다. 세부적으로는 시설자금에 544억원을 사용한다. 기자재 재고 최적화를 위해 물류센터 구축 및 고도화 진행, 국내 및 해외 항만 창고 확보를 위해 쓰일 방침이다. 

엔진 AS를 위해 영업양수 자금으로 424억원을, 디지털 전환 사업을 위한 운영자금에 222억원, 선박관리 회사·설계 회사 인수를 위한 자금으로 2,036억원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기동 사장은 “투자금의 약 40% 이상이 금융 인프라에 사용될 예정이고 물류 인프라 시스템 구축에 많은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한다”며 “사업 성장세로 봤을 때 당사에서는 5년 안에 최소 현재 매출액 2배를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혁 HD현대마린솔루션 CFO는 “자사 IPO는 LG에너지솔루션 이후 가장 큰 규모이기도 하고 그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며 “최근 홍콩, 싱가포르, 태국, 대만 등 글로벌 투자자들을 인바이트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