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 수준 혁신' 거론된 LH, '주택청' 신설 대안 될까
LH, 임직원 땅 투기·철근 누락·전관예우 논란 잇따라
2년 간 추진한 혁신안 무용지물…국토부, 10월 새 혁신안 마련
[SRT(에스알 타임스) 박은영 기자]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철근 누락으로 인한 사고와 전관 업체와의 용역 계약 체결로 연일 논란이다. 2년 전 불거졌던 LH 직원들의 내부 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 사태 이후 또 다시 LH가 도마에 오르며 존폐 위기에 몰렸다.
업계 안팎에선 2년 전 땅 투기 사태 당시 거론됐던 ‘주택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과거에도 거론됐던 ‘주택청’ 신설에는 정부조직법 개편이 필요하고 LH가 추진하고 있는 사업과 기관역할이 옮겨가는 과정이 필요한 만큼 실현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시각도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LH에 철근 누락 사태와 전관예우에 대한 책임을 물어 고강도 혁신을 준비 중이다. 2년전 LH에서 시행한 혁신안이 있었으나 전관 예우 등 문제가 재차 발생하자 정부도 LH에 대한 고강도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 카르텔 혁파’를 목표로 LH 조직 해체 수준의 강도 높은 개혁안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지난달 31일 이후 심사·선정이 된 부분까지 LH가 (계약)취소에 이르게 된 것은 앞으로 전관유착을 끊어내기 위한 강력하고 단호한 원칙의 표현”이라며 “전관 카르텔은 공공의 역할에 대한 배신이며, 민간의 자율경제시장을 왜곡하는 등 공정한 경제질서를 정면으로 파괴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또 “공공에 있을 때는 퇴직 이후를 챙기고 퇴직 이후에는 후배들을 유착으로 이끌면서 선진국 수준의 건설산업 제2의 도약을 이끌어야 하는 미래세대의 기회를 빼앗는 세대적 약탈행위고 어쩌면 가장 고질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 불법하도급 등에 이어 반드시 근절해야 할 부조리”라면서 “양보 없이 과감히 근절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오는 10월 중 LH 카르텔 혁파 방안을 마련해 발표할 계획이다. 또 지난 20일까지 체결된 계약에서 전관 업체임이 확인되면 모두 해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에 취소된 계약 사례는 11건으로 총 648억원 규모다. 이렇다보니 LH가 추진 중인 윤석열 정부의 50만호 공공분양주택 공급일정에 차질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LH관계자는 "진행 중인 사업에 중단이 생기면 일부 지장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공급 일정에 차질이 없도록 세부적으로 검토해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관련 업계에선 퇴색한 LH 역할과 조직 유지에 대한 비판이 큰 상황이다. 이에 일각에선 2년 전 LH가 부동산 투기 논란 이후 거론됐던 주택청 신설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다시 나오고 있다.
LH에서 문제가 발생할 때 마다 자체적으로 혁신안을 발표했으나 논란만 반복된 만큼 이번엔 더 높은 강도의 혁신안이 필요하다는 게 '주택청' 신설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주택청’을 설립해 LH의 업무 중 공공주택 공급 업무와 관련된 ▲택지개발 ▲주택설계 ▲시공감리 ▲주택분양 등을 이관하고 LH는 주거복지에 대한 방안이 필요하다는 것.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경우 "땅장사, 집 장사뿐 아니라 퇴직 이후에도 수주 로비스트를 양성하는 LH는 해체하고 대신 서민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청을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LH 사정에 밝은 한 업계 관계자는 "주택청을 신설하는 부분은 2년 전에도 검토됐는데 당시에도 추진되지 못한 원인에는 법안 통과와 행정 절차 등 어려움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하지만 꼭 불가능한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 정부에서 강하게 드라이브를 걸어 신설을 추진한다면 기존 LH 인력을 분산하는 등의 방식으로 실현 될 가능성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공에서 철근이 누락된 것은 명백한 잘못이지만 전관 카르텔로만 초점을 두고 문제를 해결하려 하기엔 무리가 있다"며 "재취업은 문제 소지가 명확하지만 LH 출신 업체와의 계약을 모두 근절하면 참여 가능한 업체 수가 한정적이기 때문에 시장에선 또다른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현재 발생하고 있는 철근누락, 부실시공의 문제를 전관 업체와의 계약에서만 찾기 보다 감리 시장의 고령화, 발주처의 감독 기능 부족 등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