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단기CP' 발행 급증…“유동성 이슈 촉발 우려”

2023-04-10     전근홍 기자
ⓒ픽사베이

올 1분기 장기CP 발행 2,200억…87% 급감

“단기물 편중 구조, 유동성 문제 부각될 수도”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카드사들이 단기 기업어음(CP) 발행을 늘리고 있다. 올해 1분기까지 카드사가 발행한 CP에서 만기 1년 미만인 단기물이 차지하는 비중은 94%에 달한다. 단기물 비중만 보면 1년 전(67%)에 비해 27%포인트 급증했다. 지난해부터 강화된 기준금리 인상 기조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한 상황에서 단기물 중심으로 자금수혈에 나서는 것이다. 수신기능이 없는 카드사 입장에선 단기물 비중이 커질 경우 유동성 문제가 부각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금조달 구조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0일 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에 따르면 지난 3월까지 BC카드를 제외한 7개 카드사(신한·우리·하나·롯데·현대·KB국민·삼성카드)가 발행한 단기CP는 3조6,75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반면 해당 기간 장기CP 발행은 1조6,500억원에서 2,200억원으로 대폭(86.7%) 줄었다.

올 1분기 장기CP를 발행한 곳은 롯데카드가 유일하다. 롯데카드는 올 1월 평균 만기 2.8년의 장기CP를 1,200억원 발행한 데 이어 3월에 평균 만기 2.4년의 장기CP를 1,000억원 추가 발행했다. 신한·삼성·현대카드는 지난해 1분기 장기CP를 각 4,000억원씩 발행했지만 올해는 전혀 발행하지 않았다. 지난해 1분기 각각 2,500억원, 2,000억원 발행한 우리카드와 KB국민카드도 올해는 단기CP 발행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카드사는 회사채(여전채)를 통해 전체 자금의 70%가량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가 뛰면서 조달비용도 급증하는 추세다. 지난해 초 2%대 중반대까지 내렸던 여전채 AA+ 3년물 여전채 민평금리는 레고랜드 사태 직후인 지난해 10~11월 6.0%대까지 급등했다. 이후 지난해 12월1일 5.845%, 1월2일 5.536%을 기록하는 등 두 달 새 1.5%포인트가량 떨어졌다. 이달 들어 겨우 3%대에 진입했다.

여전채 발행이 여의치 않을 경우, 만기가 짧고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CP는 수요 예측을 거치지 않아 발행 과정이 간편하다. 카드사 입장에선 자금조달 구조의 다변화를 위해선 손쉽게 선택할 수 있는 카드다. 금리인상기인 만큼 만기가 길 경우 자금조달비용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이에 따른 평가손실을 막기 위해서 단기자금운용에 나서는데, 카드사 입장에선 단기CP 발행 비중을 높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문제는 유동성이다. 단기물 편중 비중이 커지는 자금조달 구조는 유동성 이슈를 촉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영업자산 다변화 과정에서 자산과 부채의 만기 매칭을 위해 단기자금조달 늘릴 경우 일시적으로 유동성 지표가 악화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3분기 하나카드의 경우 90일 커버리지가 카드사 중 유일하게 100%를 하회하며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는 90일 이내 만기가 도래하는 채권이 즉시 가용할 수 있는 자금 대비 더 많다는 의미로 스트레스 상황 시 대응 능력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고 해석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과거 금융위기를 보면 본격적인 위기가 닥치기 전에 단기금융시장이 먼저 흔들렸다”며 “단기금융시장이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데, 코로나19가 터졌을 때도 가장 먼저 단기금융시장의 자금경색이 빨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단기화된 자금조달 구조는 유동성 위험에 취약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카드사의 조달 구조 변화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