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 신세계 이어 대대적 '물갈이' 인사 전망
국내외 리스크 심화에 실적 부진 지속…경영쇄신 필요성 커져
[SRT(에스알 타임스) 박현주 기자] 신세계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지난 달 20일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로 귀결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은 가운데 자연스럽게 곧 단행될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통상 11월 말~12월 초에 진행되던 롯데그룹의 정기 임원 인사가 올해는 한 달여 앞당겨진 이달 내 단행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국내 경기 침체는 물론 글로벌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그룹사들의 위기 의식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을 반영해서다.
특히, 롯데그룹과 유통 쌍벽을 이루고 있는 신세계그룹이 예년보다 앞당겨 큰 폭의 임원 인사를 진행한 만큼 비슷한 상황의 롯데그룹도 서둘러 파격적인 물갈이 인사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앞서 신세계그룹은 통상 10월에 진행하던 정기 임원 인사를 9월로 앞당겨 단행했다.
롯데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사실 예전에도 인사가 빨리 단행될 것 같다는 추측성 전망은 항상 있어 왔지만 실상 대부분 11월 말이나 12월에 인사가 났었다"며, “그러나 올해는 불안한 국내외 경제 상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예년과 같은 수준의 인사 단행에 그칠 것인지는 예단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롯데지주 관계자도 "인사와 관련해선 그 어떤 것도 정해진 것이 없다"며, "내용이든, 시기든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답변할 수 있는 내용이 없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롯데그룹이 예년보다 정기 임원인사 날짜를 앞당길 뿐 아니라 신세계그룹과 비슷하거나 더 큰 폭의 임원 교체 등을 골자로 하는 인사를 단행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올해 신세계그룹의 인사도 유통사업에 대한 위기의식과 부진한 실적에 대한 문책이 반영된 '물갈이 인사'였던 만큼 이 같은 유통업계 경영쇄신 분위기가 롯데그룹 인사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그룹은 지난 2010년부터 2022년까지 재계 순위 5위를 유지했지만 올해 6위로 밀려났으며, e커머스업계 공룡기업으로 올라선 쿠팡이 올해 매출 15조원을 기록한 가운데 롯데쇼핑은 매출 7조원에 그치면서 경영진의 위기 의식을 더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부진한 실적을 타개하기 위한 대대적인 혁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유통 주력 계열사인 롯데쇼핑의 실적 전망은 밝지 않다. 롯데쇼핑의 사업부문은 백화점·할인점·전자제품전문점·슈퍼·홈쇼핑·이커머스·영화상영업이다. 롯데쇼핑의 올해 상반기 매출에서 각 사업부문이 차지하고 있는 비중은 할인점(39.9%), 백화점(22.5%), 전자제품전문점(18.2%), 슈퍼(9.1%), 홈쇼핑(6.4%), 영화상영업(3.3%), 이커머스(0.9%) 순으로, 할인점·백화점이 올해 상반기 매출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이커머스 사업부문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영업 적자 411억을 기록하는 등 할인점·백화점을 뺀 나머지 사업부문은 실적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신동빈 회장 장남 신유열 상무 거취 주목…나영호 롯데온 대표 연임 여부 관심
이 같은 상황 속에서 롯데쇼핑의 김상현 부회장, 정준호 대표가 내년 3월 22일부로 사내이사 임기가 종료된다. 순혈주의를 강조한다고 평가 받던 롯데가 이례적으로 외부에서 영입한 임원인 만큼 임기 동안의 성과가 집중적으로 조명될 공산이 크다.
온라인 사업부문을 이끌고 있는 나영호 롯데온 대표의 연임 여부도 관심사다. 유통업체 전체 매출에서 온라인업체 매출이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롯데그룹의 e커머스 사업 수장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의 인사도 초미의 관심을 받고 있다. 신 회장은 지난 22일 롯데하노이몰 오픈식에서 "경영수업 중"이라며 신 상무를 언급하기도 했다.
관련 업계는 롯데쇼핑의 부진한 실적 등 위기 타개를 위해 귀추가 주목되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이번 인사가 크지 않다면 경영쇄신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박상인 서울대학교 교수(행정대학원)는 "롯데도 신세계와 마찬가지로 분위기 쇄신 차원이든,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이든 전문경영진을 대폭 물갈이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만, 최종적인 의사결정 권한과 부진한 실적에 대한 책임은 결국 그룹 총수에게 있으며, 합리적인 반대를 할 수 없는 경직된 구조 속에서 단순 '충격요법'식 인사에 그친다면 과연 경영쇄신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라고 말했다.
이어 "롯데그룹이 가진 온·오프라인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통합관리하지 못하는 것으로 비춰지는 가운데 해외사업 확장과 유통사업 이외에도 건설, 화학 등 이른바 '문어발식' 사업 운영보단 그룹의 중요한 사업에 보다 집중하는 전략적 접근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