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회수불능 대출 ‘1조’ 돌파…“금리상승, 리스크 ‘경고등’”
신한·삼성·국민·현대·롯데·비씨·우리·하나카드 등
대손상각비, 1년 새 ‘53.7%’ 증가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카드사들이 고객들에게 내준 돈에서 회수할 수 없는 잔액이 1조원을 돌파했다. 금리상승기에 접어들면서 취약차주들이 증가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 안팎에선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감안하면 빚을 갚는데 어려움을 겪는 차주들이 계속 늘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8개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비씨·우리·하나카드)의 올해 1분기 대손상각비 총액은 1조11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6,579억원) 대비 53.7% 증가했다.
대손상각비는 회수할 수 없게 된 채권의 잔액으로 손실 처리한 비용이다. 대손상각비가 확대됐다는 것은 금융사가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졌다는 뜻이다. 금융사 입장에서 대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카드사별로 보면 비씨·하나카드의 증가폭이 가장 컸다. 비씨카드의 경우 지난해 1분기 70억원에서 1년 새 184.29% 늘어난 18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 역시 398억원에서 1,044억원으로 162.31%나 폭증했다.
이어 삼성카드가 1,030억원에서 1,896억원으로 84.08% 증가했다. 우리카드는 610억원에서 1,026억원으로, KB국민카드는 1,112억원에서 1,782억원으로 각각 68.20%와 60.25%씩 늘었다.
롯데카드와 신한카드 역시 각각 46.44%, 31.27%씩 증가했다. 반면 현대카드의 대손상각비는 지난해 1분기(795억원)보다 1년 새 20.88% 줄어든 629억원을 기록했다.
카드론·현금서비스 등 대출서비스를 사용한 차주가 높아진 금리로 대출 상환에 차질을 빚으면서 건전성 지표가 악화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올해 1월 카드론 평균 금리는 14.67~15.90%에 달했다. 1년 전 평균 금리인 11.79∼15.15%와 비교하면 하단이 2.88%포인트 높아졌다.
문제는 잠재적 리스크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중·저신용자나 다중채무자의 급전 창구로 사용되는 현금서비스와 카드론(장기 카드 대출)의 연체율이 상승세를 보이면서 카드사의 수익성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여신금융협회 공시를 보면 카드사의 30일 이상 현금 서비스와 카드론 평균 연체율은 각각 3.81%, 1.86%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보다 1.28%포인트, 0.47%포인트씩 올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경기둔화 압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하락 등이 가계부채 건전성 저하로 이어질 경우 민간소비 성장이 둔화하고 이로 인해 카드사들의 이용실적 감소가 나타날 수 있다”며 “카드사 입장에선 경기둔화에 따른 건전성 저하 여부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성이 커진 상태”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향후 실물경기 전망을 보수적으로 내다보고 선제적인 리스크 관리에 돌입할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