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카카오뱅크, 차라리 ‘카카오’를 버려라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공식 입장은 없다.” 김범수 카카오 전 이사회 의장이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시세조종 의혹과 관련해 형사처벌을 받게 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대주주 적격성 문제가 불거진 가운데 카카오뱅크 관계자가 내놓은 답변이다.
참 무지하기 짝이 없다. 우리 일이 아니라서 어물쩍 넘어가고 싶은 것일까. 아무쪼록 논란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것이 낫긴 하다. 그래도 참 어리석다. 아니 형언할 수 없는 무식함이 느껴진다. 위기 대응이 허술해도 이럴 순 없다. 김범수 전 의장을 비롯한 카카오 경영진이 말아먹은 카카오뱅크의 이미지에 대해 항변이 필요하단 것쯤은 적어도 알았어야 했다. 카카오뱅크에서 카카오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고려하면 이미지 추락은 말이 된다.
일단 사안을 짚어보자. 카카오 경영진은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사모펀드 운용사인 ‘원아시아파트너스’와 공모해 2,400여억원을 들여 SM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린 ‘시세조종’ 혐의를 받는다.
이미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는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배 대표는 인수·합병(M&A)과 외부 투자유치를 통해 카카오의 몸집을 키운 상징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이 더욱 크다. 강호중 카카오 투자전략실장, 이준호 카카오엔터 투자전략부문장도 관련 혐의를 받아 검찰에 넘겨진 상태다. 카카오와 카카오엔터 법인 2곳도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다. 김범수 전 의장이 시세 조종에 관여한 사실을 입증할 물증 확보 소식도 들린다. 김 전 의장도 구속될 위기다.
이해해보려 한다. 사람은 누구나 없으면 갖고 싶어 한다. 하나를 갖게 되면 더 큰 것을 가지려 든다. 사실 욕심은 끝이 없다. 새로움과 혁신을 강조하던 카카오 경영진은 감옥행 티켓을 끊어야 할 지경에 몰렸다.
다시 카카오뱅크다. 카카오 경영진의 비행(非行)으로 카카오라는 간판을 뗄 위기에 처했다. 카카오뱅크 대주주에서 카카오가 자격을 잃게 될 수도 있다는 소리다. 형님인 카카오와 그 경영진이 SM 시세조종 혐의로 형사처벌을 받게 되면, 애꿎은(?) 카카오뱅크만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되는 것이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 지분을 10%만 남기고 나머지 17.17%를 다른 회사에 넘겨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2017년 출범당시 은행권(우리은행·하나은행·신한은행·KB국민은행·농협은행·SC제일은행·대구은행·부산은행·경남은행·광주은행·전북은행·산업은행·수출입은행·토스뱅크·케이뱅크 등)에 ‘메기효과’를 일으킬 것이라는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아니다. 메기효과는 애초에 없는 말인데, 카카오뱅크에게 덮어씌운 것 일수도 있다.
메기효과는 메기 한 마리를 미꾸라지 어항에 넣으면, 메기를 피해 다니느라 미꾸라지의 움직임도 빨라지면서 긍정적 효과를 낸다는 뜻이다. 상식적으로 생각을 해보자. 카카오뱅크가 은행권에 준 변화가 있기는 한 것일까. 의문이다. 주택담보대출을 확대해 올해 상반기 역대 최대 순이익(1,838억원)을 거뒀다고 말하는 곳이 카카오뱅크다. 이게 카카오뱅크가 일으킬 것이라고 했던 메기효과다. 눈을 씻고 찾아도 시중은행과 차이를 알기 어려운 지경이다. 이상한 기시감이 든다.
카카오뱅크의 지금은 전혀 새롭지 않다. 굳이 말하면, 메기효과 따위는 없다. 메기를 풀어 놓으면 어항에 든 미꾸라지는 스트레스를 받아 쉽게 죽는다. 카카오뱅크는 은행권이 지향하는 혁신의 아이콘도 아니다. 그냥 욕심이 그득한 대주주가 이미지를 말아먹은 일개 인터넷은행이다. 이 지경이면, 카카오뱅크는 입장을 내놓았어야 했다.
이젠 제발 알아야 할 때다. “대주주의 불법적 이슈로 받게 될 안 좋은 이미지에 대해 내부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 중”이라는 답이 그렇게 어려울까. 이게 모범답안이다. 한 번은 무지함으로 치부할 수 있다. 두 번은 기본도 안 된 무식함이다.
현명한 기업은 위기를 초래한 근원의 싹을 먼저 잘라낸다. 카카오뱅크에서 풍겼던 새로움은 ‘몸집 불리기’로, 고객지향은 ‘이익우선’으로 변질된 지 오래다. 카카오뱅크가 아니라도 고객이 선택할 은행은 차고 넘친다. 말도 안 되는 소리다. 하지만 해야겠다. 카카오뱅크가 차라리 먼저 카카오를 버려라. 어떤 식으로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