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수입차 업체들이 자국의 대주주에 대해서는 통 큰 배당을 하면서도 국내 기부에는 사뭇 인색하다. 2015년 회계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주요 8개 수입차 업체의 지난해 주주 배당은 836억1천만원인 반면 기부금은 42억 2천만원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대략 기부금의 20배를 자국의 주주들에게 배당으로 돌려준 셈이다. 특히 지난해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 스캔들 이후 미국 고객에게는 1인당 1천 달러 가량 보상금을 지급하면서도 국내 고객 보상은 뒤로 해 비난을 산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기존 기부금마저 전액 삭감한 채 주주 배당에는 160여억원을 쏟아부어 뒷말을 낳고 있다.
 
경제 양극화와 고령화, 청년실업 증가 등 사회불안 요인이 증대하면서 우리 사회는 만성 분노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런 만큼 막중한 국가 사회적 위상과 역할을 부여받고 있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사회공헌에 대한 필요성은 점점 높아질 수밖에 없다. 기업은 과연 그와 같은 시대의 요구에 답하고 있는가. 기업의 사회공헌 활동의 가치를 그저 현금이나 현물을 얼마나 내놓았는가 하는 단순 잣대로 재단할 수는 없다. 기업의 재정 형편 등 제반 사정을 총체적으로 고려하지 않고 ‘준조세’식 사회공헌을 강요한다면 그것은 기업의 경쟁력 저하라는 부작용만 초래할 뿐이다. 진정한 의미의 사회공헌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수업차 업체들이 국내에서 번 돈의 대부분을 자국으로 보내 ‘국부 유출’ 논란까지 불러일으킨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올해 국내 수입차 1분기(1~3월) 판매량이 2009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전년 동기 대비 5%나 줄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수입차 업체들이 돌파구로 마련한 것이 ‘서비스 혁신’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그 대표적인 예로, 올해 서비스 네트워크 투자에 1900억원을 할애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서 우리는 이와 별개로 판매부진에 빠진 수입차 업체에게 또 다른 차원의 서비스 혁신으로 ‘사회공헌의 철저화’를 주문하고자 한다. 범박하게 말해 소비자는 사회 공헌에 앞장서는 기업이나 업체에 눈길을 주고, 거기서 자동차를 사고 싶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수입차 업체들이 한국시장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구가하기 위해서는 나눔을 통한 상생, 즉 사회공헌의 정신을 내면화하는 것이 필수임을 잊지 말기 바란다.
 
수입차 업계 최초로 사회공헌 재단을 설립한 BMW코리아는 2014년 세월호 사태 피해자를 위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10억원의 성금을 8개 딜러사와 함께 기부해 주목받기도 했다. 수입차 업체의 사회공헌문화가 척박한 것만은 아니라는 증좌는 얼마든지 있다. 중요한 것은 기업들이 얼마나 사회공헌 활동에 진정성을 갖고 자발적으로 참여하느냐 하는 것이다. 기업 또한 사람과 마찬가지로 하나의 시민이자 사회 구성원, 다시 말해 ‘기업시민(corporate citizen)’이다. 수입차 업체의 한 단계 도덕적 업그레이드, 서늘한 정신적 각성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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