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금융감독원이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중징계(문책경고, 취업제한 3년)를 취소하라는 행정소송(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 1심 판결에 불복해 지난 17일 항소했다. 법원의 추가적인 판단을 받을 필요가 있으며, 동일한 사안으로 하나은행(함영주 하나금융그룹 부회장)과 행정소송이 진행 중인 점을 고려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항소이유다.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손실 사태. 문제가 불거진 2019년, 금감원은 우리은행이 4,012억원 가량 DLF를 판매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손 회장은 우리은행장으로 재직했고 DLF와 같은 고위험 상품 판매와 관련해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기준을 마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금감원으로부터 중징계 처분을 받았다.

충격적이었던 것은 ‘사기(詐欺)’에 가까운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였다. 조선시대 말기 대동강 물을 팔아먹었다는 사기꾼 ‘봉이 김선달’을 빗댄 푸념들이 곳곳에서 들릴 정도였다.

실제 투자경험이 없고 난청인 79세 치매환자에게 해당상품을 팔았고 노후자금을 정기예금에 예치하려던 75세 고령자에게 고위험 상품인 DLF를 권유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이러함에도 손 회장은 금감원이 내린 징계처분이 부당하다면서 행정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우리은행의 불완전판매에 대한 흠결은 손 회장이 제기한 행정소송 1심 판결에도 고스란히 담겼다. 지난달 27일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재판장 강우찬)는 금감원의 5가지 처분 사유 중 1가지에 대해 “우리은행이 소비자 보호를 위하여 내부통제기준에 포함시켜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금감원이 제재 근거로 삼은 법 조항이 전반적으로 명확하지 않다”면서 “(입법절차를 거쳐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의 관련규정에 대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정비해 실효성을 높여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헌법 제27조는 ‘재판 청구권’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가 얽혀있고, 부당한 처분에 대해선 누구든지 자신의 억울한 점을 해소하기 위해 법률에 의해 재판 받을 권리를 지닌다는 것이다.

하지만 공적기능을 일정부분 수행하고 있는 금융회사의 수장으로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책임지는 자세도 필요하다. 자신에게 내려진 금감원의 징계처분이 부당하다고 주장한들 이를 공감하는 우리금융의 고객이 몇이나 되겠는가. 금감원의 항소로 손 회장의 일신상 제재는 법원의 판단을 또 다시 받게 됐다.

우리은행이 조직적으로 고객에게 피해를 끼쳤으나 그것이 최고경영자(CEO)의 책임이 아니고 금융당국의 징계가 부당하다는 논리로 맞서는 모습은 ‘법꾸라지(법+미꾸라지)’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이번 행정소송 1심 판결에서도 DLF판매 과정에서 내부의 조직적인 폐단이 인정됐다. 다만 법률상 구체성이 떨어지면서, 입법절차를 통해 이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재판부는 지적했다.

이쯤 되면, 책임지는 자세를 보여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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