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아. ⓒ엣나인필름
▲방민아. ⓒ엣나인필름

- 이우정 감독,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담아낸 작품"

[SRT(에스알 타임스) 심우진 기자] 열여덟 십 대 소녀들의 이야기 '최선의 삶'이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강렬한 메시지를 담은 영화로 재탄생해 관객들 곁으로 다가온다.

지난 20일 서울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최선의 삶' 언론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개최됐다.

무대인사 행사에는 이우정 감독과 배우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이 참석했다. 기자간담회는 미리 준비된 Q&A 영상으로 진행됐다.

▲무대인사에 참가한 이우정 감독,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사진 왼쪽부터).
▲무대인사에 참가한 이우정 감독,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사진 왼쪽부터).

먼저 이우정 감독은 무대인사에서 "'최선의 삶은 여러 사람이 겪었을 법한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담아낸 영화"라고 소개했다.

이 감독은 "원작이 제가 계속 피해왔던 상처에 닿아 있는 소설이다. 강이라는 인물이 앞으로 걸어가는 모습에 많은 위로를 받았다. 이 힘을 빌려서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며 첫 장편 데뷔작으로 '최선의 삶'을 선택한 이유를 밝혔다.

이어 "원작은 꽤 긴 시간 동안 세세한 감정을 담고 있다. 2시간 안에 담기는 어려움이 있어서 강이가 맞닥뜨리게 될 다양한 감정에 중점을 두면서 갈등의 원인이나 사건은 생략했다. 만약 비슷한 상처나 경험이 있는 관객분이라면 오히려 그런 방식이 더 공감하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원작 소설을 영화화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과 차별점을 전했다.

▲방민아. ⓒ엣나인필름
▲방민아. ⓒ엣나인필름

강이 역의 방민아는 "기존에 해왔던 연기와 매우 달랐고 감정적으로 세심한 연기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에 비례해 굉장히 떨렸고 하고 싶었고 도전하고 싶었던 시나리오였다"며 "강이라는 인물은 앞에 나서지 않고 굉장히 소심하게 뒤에서 늘 다른 타인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만 하는 그런 인물이다. 그래서 겪는 강이의 상황에서 갖는 마음들이 표현하기 쉽지 않았지만, 감독님과 배우분들과 함께 잘 만들도록 노력했다"고 말했다.

방민아는 제20회 뉴욕아시안국제영화제에서 국제 라이징 스타상을 받은 것에 대해 "데뷔한 지는 좀 됐는데 라이징 스타상을 받은 것에 대해 물어보는 질문이 많았다. 전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고 계속 라이징하고 싶다"고 전했다.

연기와 관련해서는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트라우마나 상처를 받은 적이 있던 저 또한 강이처럼 타인이 더 중요한 때가 있었다. 그래서 강이의 시점에서 마음이 어땠을지 공감이 많이 갔다"고 말했다.

이어 "강이 역을 하고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이 연기를 하고 나면 제 인생에 있어서도 뭔가 한 챕터가 지나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강이가 저와 비슷한 점이 있지만, 다른 사람이기에 어떤 선택을 하거나 그 선택이 옳지 않아 점점 더 최악으로 치닫게 될 때 가장 어려웠다. 그 지점은 공감하기 힘들었고 그런 부분을 유추해내기 어려웠다"고 연기를 하며 고심했던 부분을 털어놨다.

방민아는 "사람에게 상처받았던 기억을 최대치로 끌어올렸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이우정 감독과 시간을 차근차근 거슬러 올라가는 작업을 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순간 소영이에 가까워진 것 같은데 강이를 할 수 있을까 했다. 무한하게 저를 응원해주시는 감독님이 있었기에 아프고 잊고 싶었던 기억이었지만 최선을 다해 끌어냈다"고 힘들었던 부분을 전했다.

▲심달기. ⓒ엣나인필름
▲심달기. ⓒ엣나인필름

아람 역의 심달기는 "책이든 영화이든 매체에서 착하지 않게 끝까지 가는 이야기를 만나기 어렵다. 최선의 삶은 그래서 큰 매력으로 다가왔다. 연기하며 가장 많이 생각한 건 겉으로는 굉장히 밝고 생각이 없어 보일 수도 있지만, 최선을 다해 무엇으로부터 도망 다니는 인물이라는 것을 계속 염두하고 연기했다"고 밝혔다.

심달기는 "아람이에게 많이 놀랐다. 버려진 물건을 주워오고 고양이에게 집착하는 모습이라든가 실제 제 어린 시절과 많이 닮아 있었다"며 "친구 관계에 있어서 아람이의 위치가 독특하다고 느꼈다. 소영이가 위계질서의 가장 위에 있다면 강이는 중간이나 그 밑이다. 아람이는 그 어디에도 없고 피라미드 밖에 있는 인물이다.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강이에게 이입되기도 하는데 친구들에게서는 '넌 아람이었다'는 말을 들어 큰 용기를 얻기도 했다"고 말했다. 

연기에서 어려웠던 지점에 대해서는 "아람이가 처해있는 환경이나 사건들이 폭력적이고 위험하다. 영화에서는 직접적으로 묘사되지 않는다. 그 상황을 직접 만나볼 기회가 없어서 상상으로 연기를 하다 보니 아람이가 가지고 있는 부분이 드러나지 않을까 겁이 많이 났다"고 밝혔다.

심달기는 "아람이에게 미안하지 않은 연기를 하고 싶었는데 그걸 해냈는지는 아직 모르겠다. 아람의 내면에 집중하다 보니 저 자신이 너무 어두워졌었다"며 "아람은 어두운 기운으로부터 도망치기 위해 더 밝아지려는 아이다. 2020년 즈음 제가 텐션이 확 올라간 것을 보고 감독님이 '이때 아람이를 했어야 했다'고 해 충격이 컸다"며 자신의 연기에 있어 아쉬웠던 점을 밝혔다.

▲한성민. ⓒ엣나인필름
▲한성민. ⓒ엣나인필름

소영 역의 한성민 배우는 "원작 소설과 시나리오를 읽고 계속 여운이 남아 작품을 선택했다. 강이의 시점에서 보면 마냥 나쁜 아이로 보일 수 있지만, 소영도 그저 최선을 다하는 열여덟 소녀였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연기에 대해서는 "어른도 아이도 아닌 열여덟이라는 나이에서 겪는 새로운 환경들과 감정들이 저의 그 시절을 많이 떠오르게 해 가장 공감됐다. 소영이는 대범하고 확실하게 표현하는 성격인데 저는 소극적인 면이 있어서 접점을 찾는 게 어려웠다"고 전했다.

이우정 감독은 캐스팅과 관련해 "심달기 배우는 알고 있었고 원작을 읽으면서 알쏭달쏭한 인물인 아람 역은 이 사람밖에 없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한성민 배우는 핸드폰에 사진이 있어 미팅했는데 걸어 들어오는 순간부터 소영이었다. 이 정도 힘과 아우라를 가진 배우라면 소영을 충분히 다 표현해 주겠구나 하고 확신이 바로 들었다"고 밝혔다. 

▲이우정 감독. ⓒ엣나인필름
▲이우정 감독. ⓒ엣나인필름

이어 "강이가 가장 마지막에 캐스팅됐는데 이 역의 배우는 안 해본 모험을 같이 할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하고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다. 첫 미팅 자리에서 방민아 배우가 본인이 원작에서 느낀 고민과 괴로움을 솔직하게 쏟아냈다. 이런 사람이라면 함께 영화를 만들어가는 과정이 굉장히 의미 있겠다, 같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캐스팅 과정에 대한 뒷이야기를 전했다.

이 감독은 "영화를 준비하는 시간이 짧았고 조급한 마음에 촬영 들어가기 전에 완전 절친이 돼 있어야 한다고 압박을 했다. 방민아 배우가 눈치를 채고 따로 자리를 마련한 이후로 세 배우가 아주 친해졌다"고 밝혔다.

▲이우정 감독,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엣나인필름
▲이우정 감독, 방민아, 심달기, 한성민. ⓒ엣나인필름

방민아는 "오랫동안 각자의 삶을 살던 배우들과 갑자기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지 고민했다. 그래서 동갑인 인물들이니까 말을 놓자고 제안했다. 처음에는 심달기 배우와 한성민 배우가 당황하는 듯했지만, 조금씩 노력해 서로에게 다가가기 쉽게 됐고 촬영장에서는 친구 같았다"고 전했다.

끝으로 이우정 감독은 영화의 영어 제목이 ‘스노볼’인 이유에 대해 "'최선의 삶'의 직역이 되는 것은 피하고 싶었다. 원작의 시작과 끝 챕터가 스노볼이다. 개인적으로 영화 마지막에 대전 읍내동에 눈이 흩날리는 풍경이 스노볼 안의 풍경처럼 보였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있었다"며 "영화에 나오는 인물들이 맞닥뜨리게 될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감정들을 생각했을 때도 의미가 맞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제4회 문학동네 대학소설상을 받은 임솔아 작가의 동명 소설을 영화로 제작한 '최선의 삶'은 열여덟의 강이, 아람, 소영이 더 나아지기 위해 기꺼이 더 나빠졌던 그 시절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이다.

영화 '최선의 삶'은 오는 9월 1일 개봉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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