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중권 칼럼] '비리 얼룩' 세종시…‘도시개발 변경 리스크’ 더는 안된다

2023-06-02     서중권 기자
▲서중권 충청 총괄본부장

최근 세종시 건설 기본 및 개발계획 변경안 공청회

감사원 “수십 차례 개발 변경하며 각종 비리” 적발

[SRT(에스알 타임스) 서중권 기자] 세종신도시(행복도시)의 완성은 오는 2030년이 목표다. 건설의 골격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기본 계획 및 개발계획‘을 통해서다.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하 행복청)과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주역이다. 하지만 개발계획을 둘러싼 비리 의혹 미스터리는 아직도 꼬리표가 달려있다.

행복청(청장 이상래)은 지난달 31일 세종시 건설 기본 및 개발계획 변경안을 밝혔다. 이 가운데 ▲주거용지를 추가로 확보 주택 건설 ▲상업업무용지의 공공기관 용도 전환이나 상가공실 문제 적극 대처 등이 들어있다.

행복청의 이 같은 구상에 반대하거나 이의를 달 명분은 없다. 하지만 행복청-LH의 세종신도시 개발계획 실체를 한꺼풀 벗겨보면 이해하기 어려운 형태가 곳곳에 있다. '비리 온상'의 실체가 드러난 것만도 비일비재하다.

감사원은 행복청 감사 결과 충격적인 사실을 밝혔다. 2020년까지 행복청-LH가 53차례의 도시개발 계획을 변경하면서 온갖 비위와 부당한 행태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특히 주택용지를 대폭 줄이고 상업용지를 늘렸다는 사실이다. 주택용지 1601만㎡에서 1335만㎡로 줄였다. 택지 17%(80만평)를 상업용지로 늘리고 의료용지 42%, 주차용지 23% 등을 줄인 것이다.

감사원이 적발한 행복청-LH의 비위는 ‘빙산의 일각’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주장이다. 실체에 있어서 중대한 문제가 곳곳에서 행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복마전’ 행태의 의혹이 일고 있다.

도시개발 계획변경의 한 단면을 파헤쳐 보자. 행복청의 민낯이 고스란히 드러난 예다.

감사원이 행복청의 위법 등을 감사할 즈음인 지난 2019년 6월 행복청과 LH세종본부, 세종시(당시 이춘희 시장) 등 3개 기관이 공동으로 발표했다. 세종시 ‘상가공실 문제'와 관련한 대책이다.

하지만 상가전수조사에 들어간 지 3개월 후 세종시 4-1 단독주택용지 근린생활 지형이 확 바뀌면서 주택용지가 상업용지로 용도 변경됐다. 행복청-LH는 이때 지구 단위 개발변경을 통해 상업용지를 대폭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서 특혜 등 숱한 논란을 빚었다.

도시개발 계획변경 민낯의 한 단면을 한 발자국 더 들여다보자. 행복청-LH가 도시개발계획 3회 변경한 제48차의 실체는 기막히다.

이 개발계획 변경은 당시 행복청장과 LH 세종특별본부장, 총괄기획가, 도시계획위원회, 세종시 건축위원회 등이 머리를 맞댔다. 3개 기관의 수뇌부가 총출동한 이 사안은 이례적이다. 현재까지 숱한 의혹이 꼬리를 무는 등 밝혀지지 않은 비리 의혹이 똬리를 틀고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 크다.

해당 사업은 지난 2016년 착공, 현재 7년째 공사 중이다. 2년이면 준공할 이 사업은 일반적인 단독주택용지 개발인데도 질질 끌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태원건설산업이 시공하고 있는 이 사업은 세종시 고운동 ‘북측 블록형 단독주택용지’ 30만6000㎡(9만 2000평) 규모로 일반 택지조성이다. 이 사업은 착공 후 중단 2년 뒤 느닷없이 도시개발 변경했다. 당시 개발변경과 관련한 브리핑은 행복청의 도시개발 계획변경 제48차다. 이 개발은 수년에 걸쳐 3차례나 계획 변경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사업은 도시개발 계획변경 ‘특화사업’으로 바뀌면서 설계변경 등이 이뤄졌다. 잦은 설계변경은 애초 예산보다 수백억원 늘어났고, 예산 일부는 수의계약 등으로 변질됐다. 증액된 예산은 공개를 꺼리고 있어 지금까지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도시개발 계획 가운데는 국회 세종의사당 인근 부지가 포함돼 있다. 전월산 자락에 대형 불교 건축물 조성 등과 관련한 변경은 수년동안 수차례 도시개발을 변경한 사례다. 해당 불교부지는 17배로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특혜 등 온갖 부작용이 속출됐지만, 어느 것 하나 속 시원한 해명은 없었다는 지적이다.

행복청과 LH의 공은 높게 평가받아야 마땅하다. 하지만 수십차례의 도시개발 계획변경을 통해 저질러온 온갖 비리 의혹은 비난받을 대상이다. 오죽하면 행복청이 ‘불행청’이란 신조어가 나왔겠는가.

이상래 청장은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행복청의 수장을 맡았다. 이 청장은 세종시 건설 기본 및 개발계획 변경안을 좀 더 촘촘히 들여다보길 바란다. 2년에 끝낼 토지조성공사를 7년이 넘도록 끌어온 개발계획, 막대한 예산과 행정력 낭비, 비리 의혹 등으로 지탄받는 행정에 마침표를 찍어야 한다.

이 청장은 늦었지만 '국가균형발전을 선도하는 실질적 행정수도' 국가중추시설 계획을 제대로 해주길 바란다. 그럴싸한 포장으로 발표한 도시개발 계획변경. 그 뒤엔 찜찜한 진행 과정. 

이 청장은 더 이상의 개발 리스크를 경계하길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