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창간기획] LG엔솔·SK온·삼성SDI, 전기차 배터리 생산시설 늘리기 '가속도'
2025년 전동화 전략에 따라 세계 완성차 업체는 전기차 생산 비중을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다. 이에 국내 배터리 제조 3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 위해 해외에서 생산 공장 신·증설을 추진하는 한편 완성차 업체와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 원재료에 대해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중국업체를 배제하면서 국내 배터리 제조 3사는 북미와 유럽에서 수주량을 늘려나가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배터리 3사의 하반기 사업 전략을 들여다보고 경쟁력 강화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SRT(에스알 타임스) 선호균 기자] 배터리 3사가 북미시장에 앞다퉈 진출하는 것은 전방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급증해서다. 수요가 늘어나면 배터리 공급량이 증가하게 된다. 올해 상반기 유럽시장에서의 전기차 수요 둔화로 3사는 북미에 합작법인 설립과 함께 배터리 공급 수주량을 늘려 시장점유율 상승을 꾀하고 있다.
배터리 3사 가운데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6월 말 기준 배터리 수주잔고가 440조원을 넘어섰다. 지난해 말(385조원)에 비해 55조원 규모의 생산물량을 더 확보한 것이다. SK온도 올해 초 기준 배터리 수주잔고가 300조원을 넘었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보다 수주잔고가 낮은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 시제품을 생산했으며, 현재 해당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보급형 전기차·ESS 적극 대응"
LG에너지솔루션은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의 '배터리 사랑'에서 시작됐다. 구 전 회장은 1992년 영국 출장 중 충전식 전지를 보고 샘플을 들여와 연구개발을 지시했다.
LG에너지솔루션이 대세 이차전지로 잡은 리튬이온전지 연구에 착수한 것은 1995년이다. 이후 1999년 원통형 배터리를 양산하고 2009년 양산형 전기차 배터리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구 전 회장은 “배터리가 세상을 바꾼다”며 적자 경영속에서도 투자를 지속해왔다.
2005년 2,000억원의 적자를 낸 배터리 사업은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2018년 취임한 후에도 투자를 지속했다.
그 결과 LG에너지솔루션이 글로벌 배터리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고객사는 완성차 업체다. 2025년부터 전동화 전략에 따라 전기차 생산 비중이 커지게 된다.
이렇다 보니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공장 신설에 속도를 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12년 미국 전기차 배터리 공장 준공에 이어 2017년에는 폴란드에 최대 규모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건설했다.
또 LG에너지솔루션은 2020년 12월 미국 완성차 업체 GM과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를 설립하고 오하이오주, 테네시주, 미시간 주에 각각 40GWh, 50GWh, 50GWh의 연간 생산능력을 갖춘 1·2·3공장을 건설하고 있다. 현재 1공장은 운영중이며, 2공장은 올해 하반기 가동에 들어간다.
이와 함께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월 미국 완성체 업체인 스텔란티스와 전기차 배터리 합작법인 ‘넥스타에너지’를 설립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연간 생산능력 45GWh의 공장을 짓고 있다. 2024년 배터리 양산을 시작한다. 같은 해 8월에는 일본차 혼다와 미국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오하이오주 피에트카운티에 40GWh 용량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이 공장은 2025년 가동 예정이다.
뿐만 아니라 LG에너지솔루션은 현대차그룹과는 2021년 9월 인도네시아 배터리셀 합작 공장을 준공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미국 조지아주 서배너 브라이언 카운티에도 2025년 완공을 목표로 올해 하반기 배터리 생산공장을 짓는다.
이외에도 LG에너지솔루션은 국내에서 연내 충북 청주 오창 에너지플랜트에 4680 원통형 배터리 생산라인을 구축할 예정이고, 중국 남경공장의 에너지저장장치(ESS) 라인 일부를 LFP(리튬·인산·철) 배터리 생산라인으로 전환한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올해 상반기 원재료인 메탈 가격 하락분이 하반기 배터리 판매가격에 반영되면 원가와 가격 경쟁력 강화로 이어져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며 “보급형 전기차와 ESS에 적극 대응하고 고객 맞춤형 제품 생산과 함께 폐배터리 재활용·재사용 신사업 진출에도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합작법인 설립 늘려…하반기 흑자전환 목표
SK온은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이룬다는 목표로 수주와 생산능력 확대에 집중하고 있다.
SK온은 글로벌 시장을 겨냥해 미국과 유럽 완성차 업체들과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공장에서 배터리를 공급하는 데 힘쓰고 있다.
SK온은 유럽에서 헝가리 코마롬에 1,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은 17.5GWh다. 헝가리 이반차에 들어서는 3공장은 30GWh 생산 능력을 갖추고 내년 1분기 상업 가동에 들어간다. 미국 조지아주 동쪽 커머스 지역에서는 해외법인인 ‘SK배터리 어메리카’를 통해 배터리 공장 두 곳을 가동 중이다. 연간 생산능력은 22GWh다. 애틀랜타 북쪽 바토우카운티에도 현대자동차와 합작법인을 설립한 배터리 사업장이 들어선다. 연간 35GWh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SK온은 포드자동차와의 합작법인 ‘블루오벌 SK’가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11조원 규모 정책지원 자금을 대출받게 돼 배터리 생산능력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SK온 관계자는 “완성차 업체가 특정 차종을 만들기 전 배터리 기업을 선정하고 가격과 성능 등을 비교하는 과정을 거쳐 수주에 이르게 된다”며 “통상 2~3년에 걸친 물량을 수주하게 되는데 수주 물량을 맞추기 위해 배터리 공장을 짓거나 생산라인을 증설한다”고 설명했다.
합작법인 설립은 자동차와 배터리 업체의 윈윈 전략 중 하나로 꼽힌다. SK온 관계자는 “배터리 사업은 돈이 많이 드는 만큼 합작법인은 재무적으로 도움이 된다”면서 “자동차 업체는 안정적인 배터리 물량을 확보할 수 있어서 좋고, 배터리 업체는 판매 물량을 수주할 수 있어서 좋다”고 강조했다.
◆ 삼성SDI, 배터리 품목 확대·기술력에 집중
삼성SDI는 차세대 배터리인 전고체 전지를 개발하는 등 전기차 배터리 품목 확대와 기술력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글로벌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불확실성이 존재하지만 하반기 배터리 시장은 전기차와 ESS를 중심으로 성장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삼성SDI는 중대형 전지 중 자동차 전지와 관련 유럽 헝가리 신규 라인을 가동해 고객 수요에 적기 대응할 방침이다. BMW에 탑재되는 P5 배터리는 각형 자동차 전지 매출 비중의 50%를 상회하며 실적 성장을 견인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SS 전지는 신규 제품 출시로 전력용 중심으로 판매 확대를 예상하고 있다.
또 삼성SDI는 소형전지 부문에서 전기차와 M-모빌리티를 중심으로 판매가 늘고 매출과 이익이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전동공구용 시장은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있지만 신규 응용처로 공급처를 다변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전자재료 부문은 편광필름과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등 디스플레이 소재를 중심으로 매출이 지속 늘어나며 상반기 대비 수익성이 개선될 것으로 삼성SDI는 기대했다.
반도체 소재 부문은 점진적으로 수요가 회복될 전망이어서 삼성SDI는 신제품 진입을 통해 판매를 넓혀나갈 예정이다.
특히 삼성SDI는 미래성장동력으로 차세대 전지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황화물계 전해질 전고체 전지를 선점하기 위해 파일럿 라인의 셋업을 완료했다. 전고체 전지 개발 시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한 삼성SDI는 46파이 원형전지 라인도 시생산을 시작했다.
삼성SDI의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 소재와 리튬 음극재로 수명을 개선한 무음극 기술이 특징이다. 삼성SDI는 파일럿 라인을 통해 올해 하반기 시제품 샘플 제작을 시작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다양한 테스트를 진행한다.
BMW ‘뉴 i7’에는 삼성SDI의 P5 배터리(각형)가 들어간다. ‘iX, i4’ 등 전기차에도 P5가 탑재된다. P5 배터리는 니켈 함량 88% 이상의 하이니켈 양극재에 실리콘 음극재 기술이 더해져 고에너지 밀도를 구현했다.
볼보트럭의 FM일렉트릭에도 삼성SDI의 21700 원통형 배터리 2만8,000여개가 적용된다. 이 배터리는 니켈 함량 91%의 하이니켈 양극재를 사용해 상용 트럭 탑재를 위한 고출력·고에너지 밀도가 장점이다.
최근 삼성SDI는 미국 완성차 업체 스텔란티스와의 합작법인인 ‘스타플러스에너지’ 2공장을 건설하는 업무협약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2공장은 연간 생산 34GWh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이다.
현재 건설 중인 인디애나주 코코모시에 있는 1공장은 당초 연간 생산능력을 23GWh에서 33GWh로 늘려 2025년 1분기부터 가동한다. 2공장이 완공되면 삼성SDI가 미국 내 스텔란티스에 공급할 수 있는 전기차 배터리 용량은 67GWh에 달한다.
이로써 삼성SDI는 지난 4월 GM과의 합작법인을 포함해 2027년 미국 내 연간 생산 능력 100GWh를 확보하게 됐다.
삼성SDI 관계자는 “미국 내 공장에서 일할 근로자는 현지 채용이 우선”이라며 “배터리를 공급하는 완성차 업체를 밝힐 수는 없지만, 공급처로부터 전기차 배터리를 수주하기 위해 공장 증설 등 투자를 늘리고 사업 전략을 펼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