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집값 '상저하고' …전세 상승 불가피

2024-01-04     박은영 기자
ⓒ픽사베이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고금리와 경기침체로 지난해 부동산 시장 위축이 지속됐다. 이런 가운데 올해도 매수자와 매도자 사이 희망 매매가격 격차가 큰 만큼 거래가 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분양가가 오르면서 청약시장 인기도 시들할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올해 초까지는 시장 관망세가 뚜렷하겠지만 금리 인하가 기대되는 하반기가 가까워질수록 수도권을 중심으로 가격이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다만 유가가 높은 상황에는 경기침체가 해소될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눈에 띄는 시장 회복 기대는 어렵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금리가 내리는 가운데 신생아특례대출 등 정책 영향과 겹치고 총선으로 인한 부동산 시장 공약도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지난해 시장 '관망세'로 마무리…매수심리↓ 미분양↑

지난해 부동산 시장은 '관망세'로 마무리됐다. 4일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 12월 마지막주 수도권 아파트 값은 보합(0.00%)으로 마무리됐다. 고금리로 대출이 어려워지고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진 만큼 매수 관망세가 계절적 비수기와 맞물렸기 때문이다.

매수심리 위축과 미분양 적체도 이어졌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넷째주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2.9를 기록했다. 지난주(83.4)보다 0.5포인트 줄어들며 10주 연속 하락하고 있다. 매매수급지수는 기준선인 100보다 낮으면 시장에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의미다.

주택도 팔리지 않고 쌓이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들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올해 1월 기준 미분양 물량은 지난달보다 20.2포인트 오른 115.7로 전망됐다. 지난해 5월(106) 이후 최고 기록이다. 

지난해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와 GTX 개통소식 등 부동산 시장 호재에도 침체된 분위기는 전환되지 못한 모습이다. 

상반기 시장 활력 기대 어려워…금리인하·총선 반전 요인 

전문가들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로 신규 주택 공급 차질이 겹치고 미국 기준금리 인하와 한국은행 금리인하의 시차를 고려하면 올해 당장의 시장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부터 이어진 부동산 시장의 침체 분위기를 전환할 요인으로는 금리 인하와 총선을 꼽고 있다. 올해 초까지는 고금리, 가격하락 우려로 매수심리 위축 등 하방요인이 뚜렷하지만 이후에는 기준금리 인하 기대와 총선에서의 새 부동산 정책 등 상승 요인이 있다고 봤다. 

김학환 한국부동산경영학회 회장(한국공인중개사협회 부동산 정책연구원)은 “미국에서 기준금리를 내려도 한국은행의 금리 결정과 시차가 있고 부동산 소비 심리지수 위축이 지속되고 있어 상반기에는 가격이 보합 또는 소폭 하락하는 분위기 일 것"이라며 "공급이 부족한 상황에 부동산 PF 위기가 있다보니 정부의 주택 공급 정책에도 차질이 있을 것으로 보이고 수급불균형도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1분기까지는 시장 정체가 뚜렷하다가 그 이후부터 차츰 상승 여력이 일부 생긴다"며 "4월 총선이 다가오는데 이때 대부분 부동산 개발이나 시장 침체를 벗어나기 위한 규제 완화 방안을 주류로 들고 나올 가능성이 높고, 이는 시장에도 분위기 반전 여력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양지영 양지영R&C연구소 소장은 "상반기에는 고금리 영향으로 가격이 오르기 어려워 지금과 같은 관망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하반기에는 금리인하 기대감과 신생아 특례대출 등 정책 효과를 비롯해 총선에서 규제완화와 개발정책이 나오면 가격이 오를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고유가가 지속되면 시장 회복이 더딜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권대중 서강대 일반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미국 기준금리 인하 이후에도 당장의 시장 활기를 기대하긴 어렵다"며 "금리는 올라갈 때는 가파르게 오르지만 내릴 때 그 낙폭이 크지 않아 그만큼 시장에 반응을 가져올 영향이 크지 않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어 "유가가 높아지면 자잿값, 운송비, 공사비 등 다 오르게 되는데 고유가가 지속되면 경기가 침체되면서 금리가 내려도 시장이 쉽게 활기를 띄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세가격 상승 한목소리…청약시장 양극화 

전문가들은 전세 가격은 오를 것으로 입을 모았다. 신규 분양이 적고 매수심리가 위축된 데다 새 단지 분양가도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전월세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어서다.

김 회장은 "지난해 매매가격은 꾸준히 하락을 기록하던 반면 전세가격은 추석 직후 주춤하다 다시 상승세를 기록했다"며 "건설사는 PF위기가 있고 분양가도 올라가고 있어 공급은 부족하고 이는 기존 주택의 전세수요로 이동해 전세가격을 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양 소장도 "매매가격은 안정세를 보이는 반면 전세가격은 오르는 추세였고 입주 물량이 줄어드는 만큼 전세값은 상승이 불가피하다"며 "이는 오히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을 올리는 작용을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청약시장과 관련 김 회장은 "청약시장은 크게 위축되진 않을 전망"이라며 "분양가가 높더라도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큰 위축 우려는 없으나 과거에 등장한 '똘똘한 한 채'에 대한 선호로 분양가격과 입지 장점에 따라 단지별로 양극화를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해 내 집 마련 목표라면 "분양가상한제, 급매물 주시"

전문가들은 올해 내 집 마련을 목표로 하는 수요자들은 분양가상한제 적용 청약단지와 급매물을 노리는 게 유리하다고 제언했다. 공급물량이 늘어나는 2025년 청약을 노리는 것도 방법이라는 의견도 있다. 

양 소장은 "실수요와 투자 등 목적에 따라 거래 금액과 지역 목표가 다르겠으나 실수요자라면 당분간은 금리 부담이 크기 때문에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는 청약아파트를 노리는 게 좋은 방법"이라며 "특히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더라도 입지 장점을 가진 단지 위주로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물 가격이 최고가 대비 많이 하락한 급매물 위주로 기존 아파트 매입에 나서는 것도 현명한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김 회장은 "꼭 올해 주택을 마련해야하는 수요자라면 지난해 연말과 올해 1분기와 같은 침체기가 보일 때 주택을 마련을 고민하는 게 좋다"며 "다만 이 시기를 지나 시장을 지켜보고 매매에 나서려는 수요자들은 시장 상황을 주시하다가 2025년 이후 공급이 늘어나는 시점에 청약에 도전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