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1분기 국민은행 신탁업서 ‘1056억’ 이익
-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 ‘위축’
- 고객들 ‘직접투자’ 영향 등
[SRT(에스알 타임스) 전근홍 기자] 국내 은행들이 올해 1분기 신탁영업에서 거둔 이익이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다. 라임과 옵티머스 등 잇따른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신탁업 자체가 위축됐고 고위험 상품과 관련해 금융당국의 강력한 규제와 고객들의 직접투자 열풍도 한 몫 거들었다는 분석이다. 주식활황에 증시로 돈이 몰리는 '머니무브'가 양상이 짙어져 시중은행들이 증권사로 옮겨가려는 고객을 붙잡기 위해 신탁사업을 강화하는 전략적 행보에 나서면서 이를 둘러싼 은행들의 경쟁도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으로 보인다.
신탁은 금전이나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의 소유자가 어떤 이유로 이를 운용할 수 없을 때 신뢰할 수 있는 이에게 그 재산의 관리나 처분을 의뢰하는 행위다. 통상 신용이 높은 금융사가 수수료를 받는 사업으로 신탁을 대신하고 있다. 이런 금융사들 중에서도 신탁 업무를 겸하고 있는 은행을 가리켜 신탁 겸영 은행이라 부른다.
28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16개 신탁 겸영 은행들이 신탁 부문에서 거둔 손익은 총 3,415억원으로 전년(3,210억원) 대비 6.4%(205억원)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연간기준으로 보면 신탁 겸영 은행들의 신탁손익은 ▲2014년 6,936억원 ▲2015년 7,415억원 ▲2016년 7,880억원 ▲2017년 1조1,523억원 ▲2018년 1조2,000억원으로 조 단위로 성장했다. 이후 2019년 들어서 1조4,016억원을 기록한 뒤 지난해 1조541억원으로 3,000억원 이상 주저앉았다.
주요 은행을 살펴보면 국민은행을 제외하곤 대부분 역성장 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올해 1분기 1,056억원의 이익을 거두며 전년 동기(804억원)보다 31.2%(252억원)나 증가했다.
같은 기간 신한은행은 555억원에서 528억원으로, 하나은행은 440억원에서 430억원으로 각각 4.9%(27억원)와 2.2%(10억원)씩 손실을 기록했다. 이어 우리은행의 신탁 손익은 356억원에서 10.7%(38억원) 줄어든 318억원을 기록했다. NH농협은행 역시 400억원에서 398억원으로 0.4%(2억원) 손실을 기록했다.
분기별 기준으로 신탁손익의 증감을 분석하기엔 규모자체가 작을 순 있지만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로 은행권 신탁업 자체가 위축되고 있다는 점에서 신탁영업을 통한 수수료(비이자이익) 확대 전략에 변화가 필요하단 지적이다.
실제 금융감독원 발표를 보면 지난해 기준으로 은행들이 받은 신탁보수는 9,263억원이다. 이는 전년(1조2,832억원)보다 27.8%(3,569억원) 줄어든 액수로 신탁업 자체가 축소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주로 판매하던 ELT 판매가 대폭 축소된 영향이다. ELT는 증권사가 발행한 주가연계증권(ELS), 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ELB) 등을 신탁에 담은 상품을 말한다. 계약기간 중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조건 아래로 떨어지지 않으면 수익이 창출된다. 은행들은 퇴직연금을 제외하고 전체 신탁 판매액의 최대 20%를 ELT로 판매해 왔다.
은행들의 ELT 판매는 금융위원회 규제에 코로나19까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어려워졌다. 금융위는 지난 2019년 국외 금리 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은행권의 ELT 판매 총량 규제에 들어갔다. 2019년 11월 잔액 기준으로 약 40조원의 ELT가 판매됐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투자자들이 직접투자를 선호하고, 은행들이 고위험 상품 판매를 꺼리는 현상이 초래한 결과로 볼 수 있다”면서 “지금까지는 비이자이익 성장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신탁시장을 공략해왔지만 금융당국이 고위험 상품의 판매총량 규제에 나선 상황에서 판매 자체가 위축된 영향으로 보여진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상황이 좋진 않지만)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신탁업무를 위한 전담 변호사를 채용해 신탁 관련 계약서를 작성·검토하고 신탁부수업무, 마케팅 등 신탁업무 전반에 대한 법률자문 체계를 보강하고 있다”면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상품 추천을 통해 고객 신뢰를 회복하고 수익성 향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례로 받아들여 달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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