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총선 앞두고 잇단 여야 공천 파열음…국민은 피곤하다

2024-03-20     최나리 기자

[SRT(에스알 타임스) 최나리 기자] 제22대 총선 후보 등록일을 하루 앞둔 20일 여야는 연일 터지는 공천 파열음에 '몸살'을 앓고 있다. 

무엇보다 선거일이 20여일 얼마남지 않은 상황에서 공약 내세우기도 모자를 터인데, 온전한 판 꾸리기도 안 된 상태다. 때문에 반복되는 정치인들의 '제 잇속 챙기기' 모습은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먼저, 여당인 국민의힘을 보자. 한동훈 비대위원장을 호기롭게 내세운 여당은 이른바 ‘윤심’으로 점철된 당의 이미지를 쇄신하고자 노력했다. 각종 정치 퍼포먼스와 지역 현장 유세 자리에는 오히려 한 위원장 띄우기가 주가 됐다. 일각에서는 여당의 스피커는 한동훈 위원장뿐이냐는 말이 돌 정도다.

역시 이번에도 제 식구 챙기기였을까. 공천 마무리 시점에 뚜껑을 열어 보니 현역 교체율은 35% 정도로 공천 수혜를 얻은 이들 대다수는 ‘친윤’으로 알려진 현역 의원이다. 여기에 용산 대통령실 출신인 이철규 의원, 주진우 전 법률비서관, 이원모 전 인사비서관을 비롯해 내각 출신 인사들, 지난해 김기현 전 대표를 옹호하겠다며 전당대회 연판장 논란을 불렀던 초선 의원 다수도 공천장을 챙긴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칼 같은 평가로 공천을 받고도 좌절된 ‘친윤’ 라인도 있다. 장예찬 전 최고위원이 그 주인공. 장 전 최고위원은 과거 SNS에 올린 난교 관련 발언으로 철퇴를 맞았고, 논란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진정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 화근이 된 것으로 평가됐다. 그런데 억울함을 호소하는 장예찬 전 위원이 급기야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면서 공천 과정의 내부 갈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는 모양새다. 때아닌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대위원장의 갈등설까지 불거졌다.

더불어민주당도 상황은 국민의힘과 비슷하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말끔히 털지 못하고 우려 속에 시작된 총선 준비는 결국 ‘친명(친이재명계)횡재’, ‘비명(비이재명계)횡사’라는 웃지 못할 신조어를 낳았다.

지난 대선부터 대립각을 세웠던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일찌감치 새로운미래를 꾸려 떠났고, 김종민·박영순·홍영표 의원이 그와 함께했다. 공천 하위 평가를 납득 못한 김영주 국회부의장은 국민의힘으로 갈아탔다. 

게다가 이번 더불어민주당 공천 결과에서는 대표적인 비명계로 알려진 도종환·박용진·송갑석·이용우 등 현역 의원들도 줄줄이 탈락했다. 반면, 친명계로 대두되는 박성준 의원은 공천을 꿰찼다. 이재명 대표 측근으로 손꼽히는 이건태 변호사, 모경종 전 당대표실 차장 등도 현역 의원들을 제치고 공천장을 받았다.

민주당 내 더 큰 갈등을 부른 건, 고 노무현 대통령 비하 등 과거 발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선 양문석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의 거취 관련이다. 이재명 대표는 양문석 경기 안산갑 후보의 공천을 유지하기로 가닥을 잡고 “정치인에 대한 비판은 표현의 자유”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과연 양문석 후보가 친명계가 아녔어도 살아남았을까’ 하는 자조 섞인 얘기도 나온다.

여기까지 보면 여야 모두 과거 총선 과정과 딱히 다를 바 없는 모습이다. 고질적인 당내 편 가르기와 막말로 발목 잡힌 낙마. 국회의원 배지를 지키기 위해서라면 순식간에 달라지는 이념까지. 그저 답답한 모습이다.

이제 후보 등록이 시작되고 이후 본격적인 선거 운동에 돌입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여야 저마다 ‘한 팀’을 외치며 22대 총선 의석수 확보에 마음을 모으겠지만, 공천 과정에서 불거진 상호 비방, 편 가르기 파열음은 쉽게 잦아들 수 있을지 걱정이 앞선다. 이미 국민은 그 과정을 오롯이 지켜봤다. 여야 모두 국회의원 배지를 원한다면, 총선까지 남겨진 기간 확실한 책임감과 이미지 쇄신을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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